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한국 초연을 했던 <잭 더 리퍼>가 올여름 또다시 서늘한 런던의 거리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잭 더 리퍼>의 포스터에 들어간 ‘1888년 런던, 그땐 사랑이 있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초연 때 사용했던 ‘살인마 잭’이라는 제목을 걷어내고 원제로 돌아온 것은 살인마라는 강렬한 그림자를 지워내고, 가려진 로맨스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이다.
<잭 더 리퍼>는 영구 미해결 사건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매춘부를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잭을 수사하는 앤더슨과 살인 사건의 파생 이미지를 미디어에 이용하는 런던타임즈 기자 먼로가 살인 사건의 전말을 따르는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누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집중하는 스릴러 스토리 뒤에는 다니엘과 글로리아, 앤더슨과 폴리의 안타까운 로맨스가 자리 잡고 있다. 파격적인 살인 사건을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애틋한 사랑이 작품의 바탕에 깔려 있어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간다.
체코 뮤지컬 원작인 <잭 더 리퍼>는 원작의 스토리와 음악을 한국 관객에 맞게 수정하여, 창작에 가까운 작업을 거쳐 탄생했다. 초연을 이끈 왕용범 연출을 비롯한 스태프들 모두 한 배를 타고, 반년 만에 재연하는 <잭 더 리퍼>를 더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고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캐릭터를 더욱 분명히 하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고, 그에 따라 비극적인 로맨스도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초연에 참여했던 안재욱,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최민철 등이 다시 같은 역을 연기한다. 초연 당시 인기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여 눈길을 끌었는데, 새로운 캐스팅도 눈에 띈다. 신성우가 합류해 최민철과 더불어 잭을 연기하며,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김성민이 다니엘 역으로 출연한다. 초연과 비교했을 때 가장 의외의 캐스팅은 글로리아 역을 맡은 문혜원과 소냐이다. 비교적 강한 이미지를 선보여온 두 여배우가 참여하여, 글로리아가 좀 더 당당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잭 더 리퍼>는 안재욱과 신성우의 공연을 보러 오는 일본 아주머니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도 꾀하고 있다.
7월 22일~8월 22일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 02) 764-7858~9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2호 2010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