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SPECIAL] 미리 보는 <프랑켄슈타인> [NO.126]

글 |배경희 2014-04-09 4,725

MUSIC & STAGE

<프랑켄슈타인>은 왕용범 연출가가 오랜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뮤지컬이다. 2006년 <컨페션> 이후 8년 만의 창작뮤지컬인 만큼 심혈을 쏟을 수밖에 없을 터. 그의 야심작에 함께할 파트너로 나선 이는 이성준 작곡가다. ‘왕용범 스타일’을 드러낸 그의 최근 작품을 모두 함께 작업한 두 사람은 공연계에서 인정하는 콤비. 무대 비주얼 담당자로는 최근 몇 년 동안 화려한 유럽 뮤지컬 무대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서숙진 무대디자이너가 발탁됐다. <프랑켄슈타인>을 점쳐볼 수 있는 힌트가 될 두 창작자의 일문일답을 싣는다.

 

 

 

 


이성준 작곡가
<프랑켄슈타인>의 음악적 컨셉을 설명해 달라.

아마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어둡고 강한 분위기의 음악을 떠올릴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작품이 시종일관 어둡진 않다. 굳이 음악의 컨셉을 정의하자면, ‘종합 선물 세트’다. 물론 내 음악은 클래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곡 구성 자체는 클래식적인 색채가 강하지만, 장면의 느낌에 맞게 곡을 쓰다 보니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쓰게 됐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감정이 격정적인 장면에서는 록으로,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왈츠풍으로 작곡했다.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장면에서는 펑크나 레게 스타일의 곡을 넣기도 했다.


이번 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뭔가.

『프랑켄슈타인』은 워낙 유명한 고전 소설인 데다, 스케일이 큰 작품이기 때문에 시작부터 부담이 됐다. 더욱이 이런 외국 고전 소설을 창작뮤지컬로 만드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니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서 부담이 더욱 컸다. 마음의 부담을 안고 음악적인 욕심을 자제하면서 작곡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다행히 왕용범 연출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터라, 연출이 큰 도움이 됐다. 왕용범 연출과 최대한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작품 전체 분위기에 음악이 잘 조화될 수 있도록 집중했다.


<프랑켄슈타인>의 음악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나.

난 크리스천이다. 힘들거나 기쁠 때마다 꼭 신께 기도하고 의지하곤 한다. 그런데 <프랑켄슈타인>은 생명 창조라는 신의 고유 영역에 도전하는 남자의 이야기 아닌가. 그래서 이번 곡 작업을 하는 동안 음악으로 신과 맞서 싸우려는 기분이 들어 내적 갈등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늘 신 앞에서 갈등을 겪기 마련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그랬듯이 말이다. 이번 <프랑켄슈타인>의 음악은 신께 절규하는 마음, 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바치는 음악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서숙진 무대디자이너

무대 디자인은 어디서 출발했나?

디자인 구상 단계에 떠올렸던 이미지는 바벨탑이다. 높은 탑을 지어 천상 세계에 닿고자 했던 바벨탑 일화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이야기는 비슷한 지점이 있다. 그래서 바벨탑 같은 높은 계단을 무대에 세워서 더 높은 곳을 향하고자 하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욕망을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출이 원했던 건 표현주의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가우디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어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비틀린 곡선 사용이 특징인 그의 건축물처럼 날카롭고 휘어진 선의 느낌을 살려 인간의 일그러진 내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 세트의 기본 골격은 뭔가.

이번 무대의 기본 색은 검은색에 가까운 흑갈색이다. 딱 한 장소, 인간의 밑바닥이 드러나는 천박한 격투 도박장을 제외하곤 모두 이러한 무채색을 사용했다. 기본 구조는 프로시니엄 아치와 이층 높이의 다리 구조물, 양옆의 원형 계단이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2~3명만 등장하기 때문에, 배우들을 다리 상하에 배치해 한눈에 들어오도록 하기 위한 설정이다. 그래야 극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니까. 또한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대비되는 두 세계를 구분해 보여주기에도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원형 계단은 영상막의 장치로도 활용된다.

 

비주얼적으로 가장 돋보이는 장면을 꼽는다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생명 창조 실험이 진행되는 연구실. 그리고 2막의 거대한 숲이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이다. 우리 작품의 연구실은 영화에서 그려진 것처럼 환상적인 느낌은 아니다. 연출이 배우가 직접 만지면서 연기할 수 있는 비교적 사실적인 공간을 원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실험실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괴물이 대면하게 되는 숲은 가지가 사방으로 휘어진 얇은 나무 기둥들을 빼곡하게 세울 계획이다. 왜곡된 이미지를 전하고자 했던 숲은 이번 공연에서 유일하게 초기 디자인 스케치대로 만들어진 세트이기도 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6호 2014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