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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드래그 퀸의 의상 세계 [No.156]

글 |박보라 2016-10-04 5,508

의상은 드래그 퀸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다. 몸매가 드러나는 화려한 원피스와 스커트부터 깔끔한 셔츠나 핫팬츠까지, 드래그 퀸은 다양한 의상들로 매력을 뽐낸다. 드래그 퀸의 의상에 대해 살펴봤다.    





드래그 퀸 의상을 제작하는 첫걸음은 여성스러운 몸매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여성 특유의 가녀리고 부드러운 몸매의 라인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보정물은 필수다. 드래그 퀸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보통의 성인 남성보다 마른 편으로, 의상 피팅의 첫 과정에서 가슴에 브래지어를 착용 후 솜과 패딩을 넣어 B나 C컵으로 볼륨감을 살린다. 솜과 패딩 대신 실리콘을 채우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만든 가슴은 힘이 없어 춤을 추기가 어렵다. 또 드래그 퀸의 엉덩이를 살리기 위한 비밀 병기도 존재한다. 일명 엉뽕(엉덩이의 볼륨을 살리기 위한 보형물)이다. 기본적으로 엉덩이의 볼륨이 있는 외국 배우들보다 다소 밋밋한 한국 배우들을 위한 특단의 조치다. 드레스나 스커트를 입을 경우, 엉뽕의 유무에 따라 맵시가 상당히 달라진다. 몸의 볼륨을 살리는 동시에 중요한 부위를 천이나 도구로 덧대 밋밋하게 만드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렇게 몸매를 보정한 뒤에야 본격적인 드래그 퀸 의상 피팅이 시작되는데, 배우들의 몸에 원단을 대보거나, 가봉이 진행되는 중간 피팅 그리고 완성된 의상을 피팅 하는 등 수차례의 의상 피팅을 거쳐 드래그 퀸 의상이 완성된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는 드래그 퀸 의상도 일반적인 뮤지컬 의상 제작과 다른 점이 거의 없다. 드래그 퀸 의상 또한 일반 뮤지컬 의상처럼 신축성이 높은 소재로 의상을 제작해 배우가 춤을 출 때 편안하게 만들거나, 어깨와 겨드랑이 사이에 삼각존을 만들어 팔을 쉽게 위로 뻗을 수 있게 만든다. 다만 드래그 퀸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여성 의상을 입고 벗는 것에 익숙하지 않거나, 빠른 의상 체인지를 위해 한 번에 의상을 벗을 수 있도록 단추나 자크 대신 벨트를 주로 사용한다. 또 의상 팀은 전담 배우를 정해 놓고 이들이 백스테이지로 오면 의상 탈착을 돕는다.



특히 드래그 퀸은 여성성을 여성보다 더 강렬하게 표현하는 캐릭터이거나 드래그 쇼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무대 의상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극도로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몸매가 드러나도록 달라붙는 형태의 의상이 주를 이루며, 노출이 강조되는 가슴이나 다리 라인에 신경을 쓰는 것도 큰 특징이다. 이번 시즌 <헤드윅>에서는 헤드윅이 각선미를 강조하기 위해 무릎 위로 올라오는 스웨이드 부츠를 신거나 엉덩이를 강조하기 위해서 새빨간 핫팬츠를 입었다. <프리실라>에서는 원색의 원피스형 수영복으로 몸매를 강조했다.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 상당한 양의 보석 장신구를 착용하거나 의상에 달기도 한다. <킹키부츠>의 롤라 의상 중 붉은 원피스는 조문수 의상디자이너가 직접 보석을 달아 이것들이 조명에 강렬하게 반사되는 효과를 얻었다. 또 엔젤의 의상 중 하나는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에 은색 옷핀을 촘촘하게 꽂아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의상의 색감이 드래그 퀸의 캐릭터를 대변하는 경우도 있다. <프리실라>에서 우아한 심성의 버나뎃은 금색이나 보라색을, 쇼의 주인공이자 이성애자에서 동성애자로 변한 틱은 주황색과 녹색을 메인 컬러로 선택해 중성적인 성격을 표현했다. 또 요란한 성격의 아담은 분홍색이나 노란색 위주의 의상을 착용한다. 1970~8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해 화려한 광택의 나팔바지와 디스코 바지를 주로 사용했다.



사실 드래그 퀸의 의상 중 가장 난제는 바로 구두다. 남성의 체중을 감당하기 위해서 구두에 철심을 박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구두의 철심은 가늘고 폭이 좁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높은 제작 단가를 감수하고서라도 직접 만들거나 외국에서 공수할 수밖에 없다. 보통 드래그 퀸이 신는 구두는 다리의 각선미가 가장 예쁜 8cm의 높은 굽이 기본인데, 무대에서 춤을 춰야 하기 때문에 뒷굽이 부러지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통굽으로 제작된다. 특히 구두는 착화감이 상당히 중요한 탓에 디자인과 제작 과정에 배우들의 의견이 상당히 많이 반영된다. 이 과정에서 같은 배역의 배우라도 구두의 굽 높이가 달라지기도 한다. 드래그 퀸이 신는 구두를 소재로 한 <킹키부츠>에서는 12cm의 얇은 굽을 가진 부츠가 쓰였다. 이번 한국 무대에 오르는 드래그 퀸의 부츠와 구두는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의 도움을 받았다. 해당 부츠는 발 넓이, 두께, 볼 넓이, 발목, 허벅지 둘레 등 20여 개의 치수를 토대로, 배우의 키와 몸무게를 고려해 굽의 두께와 길이가 제작된 것이다.


국내에 소개된 드래그 퀸을 다룬 작품은 <킹키부츠>, <프리실라>, <라카지>, <헤드윅> 등 소수이며 대부분 라이선스 작품으로, 레플리카(무대, 대본, 음악, 영상 등 원작을 고스란히 옮겨오는 것)와 논-레플리카 형태로 나뉜다. 논-레플리카 작품은 의상디자이너가 직접 드래그 퀸 의상을 디자인하고, 레플리카 작품은 오리지널 디자인을 가지고 와 제작하거나 외국에서 의상을 공수한다. 레플리카 작품이 오리지널 의상의 디자인을 정확하게 구현해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오리지널 의상 디자인을 배제하는 논-레플리카 작품의 경우 국내 배우들에 맞춰 디자인과 의상을 창조하는 데 무게를 둔다. 대표적인 논-레플리카 작품으로 꼽히는 <헤드윅>의 의상을 담당한 안현주 의상디자이너는 “최대한 예쁘게 보이고 싶은 헤드윅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우선으로 작업했다. 그래서 배우의 피부 톤, 체형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의상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헤드윅>은 시즌마다 바뀌는 의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만큼 배우가 스스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의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 여기에 배우들의 신체적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단점은 최대한 숨길 수 있도록 제작해야만 한다.



또 드래그 퀸의 의상은 작품을 향한 배우의 감정을 살리면서도 아름다움을 드러내야만 한다. 조문수 의상디자이너는 “드래그 퀸의 의상을 제작할 때 이 친구들이 ‘무조건 예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개성을 잘 표현해 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안현주 의상디자이너는 “드래그 퀸이 아직 우리 문화에서는 낯설지 않나. 관객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디자인과 배우 개인의 개성이 잘 살아 있는 디자인을 작업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의상은 드래그 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이들의 희로애락을 이해하는데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이 도움될 수 있길 바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6호 2016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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