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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1960년대 복고 뮤지컬 <프라미스, 프라미스> Promises, Promises [No.84]

글 |이곤(뉴욕통신원) 사진 |Joan Marcus 2010-09-29 5,485

브로드웨이 뮤지컬 <프라미스, 프라미스>는 현재 브로드웨이 박스 오피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흥행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 리그에서 발표한 8월 1일의 주간 성적으로 본다면 전체 5위에 랭크되어, 지난해 토니상을 휩쓸었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보다 한 단계 높은, 그리고 올해 작품상을 받은 뮤지컬 <멤피스>보다 5단계 높은 박스 오피스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흥행 성공의 이유
뮤지컬 <슈렉>이 공연되었던 1,761석 규모의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지난 4월 25일 정식 오픈된 이 작품은 개막 당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뉴욕 타임스지(紙)는 점프와 곡예로 이루어진 화려한 안무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반응은 그저 미지근한 수준에 그쳤다고 혹평했다. 버라이어티지(紙)는 1968년에 개막되어 1,281회 공연된 초연 때의 성공을 언급하며 처음으로 리바이벌된 이번 공연은 초연의 성공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대중적인 성공을 가져온 것은 무엇일까? 현재 브로드웨이의 제작 관행을 이해하고 있는 뮤지컬 팬이라면 쉽게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 공연의 주인공을 맡은 숀 헤이스 Sean Hayes 와 크리스틴 체노웨스 Kristin Chenoweth 의 스타 파워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스타 파워는 현재 브로드웨이를 찾는 관객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마케팅 팀 역시 이 두 스타를 중점적으로 부각하여 홍보하였고 이를 통해 관객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와 비슷한 케이스로 뮤지컬 <아담스 패밀리>를 들 수 있겠다. 8월 1일 주간 브로드웨이 박스 오피스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뮤지컬 역시 올해 토니상 부문에 거의 언급되지 않을 정도로 평단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네이단 레인과 베베 뉴워스, 두 스타 배우의 유명세를 바탕으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두 스타 배우와 두 조연 배우
척 백스터 Chuck Baxter 는 승진을 위해 밤마다 자신의 아파트를 상사들의 애정행각을 위한 장소로 빌려주고 있는 독신 남성이다. 이 역을 맡은 숀 헤이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시트콤인 <윌 앤 그레이스>로 에미상을 수상한 재기 넘치는 배우로 방송, 영화 경력은 화려하지만 공연 무대에서는 생소한 배우였다. 그의 뮤지컬 데뷔작은 2008년 뉴욕시티센터의 앙코르 시리즈로 리바이벌 공연된 <댐 양키즈>였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곧 이어 <프라미스, 프라미스> 공연에 캐스팅되어 올해 토니상 뮤지컬 남자 주연 후보로 선정되었다.


한편 사내 임원 식당의 웨이트리스이자 사장의 정부인 프랜 Fran 역할을 맡은 크리스틴 체노웨스는 뮤지컬 <찰리 브라운>으로 토니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위키드>의 글린다 역할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 뮤지컬 배우이다. 하지만 그녀의 캐스팅이 역효과를 불러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리바이벌 공연에서는 그녀의 스타성에 걸맞게 원작에 없는 두 곡을 더 삽입하였는데, 그로 인해 원래 대본이 가지는 경쾌한 템포를 저해하는 역기능을 초래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그녀의 매력인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거친 에너지는 섹시하면서도 다소 우울한 극중 캐릭터의 이미지와 잘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배우의 나이가 역할을 소화하는데 장애물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극중  스물여섯의 청순한 주인공 프랜에 비해 마흔 두 살인 그녀의 연기가 너무 성숙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두 스타 배우의 기용으로 지금 한창 티켓 판매가 왕성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오히려 연기력으로 주목을 받은 이들은 조연배우들이다. 먼저 이 작품으로 토니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케이티 피너런 Katie Finneran 은 주인공 척을 유혹하는 역할로 2막의 시작에 잠깐 등장하지만, 그녀 특유의 능청맞은 코믹 연기와 숀 헤이스와의 멋진 춤이 곁들여져 이 공연에서 가장 볼만한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로 토니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딕 라테사 Dick Latessa 도 남자 주인공의 옆집에 사는 의사 드레이퍼스 역할을 맡아 관록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들 두 조연 배우의 연기 덕분에 2막은 다소 산만했던1막보다 훨씬 더 안정감 있고 흥미로웠다.

 

 

 

 

연출, 안무 그리고 무대
연출과 안무를 맡은 롭 애쉬포드 Rob Ashford 는 그 동안 주로 안무가로 활동하였는데, 이 작품을 통해 브로드웨이에 연출가로 첫발을 디뎠다. 그는 뉴욕과 런던에서 뮤지컬 안무가로 많은 작품에 참여해 왔으며, 뮤지컬 <속속들이 모던한 밀리>를 통해 토니상 안무상을 받았다. 검증 받은 그의 안무 실력에 비해 연출로서의 인상은 그리 훌륭하지 못하다. 대사는 상황에 맞는 액션을 통해 극의 리듬감을 살리기보다는 거의 모든 장면을 일괄적으로 빠르게 처리해 템포를 너무 의식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고, 캐릭터의 특징을 만들어내는 디테일한 연기 또한 잘 살리지 못했다. 다양한 무대 전환, 그리고 마치 기계체조를 연상시키는 흥미로운 안무로 중간 중간 변화와 환기를 만들어 내었지만, 이러한 시도가 극과 유기적인 통일성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1960년대 향수
제작팀은 이 작품의 배경인 1960년대를 충실히 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의상, 헤어스타일, 사무실의 분위기, 그리고 아파트의 가구 등 모든 요소들이 1960년대 뉴욕의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미국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는 시트콤 <매드 멘> Mad Men 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니컬한 시선으로 1960년대의 광고업계의 모습을 그린 이 시트콤 또한 이번 뮤지컬의 원작인 빌리 와일더 감독의 영화 <아파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1960년대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미국의 문화는, 당시를 그리워하는 미국인들의 기호로 인해 21세기의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향수를 공략한 이번 리바이벌 공연이 그리 성공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아마 미국의 가장 뛰어난 코미디 작가라고 평가를 받는 닐 사이먼 Neil Simon 이 지녔던 사회에 대한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을 제거한 채 단지 관객의 흥미만을 남긴 코미디 쇼로 리바이벌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4호 2010년 9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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