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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VIEW] <천국의 눈물> 김준수.브래드 리틀 [No.89]

글 |김영주 사진제공 |설앤컴퍼니 2011-03-02 5,198

그때 그곳에서 누군가 정말로

 

창작뮤지컬의 공개 리허설에 이 정도로 많은 매체가 몰린 적이 또 있었을까. 지난 1월 10일, 남산창작센터에서 열린 공개 리허설에서는 <천국의 눈물>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곱 개의 신이 먼저 공개되었다. 각 장면에 앞서 연출가 가브리엘 베리의 짤막한 멘트가 있었고, 세 명의 준과 두 명의 린, 그리고 그레이슨 대령이 차례로 카메라 앞에 섰다. 별도의 음향 효과 없이 피아노 반주만으로 진행되는 리허설에서도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귀에 감기는 선율은 여전했으며, 베트남 전쟁의 새로운 전기가 되었던 테트 공세를 표현한 앙상블의 군무 장면은 특히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틈 없이 빽빽하게 늘어선 카메라에서는 시종일관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는데 정신없는 셔터 소리가 특히 요란했던 것이 언제였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유난한 플래시 세례만큼이나 일방적인 관심과 의심을 한 몸에 받는 만만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비교적 차분해 보였던 김준수와, 언제나 여유로운 브래드 리틀이 참석한 라운드 인터뷰는 공개 리허설에 바로 이어서 진행되었다.

 

 

지금 우리는…

김준수  <모차르트>라는 작품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서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고민 중에 제의를 받은 <천국의 눈물>은 무엇보다 음악이 가장 좋았다. 이 음악 안에서 연기하고,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또 브래드 리틀이라는 뮤지컬 스타와 공연을 할 수 있다면 많은 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에 공연에 동참하게 되었다. 함께 연습을 하고 있는데 정말 설레고, 지금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브래드 리틀  이 공연은 초연이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고 있는 동료들 외에는 아무에게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때문에 오늘 이렇게 언론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 매우 긴장을 했고, 한편으로는 아주 흥분했다. 지금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 우리 가족들이 모두 자랑스럽다.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탄 것처럼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고, 지금까지 한 것처럼 앞으로도 서로에게 배워가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나 역시 누구를 가르친다기보다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함께 즐기기 위해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내가 믿는 최고의 스승은 경험이다. 이곳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있고, 그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 데뷔작 <모차르트>와 비교하면 <천국의 눈물>은…

브래드 리틀  두 작품은 매우 다르다. 팬텀은 상상에서 존재하는 배역이었고, 판타지를 그려낸 작품 안에서 그 일부를 이루는 캐릭터였다. 이에 비해 그레이슨은 아마도 역사적으로 돌아가 보면 실제로 그와 같은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를 만큼 현실적이다. 그래서 이 배역을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하면서 사실에 아주 가깝게, 오버하지 않고 표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천국의 눈물>의 그레이슨 대령이 팬텀보다 더 소화하기 어려운 역이라고 생각하고, 배우로서 현실에 집중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하고 있다.
김준수  <모차르트>때도 배경이 아주 옛날이어서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그 작품은 모차르트의 일생에 대해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방식으로 접근을 했다. 가상이기 때문에 내가 (나름의 해석대로) 하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천국의 눈물>은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 그리고 삼각관계에서 극이 시작되고, 애정 신도 많기 때문에 내가 이런 요소를 연기나 노래로 표현해 내야 하는 것 또한 준 역할의 어려운 점인 것 같다. 그만큼 잘 해 내기 위해서 다른 배우 분들의 조언을 많이 구하고, 다른 분들의 연기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시점이다.

 

 

캐릭터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사는…

김준수  나와 린이 사랑에 빠진 것을 알게 된 그레이슨 대령이 나를 최전방으로 보낸다. 떠나기 전날, 린이 가면 안 된다고 붙잡지만 준이 ‘내 임무를 저버릴 수는 없어요. 당신을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이라고 말한다. 린이 ‘당신도 내 오빠처럼 돌아오지 않을 거잖아요’라고 하면 내가 ‘나는 꼭 살아서 돌아올 거예요. 당신이 나를 믿어주는 한’이라고 하면서 ‘ Can You Hear Me?’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기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예전 남자의, 정말 옛날에 있었을 것 같은 헌신적인 사랑이고, 순수한 사랑의 모습이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 때 그 수많은 군인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정말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묘사가 되어서, 그 대사가 2막을 이끌어가는 힘이 된다. ‘나는 살아남아야 해, 린과 약속했기 때문에 절대 죽지 않고 살아야만 해’라는 준의 동기가 2막을 쭉 이어 나간다. 그것이 이 작품의 2막에서 준이 말하고 싶은 가장 간절한 대사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을 보면 아시겠지만, 참 슬프다. 정말로 새드 스토리다.

브래드 리틀  준수가 말한 신의 바로 앞 장면에서 그레이슨 대령은 자신의 연인을 젊은 병사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자기 여자를 되찾기 위한 다짐을 노래로 부르는데 그 가사 중에는 ‘젠틀하게’ 그녀의 사랑을 되돌려놓겠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젠틀(Gentle)’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누구나 아는 의미 그대로, 그레이슨 대령이 얼마나 ‘젠틀하게’ 린을 사랑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또 한 가지 의미는 그가 얼마나 ‘젠틀하게’, 아무런 트러블 없이, 조용히 준을 없애버릴 것인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레이슨 대령이 어떤 인물인지 보여주는 데 가장 적합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김준수  내가 생각하기에 그레이슨 대령이라는 인물은, 감히 의견을 내본다면, 나보다 오히려 더 슬픈 사랑을 하는 남자가 아닌가 싶다. 준의 입장에서는 악역일 수밖에 없지만, 그도 린이라는 여자를 정말 사랑한다. 아주 진실하게 사랑하는데 린은 그 사람은 전혀 보지 않고 오직 나만 바라본다. 작품을 그레이슨 대령의 입장에서 봐주시면 또 다른 측면의 사랑이 느껴지실 거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그 역에 도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나?) 아, 일단 영어를 잘해야 하기 때문에…(웃음)

 

 

서로에 대해

김준수  최고의 뮤지컬 배우임에도 어떤 배우와도 잘 어울리고 친절하고 누구에게든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존경스럽다. 한참 어린 배우들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런 모습으로 늙고 싶다고 생각했다.(일동 웃음)
브래드 리틀  준수가 우리와 작업을 한다고 들었을 때 굉장히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했고 매우 흥미로웠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아주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가 연기를 할 때 그 마음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이 된다면 관객들이나 여러분들이 그를 연기자로서 받아들이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9호 2011년 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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