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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슬프고도 아름다운 동화 [No.104]

글 |배경희 사진제공 |아시아컨텐츠브릿지 2012-05-26 4,380

현재 공연계가 주목하는 화제의 인물은 단연 서윤미 작가가 아닐까. 2010년 <올 댓 재즈>로 뮤지컬계에 ‘불쑥’ 나타난 서윤미 작가는 이후 몇 편의 창작뮤지컬 작업에 참여했지만, 사실 그해 그녀의 등장을 눈여겨 보는 이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2011년 가을을 기점으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신개념 ‘병맛’ 코드를 갖춘 <늑대의 유혹>과 <밀당의 탄생>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단숨에 기대주로 떠오른 것. 여세를 몰아서 김수로 프로듀서와 손을 잡고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은 스릴러 <블랙메리포핀스>다. 줄거리, 캐릭터, 캐스트 등의 대략적인 정보만 알려진 이 신작 소극장 뮤지컬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티켓 오픈 당일 예매율 1위를 기록했을 만큼 뜨겁다. 이는 작가에 대한 신뢰와, 추리물이라는 장르,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들의 출연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블랙메리포핀스>는 P.트래버스가 1934년에 발표한 『메리 포핀스』가 어쩌면 유년 시절의 상처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동화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작가가 책 내용과 반대되는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기에 그런 행복한 동화를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한 것이다. 서윤미 작가는 극 중 캐릭터 요나스를 작가로 설정하고, 유년기에 아픔을 겪은 그가 커서 쓰는 동화가 『메리 포핀스』라고 상상한다. 요나스는 어릴 적 받은 정신적 충격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인물로, 이 원인은 보모 메리 슈미트가 용의자로 몰린 의문의 살인 사건과 연관이 있다. <블랙메리포핀스>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메리를 중심으로 한스와 헤르만, 안나, 요나스, 네 인물이 사건의 전말을 추리하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네 사람에게는 유명 심리학자 그라첸 슈워츠 박사에게 입양된 아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누가 범인일까’를 쫓는 것이 아닌, ‘이런 일이 왜 일어나게 됐을까’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작가는 이 뮤지컬의 장르를 ‘심리 추리 스릴러’라고 명명한다. 극본을 쓰기 전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했던 서윤미 작가는 “전작에서 아동 성추행 문제를 다루면서 이런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아동 문제에 대해 어떤 행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연출은 이번 공연에 대해 “음악과 드라마가 밀접한 극”이라고 자부한다. 이는 그녀가 극작과 작곡, 연출까지 도맡았기에 신빙성이 높다. 작곡까지 하는 이유에 대해 “음악적 욕심보다는 장면 장면에 원하는 색깔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내용을 구상해 놓고, 이미지에 맞는 배우를 선발해서 극본을 쓰는 것이 서 작가의 작업 방식이다. 이번 공연은  정상윤과 장현덕, 강하늘, 임강희, 송상은 등 젊은 배우들의 조합에 작품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중견배우 추정화와 태국희가 합세한, 뮤지컬 팬덤의 지지를 받는 드림팀으로 구성됐다.

 

배우들이 꼽는 베스트 장면은 극에서 유일하게 밝은 장면인 ‘메리를 기억해’와 한스와 메리가 대립각을 세우는 ‘메리의 유언’이다. 턴테이블과 의자 5개를 활용한 심플한 원 세트 무대와 신체 언어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짠 안무도 눈에 띈다. 신선한 소재와 스릴러라는 매력적인 장르, 거기에 멜로까지 가미된 <블랙메리포핀스>는 관객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올봄 또 한 편의 스테디셀러를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5월 8일~7월 8일 /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1탄 / 02) 548-0597~8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4호 2012년 5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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