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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빈자리를 마주하는 방법…연극 <빈자리 없음> 개막

글: 이솔희 | 사진: 두산아트센터 2026-10-28 152

 

두산아트센터는 DAC Artist(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 이경헌의 신작으로 연극 <빈자리 없음>을 오는 11월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선보인다.

 

DAC Artist 이경헌은 세상에 대한 섬세한 인식을 바탕으로 시간, 기억,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극작가다. <래빗 헌팅>으로 202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됐으며, 사건보다는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그들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신작 <빈자리 없음>은 이경헌의 자살 사별자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이전 두 작품인 <서재 결혼 시키기>, <감정 연습>에서는 남겨진 이들의 연대에 주목했다면, 신작에서는 애도에 이르는 과정 중 자살 사별자들이 마주하는 구조적 모순을 들여다본다.

 

이경헌은 “자살 사별자들은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를 원망하고 책임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대부분 죽음의 원인을 이분법적 사고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작품은 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 죽음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질문한다. 밀도 높은 대화를 통해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 변화를 그리며, 예지의 죽음을 추적하는 주은과 주변 인물들이 빈자리를 마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빈자리 없음>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재학생 예지가 자살한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예지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는 가운데, 주변 사람들은 가장 친한 친구였던 주은에게 이유를 묻는다. 주은이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자, 그런 반응이 주은을 의심의 대상으로 만든다. 언젠가부터 주은은 책상과 의자를 교무실 복도에 옮겨놓고 수업 시간에 들어가지 않는다. 한편 주은과 예지의 담임이었던 수학 교사 이림은 다시 주은의 담임을 맡겠다고 나선다. 예지의 복수를 하려는 주은과 주은을 이해하려는 이림은 매주 금요일마다 수학 보충수업을 시작한다.

 

 

이번 작품의 자문과 이해자료를 쓴 고선규 임상심리학 박사는 “우리는 죽은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 특히 자살로 누군가를 잃은 사람에게 그 욕망은 더 간절하다”고 말한다. “원인 하나를 찾아내면 빈칸도 채워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관계가 남긴 자리는 그렇게 사라지지 않는다”며 “애도는 알 수 없는 것을 끝내 알아내는 일이라기보다, 알 수 없는 것이 남아있음을 견디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재 결혼 시키기>, <감정 연습>에 이어 자살 사별자 3부작 모든 작품의 연출을 맡은 신명민은 “애도에는 정답이 없다.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슬퍼할 수 없으며, 누구나 같은 속도로 상실을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말한다. 이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누군가의 슬픔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이 존재할 자리를 내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빈자리 없음>이 그런 자리를 만들어내는 연극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경헌은 인간의 사고방식이 퍼즐을 맞추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데에 착안해 희곡을 퍼즐 구조로 구성했다. 1부는 총 16(4×4)개의 장면이 기억의 파편처럼 짧게 이어지며, 주은이 ‘예지의 자살’을 추적하기 위해 퍼즐을 맞추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보여준다. 2부는 총 9(3×3)개의 장면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이어지고, 관객은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통해 ‘예지’에 대한 퍼즐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무대는 무채색으로 뒤덮여 있으며, 교실과 상담실, 미술실, 옥상 등의 공간이 한곳에 어지럽게 겹쳐 있다. 현재와 과거의 시공간이 뒤섞인 무대는 인물들의 복잡하게 얽힌 내면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빈자리 없음>은 박세인(남주은 역), 정다함(안예지 역), 김빛나(강다미 역) 배우가 학생을 연기하고, 신윤지(이이림 역), 박용우(임윤준 역), 우미화(노현희 역) 배우가 교사를 맡아 몰입도 있는 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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