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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PEOPLE] <왕세자 실종사건> 김유영 [No.107]

글 |박병성 사진 |이맹호 2012-08-22 6,060

여유를 아는 배우

 

김유영이 <왕세자 실종사건>의 자숙이로 돌아왔다. ‘돌아왔다’는 말은 어쩌면 합당한 표현이 아니다. 그녀는 다작 출연 배우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무대에 서왔고 참여하는 작품마다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런 김유영에게 ‘돌아왔다’는 표현은 실례일 수 있다.

 

 

자숙으로 돌아오다

적지 않은 이들이 <스프링 어웨이크닝> 이후 김유영의 행적에 대해 잘 모른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순수하고 섬세한 벤들라로 데뷔한 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유영은 이후 주로 비중 있는 조역에 출연해왔다. 그리고 매 작품마다 변신을 거듭하면서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벤들라와, <너와 함께라면>의 여동생, <늑대의 유혹>의 한경, 그리고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태희가 한 배우였다는 것을 헷갈려 하는 이도 있었다. 실제 <너와 함께라면>에서 건강하고 엉뚱한 시골 소녀 같은 여동생 역을 했을 때 그녀가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벤들라였음을 모르는 이들이 꽤 많았다. 그만큼 무대마다 김유영은 성격도, 심지어 외모까지도 다르게 보였다.


김유영은 한 해 한두 편의 작품에 출연해왔다. 많은 작품 수는 아니지만, 그 작품들마다 보여준 변신의 폭은 컸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거쳐 다시 데뷔작과 가장 가까운 <왕세자 실종사건>의 자숙을 맡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돌아왔다’라는 표현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김유영의 배우로서 정체성이 ‘벤들라’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벤들라’와 ‘자숙’ 사이에도 캐릭터상의 큰 차이가 있지만, 김유영의 실제 성격은 때 묻지 않고 순수한 벨들라와는 거리가 있는, 털털한 왈가닥 쪽이다.

한동안 코믹한 역할만 해와서 이제는 진지하게 캐릭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왕세자 실종사건> 팀에서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 여행을 다녀오느라 놓친 작품도 있었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자 바라던 스타일의 작품에서 오디션 제안이 온 것이다. 그래서 왠지 인연이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코로 땅콩을 발사하던 막내동생(<너와 함께라면>)과 얌체 같은 신입 사원 김태희를 연기하다가, 아픈 사연이 많은 자숙을 하려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 “연출님이 남자 같다고 하세요. 원래는 여성스런 면도 있고 그랬는데, (코믹한 역할을 주로 하다 보니) 그런 모습을 많이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맞아, 내게도 저런 모습이 있었는데 그걸 찾으면 되겠구나. 그런데 그때보다 몰입하긴 힘들죠.” 벤들라에서 왈가닥 막내동생, 얌체 사원 김태희로 변신이 가능했듯, 이제 다시 아픔을 삭이며 견디는 자숙으로의 변신도 거뜬히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자숙은 구동이의 사랑도 받고, 중전의 사랑도 받고, 왕의 사랑도 받지만 (그로 인해) 끝까지 울 수밖에 없는 인물이에요. 난처하지만 자숙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려서 누구도 선택할 수 없는 인물이죠. 자숙이 매력이 있으니까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잖아요. 그걸 찾고 있는 중이에요.” 그렇다. <왕세자 실종사건>에서 자숙은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런데 왜 다들 자숙을 사랑하는지 모르겠다고 의심이 든다면 이 작품은 기본 설정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자숙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 자숙의 매력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설명을 요구하자 이렇게 대답한다. “자숙이는 어리지만 중전의 슬픈 마음을 안아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친구예요. 어떤 고민을 털어놔도 안아줄 것 같은 마음의 그릇이 큰 아이인 것 같아요.” 김유영의 자숙이 만인들의 사랑을 얻어내는 데 성공할까. 그것은 무대에서 확인하기로 하자. 

 

 

배우의 변신은 의무


김유영은 지금까지 매번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왔다.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되기보다는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한 작품이 끝나면 새로운 도화지를 꺼내고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인물들이라고 해도 그 모습은 인간 김유영에서 출발한다. “어떤 역할을 하든 그 중심에는 제가 있어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연기해야 한다면 못했을 거예요. 제가 우울한 정서를 더 많이 가지고 있고 유쾌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안에 유쾌한 내가 있더라고요. 그 점을 키우고 키워서 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배우는 다른 삶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배우의 작업을 김유영은 사랑한다. “제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끄집어내는 일은 힘들죠. 게다가 평가를 받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작업이 즐겁고 재밌어요. 저로 인해 감동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게 보람되기도 하고요.”


데뷔 3년 차. 출연 작품 수는 많지 않고 아직 신인이랄 수 있는 경력이지만 김유영은 자숙처럼 성숙한 느낌을 준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식상한 질문을 던지자, ‘오래도록 기억되는 배우’, ‘어떤 역이든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라는 모범 답안 대신, ‘여유 있는 배우’라고 답한다.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대답이다. “배우가 쉬지 않고 여러 작품을 출연한다고 배우로서 열심히 한다고 생각지 않아요. 나라는 사람으로 돌아갔을 때 다른 무언가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배우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책도 읽고, 혼자 여행도 떠나고 그런 시간들이 중요하죠. 유명해지는 것보다 여유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7호 2012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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