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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ESTIVAL] 제11회 DIMF 공식 초청작 4편 리뷰 [NO.167]

글 |박병성 사진제공 |DIMF 2017-08-08 4,234

각국의 개성을 느낄 수 있었던  세계 뮤지컬


지난 6월 23일 개막작 <스팸어랏>으로 축제의 문을 연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18일간 한국을 비롯한 영국, 폴란드, 러시아, 인도, 중국, 대만, 프랑스, 필리핀 등 9개국에서 26개 작품이 참가했다. 인도, 폴란드, 필리핀 뮤지컬 등 축제가 아니고는 경험하기 힘든 나라의 뮤지컬이 소개됐는데, 이 중 축제 기간에 관람한 네 편의 해외 뮤지컬을 소개한다.




자연스런 코믹 연기가 일품인 <스팸어랏> 영국

<스팸어랏>은 국내에서도 두 번 공연을 했고, 웨스트엔드 스타일의 공연은 이미 국내에 많이 소개된 상태라 개인적으로는 궁금증이 덜했지만, 모처럼 만나는 제대로 된 코믹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반가웠다. 과장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코믹 연기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아서왕의 기품 있지만 허영 가득한 말투는 캐릭터와 잘 어울렀고, 아서왕을 따라 다니며 코코넛 껍질로 말발굽 소리를 내던 팻시 역의 데일 슈퍼빌의 연기가 일품이었다. 시종 꾸부정한 자세로 위축되었지만 충직한 하인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그는 순종적인 캐릭터이지만 아서왕이 자기 옆엔 아무도 없다는 말에 온몸으로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면서 웃음을 주었다. 팔다리가 잘리고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지지 않았다고 우기는 기사나, 적을 만나면 오줌을 지리는 로빈 경이 아니라 용감무쌍한 랜슬롯 경이 게이였다는 설정 등 코믹한 캐릭터가 웃음을 유발했다. 특히 아서왕을 돕는 호수의 여인은 ‘내게 주어진 노래는 왜 이것밖에 없나, 왜 같은 노래를 반복하나’ 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적다고 불평하는 노래를 가사만 다르게 반복해서 불러 메타 뮤지컬적 재미를 주었다. 아서왕은 흥행 뮤지컬을 만들어야 한다는 미션을 받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유아인, 조승우 같은 스타를 출연시켜야 한다든지, 노룩패스(김무성 의원의 귀국길에 보좌관에게 가방을 보지 않고 밀어주어 국제적으로 화제가 된 영상)를 해야 한다는 등 한국적인 각색이 호응을 얻었다.  




인도의 마당극 뮤지컬 <셰익스피어의 십이야> 인도

아마도 사실이 아니겠지만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영국의 자존심 셰익스피어, 그의 <십이야>를 한때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인도에서 뮤지컬로 만들었다. 인도의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는 우리식의 마당놀이를 떠올리게 한다. 무대에는 네 개의 기둥이 전부이며 중앙에는 악사와 배우들이 앉는다. 배우들은 역할놀이를 하듯 배역을 맡고 연기를 하지 않을 때에는 악사들의 자리에 앉는다. 그러다가도 무대에서 자신과 관련된 말이 나오면 즉흥적으로 반응을 보여 열린 극의 재미를 더한다. 내용은 원작을 따르되 압축해서 발리우드 풍의 뮤지컬로 재창작했다. 각색 과정에서 비중이 축소된 세바스찬 역을 맡은 배우는 삭제된 부분의 내용을 1인2역을 맡으며 들려주기도 하고, 무대에서 할 일이 없어 번역을 맡았는데 어려운 영국의 고어를 번역해 놓아도 칭찬은 셰익스피어가 듣는다며 푸념을 한다. 메타 연극적이고 서사극적인 방식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이 작품의 음악은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음악 전개와는 완전히 달랐다. 대사의 일부로 노래가 사용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달리 거의 모든 노래가 아리아에 가까우며 자막에서도 ‘세자리오를 유혹하는 노래’ 등이면 충분할 정도로 가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곡이었다. 바이브레이션이 강한 인도풍 노래를 듣고 있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지만 역량이 뛰어난 배우들의 노래, 마임, 연기를 보고 듣는 맛이 있었다. 아마도 극단 체계로 움직이는 단체의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만큼 배우들 간의 앙상블이 뛰어나고 즉흥극적 요소가 많은데도 배우들의 자유분방한 연기는 막힘이 없었다. 혼자서 다양한 퍼커션을 연주하는 악사나, 아코디언을 떠올리는 인도의 악기 연주도 수준급이었다. 이 작품은 실내 공연장보다 오히려 야외 공간에서 (언어가 통한다면) 객석을 오가며 관객들과 상호 교감하면 더 즐길거리가 많은 공연이었다.





