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초연해 작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인당수 사랑가>가 10주년을 맞아 오랜 만에 재공연 무대를 연다. 2007년 공연 이후 5년 만에 이루어지는 공연이다. <인당수 사랑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소설이자 판소리인 『춘향전』과 『심청전』을 결합한 흥미로운 구성으로 사랑을 받았다. 초연 이후 2007년까지 매해 공연될 정도로 고정 팬을 확보한 작품이다. 2003년 삼청각 공연 때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관람해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인당수 사랑가>가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도 익숙한 작품을 새롭게 재구성한 데서 비롯된다. 눈먼 봉사를 돌보는 심춘향이 마을 사또 자제인 몽룡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게다가 단순히 『춘향전』과 『심청전』을 물리적으로 결합한 것이 아니라 인물들을 현대적으로 재설정함으로써 젊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인당수 사랑가>의 심춘향은 눈먼 아버지를 정성껏 공경하는 효녀이지만 사랑을 위해 야반도주를 감행할 정도로 결단력 있는 현대 여성이다. 원작에서 힘과 권력으로 춘향을 유린하려던 변학도는 춘향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젊은 날의 풋사랑보다 묵직한 중년의 순정을 지닌 캐릭터로 변했다. 그래서 춘향이나 몽룡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감초 역할을 하는 방자와 뺑덕어멈 역시 현대적인 캐릭터로 재해석된다. 포졸, 마을 아낙네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앙상블도 사랑을 받았다. 남자 배우가 여장을 하고 마을 아낙네로 등장하는데 2003년 버전에서는 오만석이 이 배역을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해 박수를 받았다.
전통 판소리를 적절하게 가미한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해설자로 도창(소리를 맡아 극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이 등장해 극을 이끌어간다. 도창은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고, 등장인물에게 말을 거는가 하면 관객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해학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도창이 다른 해설자와 다른 것은 그러한 해설을 소리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판소리가 원작인 만큼 원작의 판소리 대목이 적절히 들어가고 새롭게 작창한 소리도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구음과 랩 등 현대적인 음악들도 뒤섞여 제대로 된 퓨전 음악을 선보인다.
소극장에서 공연했던 작품을 중극장인 동숭아트센터로 옮겨 규모를 키웠다. 무대 세트나 작품 속 소품들도 그에 어울리게 변화를 주었다. 마을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장면에서 등장하던 손인형은 전통 꼭두극 형식으로 큰 극장에 어울리도록 했고, 규방 공예와 한지 공예를 이용해 무대 전체에 고풍스런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했다. 무엇보다 큰 변화를 시도한 것은 음악이다. 이전 공연에서 음악과 드라마가 효과적으로 맞물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립합창단 전임 작곡가인 김준범과 작곡가 김아람에게 새로운 음악을 맡겼다.
드라마적으로도 디테일한 변화가 있다. 박새봄 작가는 “변학도가 멋진 중년의 남성으로만 지나치게 미화된 것 같아 이번에는 권력을 이용해 춘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하는 모습을 부각시켰다”고 했다. 전작에서는 전관 사또의 부탁으로 심봉사를 옥에 가두는 것으로 설정했으나, 이번 버전에서는 춘향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심봉사를 방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디테일한 면들이 보강돼 순수하고 이상적인 몽룡의 사랑과, 중후하고 현실적인 변학도의 사랑이 대비되면서 좀 더 현실감 있게 전개될 것이다. 뺑덕어멈의 비중이 커진 것도 미세한 변화다.
<인당사 사랑가>의 10주년 기념 공연에는 옛 멤버들과 새로운 멤버들이 조화를 이룬다. 춘향 역은 새 멤버로 임강희가, 몽룡 역은 예전 멤버인 박정표, 송욱경이, 변학도 역은 예전 멤버 손광업과 새로 투입된 임현수가 맡는다.
11월 4일~12월 2일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 02) 749-9037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0호 2012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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