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공연의 종류는 다양하다. 웅장함에 사로잡혀서, 긴장감 넘쳐서, 또는 알 듯 모를 듯해서 재미있는 공연들에 관객들은 이끌리곤 한다. 하지만 ‘재미있다’의 첫 번째 의미는 아무래도 ‘웃기다’가 아닐까. 이런저런 이유 필요 없고, <스팸어랏>은 웃겨서 재미있는 공연이다. 재공연이 반가운 이유 역시, ‘인생 뭐 있나요, 웃어봐요’를 흥얼거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나서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스팸어랏>은 영국의 전설적인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튼’의 1975년 영화 <몬티 파이튼과 성배>를 무대로 옮긴 것이다. 줄거리는 한마디로, 아서 왕과 다섯 명의 원탁의 기사가 신의 계시에 따라 성배를 찾으러 떠나는 여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지만, 사실 성배를 찾는 목적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캐릭터 모두 조금은 모자라지만 각각 개성 있는 매력의 소유자라는 것, 그들의 성격 덕에 여정은 순탄치 않고 우여곡절이 많다는 것, 그 다사다난에 개연성이란 없고 어처구니없음의 연속이라는 것, 이런 요소로 초현실적인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사차원적인 유머 속에는 사회·문화적인 현상을 비틀어 보여주는 풍자와 뮤지컬 패러디가 한껏 녹아 있어 웃음의 농도를 짙게 한다.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으며 토니상에서 작품상과 연출상 등을 받았고, 무척 흥행했다. 한국에는 2010년에 첫발을 내딛었는데, 객석을 꽉꽉 채우는 데 성공하진 못했다. 아무래도 한국 관객에게는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가 나오는 이야기가 낯설었던 것. 이번에는 좀 더 일관성 있는 드라마에 신랄한 풍자를 더하고, 관객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옮겨 웃음의 밀도를 높이려 한다. 온 국민이 모두 아는 ‘바보 형’ 정준하와 뮤지컬계 코미디 연기의 달인 정상훈이 앞장섰다. 서영주와 신의정, 조형균, 윤영석 등은 종전과는 다른 이미지 변신에 도전한다.
한 줄 평 :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 따위 모르는 당신이라도 웃을 수 있다.
5월 21일~9월 1일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 1588-5212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6호 2013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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