컨셉이 궁금했던 <마담 류시올> 프랑스

필자가 본 이번 딤프의 해외 작품 네 편 중 가장 실망스러운 공연이었다. 마임과 서커스, 춤 등이 결합해서 스토리가 있는 극을 꾸민다. 처음 장면은 네 명의 배우가 엎드려 우리 장단을 손바닥으로 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파란 눈의 배우들이 우리 장단을 열심히 하는 것은 대견하지만 우리보다 잘할 것도 아닌데 어떤 이유로 자꾸만 우리 장단을 끌어들이는지 궁금했다. 극은 마임, 저글링, 애크러배틱, 유연한 신체를 이용한 서커스, 줄 묘기, 형광 조명을 이용한 블랙 라이트 등 다양한 요소들이 사용되고 적지 않은 곡을 부르기도 한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하기보다는 파편화된 상황 연출을 하는데 솔직히 작품의 의도가 무언지는 모르겠다. 작품 소개서에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여성 예술가의 시점에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어우동이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사건들을 재미있고 호기심 있게 접근”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흥미로운 컨셉이 공연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천을 이용한 서커스, 블랙 라이트, 저글링 등 꽤 흥미로운 기예를 모아놓았는데, 이미 태양의 서커스 급을 본 국내 관객들에게 이들의 서커스가 놀라울 리는 만무하다. 이미 비슷한 공연의 훨씬 뛰어난 기량에 눈높이가 맞춰진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기량이었다.
 




3D 뮤지컬 <폴리타> 폴란드

‘3D 뮤지컬’이란 홍보가 솔직히 크게 기대되지 않았다. 뮤지컬 자체가 3D인데 굳이 3D를 강조하는 이유가 아마도 3D 영상을 강조한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지만 결과는 크게 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D 뮤지컬 <폴리타>는 무대 공연과 영상의 장점을 적절히 조합해 효과를 극대화한 작품이었다.


작품은 폴란드 출신의 유명 영화배우 폴라 네그리(Pola Negri)의 일대기를 담았다. 찰리 채플린의 약혼자이기도 했고, 중동의 왕자와 결혼을 하면서 숱한 스캔들을 뿌렸던 인물이다. 폴라가 내레이터가 되어 그녀의 화려했던 삶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실제 폴라 네그리의 영화와 자료 영상이 사용되기도 하고, 폴라 역을 맡은 배우가 찍은 무성영화 느낌을 주는 영상이 3D 영상으로 적절히 사용됐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무대 전면의 3D 화면과 무대를 결합한 장면이었다. 무대 전체를 3D 스크린으로 삼아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무한정 확장시켰다. 폴라의 가족이 고국을 떠나는 장면은 시네마스코프 형식의 와이드 스크린으로 눈 내리는 설원을 걷는 이주민들을 보여주었고, 거대한 유람선을 타고 내리는 장면이나, 마음을 잡지 못한 폴리타와 발렌티노가 비행 여행을 하는 장면은 실제 비행기 조정사의 시각에서 펼쳐지는 영상과 공중에 떠 있는 비행기를 결합해 영상에서만 보여줄 수 있었던 역동적인 비행 장면을 연출했다.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아름답고 화려한 영상이 입체적으로 펼쳐졌는데, 영상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배우들과 잘 어우러졌다. 지그필드 스타일을 오마주한 ‘지그필드의 리뷰’ 장면은 무희들의 화려하고 거대한 퍼포먼스를 3D 그래픽으로 선보였다. 1막 마지막 ‘찰스턴 바빌론’은 3D 무도회장을 배경으로 폴라와 무희들이 신 나고 흥겨운 찰스턴을 선보인다. 댄서들의 춤 실력도 수준급이었고 노래도 일품이었다. 폴란드의 문화적 역량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6호 2017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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