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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달라진 남북 관계에서 ‘희망’봤다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2018-07-02 4,015
<국경의 남쪽>이 2년 만에 돌아왔다. <국경의 남쪽>은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밀회’, MBC 드라마 ‘하얀 거탑’ 등 드라마마다 화제를 모아온 안판석 감독이 연출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서울예술단 가무극이다.



<국경의 남쪽>은 지난 6월 29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달라진 공연을 선보이는 자리를 가졌다. 일정을 이유로 자리하지 못한 유희성 신임 이사장을 대신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덕희 서울예술단 팀장은 “88 서울예술단으로 창단할 당시 남북교류라는 미션이 있었다. 2016년 초연 당시 남북 관계가 경색되어 있었지만 멀리 보고 북한과 탈북자 소재 작품을 개발한 것”이라고 <국경의 남쪽>을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국제정세다. 반능기 연출은 “2년 전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과 지금 이 시대에 하는 것 자체가 관객들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이 점에 맞춰서 가사와 이야기의 흐름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극장이 바뀌면서 무대적인 미장센이 달라졌고, 새로운 넘버가 세 곡 추가되었고, 안무도 많이 추가하면서 가무극으로서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노정식 안무가는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춤을 잘춘다. 움직임에 대한 센스가 좋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서 행복했다”며 서울예술단과의 협업에 대해 말했다. “<국경의 남쪽> 안무는 화려하지 않지만 사랑의 감정을 진솔하게 담으려 했다. 첫 장면에서 춤에 대한 에너지를 쏟아내고, 이후부터는 드라마 중심으로 풀었다”라며 안무에 대한 관심도 부탁했다. 




정영 작가는 “남북에 국경을 둔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소재지만 삶에서 보이지 않는 국경에 대한 이야기”라고 <국경의 남쪽>을 바라봤다. 주인공 선호가 “(독주 악기가 아닌) 호른은 혼자 연주할 수 없다”고 말하듯 “혼자 연주할 수 없는 협주곡 자체가 인생이 아닐까”한다고 의미를 짚었다. 

정 작가가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것은 ‘희망’이다. 4월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들 때 마음 속 국경이 흐릿해지는 감동을 받으셨을 것”이라며 “치유할 수 없는 불치병의 아픔 혹은 슬픔을 말하는 건 아닌가” 했던 초연과 달리 재공연은 희망을 꿈꿀 수 있게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공연에서는 총 세 곡이 추가되었다. 선호 넘버 두 곡과 선호와 연화의 듀엣 한 곡이다. 이나오 작곡가는 “추가된 안무 장면 사이에 들어가는 연주곡도 조금 더 작업했다”고 말했다. “선호에게서 보물상자 속에 있는 순수한 영혼을 봤다”며 “이런 우직함과 음악적 서정성을 결합하니 아름다웠다. 이걸 초점으로 세 곡을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내공을 발휘해 아름답게 표현해준 신경미 음악감독과 오승현, 최대명 편곡자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초연 당시 무용수에서 배우로 거듭난 최정수(선호 역)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들으며 자랐던 세대라 통일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통일이) 가능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달라진 마음가짐을 털어놓았다. “한민족으로서 모르는 부분과 같은 부분을 세밀하게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고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밝혔다. 

강상준(선호 역)은 “첫 주연을 맡아 연습까지 부담감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가 북한말을 쓰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두 번째다. 2017년 공연한 <꾿빠이, 이상>에서 화가 길진섭 역을 맡기도 했던 것. 

“선호는 평양시 출신인데, 길진섭은 훨씬 이북 사투리에 가까웠다”며 오히려 “평양 사투리는 서울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상도 출신이라는 그는 “서울 사람들이 경상도 사람들이 말하는 걸 볼 때 화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화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예를 들며 “이 인물이 어떤 마음으로 말했을까”를 연구하고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두 배우는 선호로 출연하지 않는 회차에는 박형사로 출연한다. 박형사는 남한 사람이라 상반된 두 역할을 소화하면 혼란도 있을 터. 최정수는 “어려웠다”며 상반된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어제는 선호로 연화를 바라보다가, 내일은 선호가 울리고 간 연화를 바라볼 때 선호에게 마음이 기울기도 했다”며 한편으론 재밌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형사는 따뜻하게 안아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인물이고, 선호는 첫 사랑의 애틋함을 간직한 인물인데 둘을 같이 연기하다 보니 사랑에 대해선 박사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강상준은 최정수의 말에 공감하며 “박형사는 숱하게 새터민을 상대하는데, 동정의 눈으로 추근덕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의무에 책임감을 다하는 형사로 보이고자 했다”고 연기 방향을 들려주었다. 

경주 역을 맡은 하선진은 아버지가 이북 출신이라 실제로도 이산가족이 있는데도 남북 분단 현실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아무것도 몰라도 TV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는 걸 보고 이상하게 눈물이 나는 분들이 많으셨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울컥하는 감정을 가진 온 국민이라면 다 보셔도 좋을 작품”이라고 추천했다. 

한편, <국경의 남쪽>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7월 15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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