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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리뷰] <서편제> 한층 젊어진 창극 [No.121]

글 |박병성 사진제공 |국립극단 2013-11-06 4,520

올해 국립창극단에서 선보였던 일련의 창극들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기존 연극계 작가들과 연출가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선보인 창극 레퍼토리는 기존의 전통적 창극에서 벗어나 동시대인들의 감각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인간의 육체를 극한까지 몰고 가야 얻을 수 있는 소리가 현대적인 극과 결합하자 오묘한 힘을 발휘했다. 그 독특한 매력으로 인해 상반기 국립창극단이 레퍼토리로 선보였던 거의 모든 작품들이 대중들의 호평을 받으며 막을 내렸다. 상반기의 인기에 힘입어 하반기에 앙코르 공연을 준비했다. 그 첫 작품이 <서편제>이다.


알다시피 창극은 혼자 하는 판소리를 여러 명의 소리꾼들이 나누어서 연극성을 부각시킨 극 장르다. 그래서 기본적인 텍스트는 판소리이다. ‘춘향가’나, ‘심청가’ 등 판소리들이 창극의 주요 텍스트이다. 레퍼토리 작품들 중 <춘향전>이나 <배비장전>은 물론 <숙영낭자전>이나 <장화홍련전> 역시 기존 판소리가 있는 작품이다. <서편제>는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졌고, 그 원작은 이청준의 소설이다. 소리꾼 송화의 예인으로서의 삶을 그려나간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작창을 해야 하는데, 창극 <서편제>는 영리한 구성으로 판소리 작창의 어려움을 이겨낸다. 소리꾼이 주인공이다 보니 대부분의 소리는 기존 판소리에서 가져오고, 최소한의 작창으로만 구성한 것이다. 일종의 창극판 주크박스 뮤지컬인 셈이다. 2막에서는 명창 경연 대회를 열어서 다양한 판소리의 재미를 해학적으로 느끼게 한다.

 

 

부녀의 이야기이자, 송화의 눈멈이라는 상황이 유사하므로 특히 <심청전>의 여러 대목이 인용된다. 눈먼 송화가 ‘심봉사가 눈 뜨는 장면’을 부르는 장면은 창극 <서편제>의 클라이맥스로 판소리와 극적 장면이 어우러져 큰 울림을 준다. 특히 이 장면에서는 무대 연출과 음악 등 극적 장치가 총동원돼 인상 깊은 장면을 남긴다. 유봉의 3년상을 치른 송화는 마지막으로 ‘심청이 아비 그리는 대목’을 아버지에게 바치는데, 이 장면은 곧바로 시간의 간극을 넘어 나이든 동호 앞에서 송화가 소리 자락을 뽑는 장면으로 이동한다. 깊은 산속 눈은 소리 없이 내리고, 양방언의 음악은 마치 눈 내리 풍경을 음악으로 옮겨놓은 듯 배경으로 머문다. 그 고즈넉한 풍경을 감싸는 송화의 소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완성한다. 이어 그 고요한 풍경을 압도하는 ‘심봉사 눈 뜨는 대목’으로 넘어가면 감정을 극한으로 몰아붙여 격정을 맛보게 한다.

 

한지 느낌의 무채색의 무대는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했다. 뮤지컬 <서편제>의 시각적 이미지와 흡사한 면이 있지만 그것보다 진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대디자이너와 영상디자이너가 뮤지컬에 참여했던 이들이다. ‘느낌 아니까’ 좀 더 진화, 발전하면서 대형 공연장에 걸맞는 시각적 이미지를 창조해냈다. 한국 무용으로 학을 이미지화하고, 그것을 스토리 속에 녹아낸 장면도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창작 <서편제>를 지금의 작품으로 만든 것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창극단 단원들의 기량이다. 판소리는 몇 달 배워서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수년, 또는 수십 년간 소리를 익힌 배우들이 세월의 묵은 소리를 들려주어서 판소리의 가치를 새삼 발견하게 됐다. <서편제>가 비로소 제 옷을 입은 것 같았다.
그동안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창극이 새로운 시도로 젊은 세대에까지 어필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뛰어난 기량을 지닌 민은경, 김준수 등의 단원들의 출현으로 젊은 관객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 창극단의 남은 레퍼토리들도 기대가 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1호 2013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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