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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SSUE] 공연계로 들어온 증강현실·가상현실 [No.156]

글 |안세영 2016-10-04 6,643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 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교육,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전파되고 있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공연계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증강현실(AR) 콘텐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은 눈앞의 현실에 가상의 이미지나 정보를 실시간으로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AR 구현 방식은 크게 GPS(위치 정보 시스템) 기반과 마커 기반으로 나뉜다. GPS 기반 AR의 경우, 카메라로 특정 지역을 비추면 화면 안에 해당 지역과 관련된 이미지나 정보가 화면에 나타난다. GPS 기반 AR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포켓몬 고’다. ‘포켓몬 고’는 지도에 표시된 특정 장소를 찾아가면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게임으로, 현실 세계 위에 가상의 캐릭터를 겹쳐 보여주면서 생생한 몰입감을 전달한다. 이와 달리 마커 기반 AR의 경우, 카메라로 특정한 마커를 비추어야만 화면 안에 이미지가 나타난다.


공연계에서는 마커 기반 AR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뮤지컬 <시카고>는 2014년 제주도 공연 당시, 제주대 산학협력단과 협력해 AR을 접목한 홍보 마케팅을 펼쳤다. 스마트폰에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공연 포스터와 리플릿, 프로그램 북에 인쇄된 마커를 비추면 그 위로 공연 영상, 출연 배우가 전하는 메시지 영상이 떠오르게 했다.


같은 방식으로 현실 세계 안에 가상의 공연 무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패션 브랜드 빈폴진은 지난 2010년,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아이돌 그룹 2NE1이 등장하는 AR 콘텐츠를 선보였다. 컴퓨터로 빈폴 홈페이지에 접속해 마커가 그려진 AR카드를 웹캠에 비추면, 3D 무대를 배경으로 2NE1이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이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가상의 가수 캐릭터 ‘하츠네 미쿠’가 도쿄 한복판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롯폰기 힐즈에 위치한 대형 건물 ‘메트로 햇’에 퍼즐 모양 마커를 설치하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이 건물을 비추면 3D로 구현된 ‘하츠네 미쿠’ 캐릭터가 튀어나오게 만든 것이다. 화면 속에 등장한 캐릭터는 현실 속 건물과 거리 풍경를 배경으로 공연을 펼쳤다. 이 서비스는 2013년 7월 16일부터 21일까지 매일 밤 시행됐는데, 당시 건물 주위로 모여든 사람들이 일제히 허공에 스마트폰을 대고 공연을 감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셀카 어플리케이션은 AR기술이 얼굴 인식 기능과 결합된 사례다. 카메라로 얼굴을 비추면 눈·코·입 등을 자동으로 인식해 장식용 스티커 이미지를 덧입혀 보여주는 서비스다. 지난 7월, 뮤지컬 <위키드>는 셀카 동영상 어플리케이션 ‘롤리캠’과 손잡고 공연의 주요 장면과 주인공 마녀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6종 스티커를 내놓았다. 마녀 모자를 쓰거나, 초록 피부로 변신할 수 있는 이 스티커는 관객이 공연을 추억하게 하는 동시에, SNS상에 사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공연이 홍보되는 효과를 노렸다.



가상현실(VR) 콘텐츠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은 현실과 무관한 가상 공간을 눈앞에 보여줘, 마치 그 공간에 가있는 듯 실감나는 체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VR 기술은 360도 영상. 여러 대의 카메라로 다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이어 붙여, 사용자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화면이 360도로 돌아가며 변한다. 이런 영상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제작이 용이하고,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대중적인 플랫폼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지난 8월 개관한 클래식 공연장 롯데콘서트홀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장을 미리 둘러볼 수 있는 VR 서비스를 공개했다. 롯데콘서트홀은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빈야드 구조이기 때문에, 미리 객석 곳곳에서 바라보는 시야를 확인하고 좌석을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무대와 객석 12곳 중 한 곳을 선택하면 해당 위치에서 바라본 공연장의 모습을 360도로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화면을 드래그하는 방향에 따라 바라보는 각도가 달라진다.



개막을 앞둔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유튜브를 통해 360도 VR 화보 ‘배질의 화실’을 공개했다. 작품 속 배경 중 하나인 ‘배질의 화실’을 재현한 화보에는 주요 캐릭터인 도리안과 배질, 헨리 역 배우의 모습이 담겨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각도에 따라 화면이 움직이면서, 마치 방 안을 둘러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제작사인 씨제스컬처 측은 “VR 촬영이 인물들의 묘한 심리적 관계를 표현하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도리안을 그리는 배질과 둘을 바라보는 헨리의 시선을 통해 인물의 관계를 보여주고, 배경음악과 ‘배질의 화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진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작품을 더 현실적으로 느끼게 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연극 <보물섬>은 지난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로비에서 VR 체험존을 운영했다. VR 전용 기기 HMD(Head-mounted Display)를 머리에 쓰고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수 있게 했다. 앞선 두 사례처럼 정지된 사진이 아닌 움직이는 VR 영상인데다, HDM을 통해 보기 때문에 훨씬 몰입감이 높았다. 영상을 제작한 예술의전당 영상사업부는 지난 5월에도 음악 광장에 VR 체험관을 설치하고 ‘2016 교향악축제’ 당시 연주 영상을 VR로 선보인 바 있다. 영상사업부 관계자는 “교향악 축제 때는 관객석, 합창석, 무대 3곳에 360도 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했다. 그런데 편집을 해놓고 보니 뒤쪽은 어차피 객석이라 360도로 돌아보는 의미가 없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무대 가운데 카메라를 설치하고 동선 자체를 바꿔서 촬영했다. 배우들이 객석을 향해 부르던 노래를 카메라를 둘러싸고 부르게 하면서 360도로 바라보는 재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예술의전당은 지난 2013년부터 공연 실황을 촬영해 전국 문예회관, 학교, 군부대, 재외 한국문화원 등에 무료 배급해온 ‘SAC on Screen’ 사업의 확장선상에서 VR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 “VR 영상은 공연 관람 전 관객들에게 무대 위 배우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흥미를 유발하고자 기획했다. 장기적으로는 공연장을 찾기 힘든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용, 복지용 목적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VR 영상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모델을 기대해볼 수 있다. <도리안 그레이> VR 화보를 제작한 ‘차군 스튜디오’의 차병철 실장은 “360도 카메라가 보편화되고는 있지만 VR 영상이나 사진을 구현하는 인터넷 프로그램이나 어플리케이션이 부족하다. 아직은 특정 프로그램이나 특정 사이트의 접속을 통해서만 올바른 구현이 이뤄진다. 이미지 편집 과정에도 기술적 제약이 많다. 하지만 지속적인 수요가 있다면 다양한 모델과 프로그램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6호 2016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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