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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왕세자 실종사건> 미스터리 추리극 속에 숨은 사랑 [No.85]

글 |이민선 사진제공 |극단 죽도록달린다 2010-10-24 5,122

2009년 창작팩토리 우수 작품 제작 지원 작으로 선정되어 오는 10월 첫선을 보일 <왕세자 실종사건>은 2005년 예술의전당 ‘자유젊은연극시리즈’ 공모에 당선되어, 연극으로 먼저 관객을 만났다.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 콤비는 작품에 내재된 음악적 요소를 살려, 그들이 만든 연극을 다시 뮤지컬로 키우는 중이다. 연극 <왕세자 실종사건>은 조선시대 어느 밤 왕세자가 실종된 시간 전후에 궁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배열하여, 사건의 전말을 추리하는 방식으로 극이 전개된다. 왕세자가 사라진 사건이 발생한 시간에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대전 내관 구동이와 중궁전 나인 자숙이가 왕세자를 납치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그들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나인 자숙이가 임신한 사실이 밝혀지고, 서로 몰랐던 왕과 구동이 그리고 자숙이 사이에 비밀스런 관계가 드러난다. 왕의 승은을 입었다는 가정은 중전을 노하게 만들고, 내시 구동이와 정을 통했다는 의심은 조정의 법도를 어긴 일이라, 구동과 자숙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왕과 중전, 상궁과 내관이 자신의 감정과 이해관계에만 몰두하여 그들을 벌하는 사이 왕세자 실종사건은 잊혀지고 만다. 미스터리 추리극으로 시작되었던 작품은 본질을 잊고 서로를 향한 의심과 분노만 깊어지면서, 궁에서 지내는 인물들 간의 은밀한 관계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된다. 뮤지컬 역시 연극의 드라마를 따른다.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은 원작 연극의 장점을 활용하되, 뮤지컬에 맞게 새롭게 치장하기 위해 연극의 틀을 부수려 노력하고 있다. 원작에서는 사건의 추리를 위해 플래시백 기법을 많이 활용하였다. 과거 회상 장면을 오갈 때 암전을 통한 장면의 휴지 없이, 배우들의 움직임에 방향 전환과 속도 조절을 더하여 마치 영상을 빨리 감기/되감기 하는 듯한 독특한 연출을 선보였다. 뮤지컬에서도 앞, 뒤 또는 좌우로 뛰거나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는 동작으로 리듬감을 주고, 긴박하게 달리는 부분에서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멜로디를 더해 연극이 지닌 음악적 요소를 충분히 살렸다. 하지만 연극의 경우 드라마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은 편이었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빈 공간을 두어 관객들이 상상할 여지를 주었다. 뮤지컬은 그 여백에 음악을 보강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좀 더 편안하고 명확하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쉽게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세트 없이 배우들의 움직임과 동선으로 공간을 축조해냈던 연극의 매력은 뮤지컬에서도 유지된다. 인물들의 리듬감 있는 움직임은 안무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왕세자 실종사건>은 드라마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형식적인 안무가 많이 추가되지는 않을 것이다. 움직임보다는 노래하는 인물의 감정과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음악은 작곡가 황호준이 맡았다. 재즈, 스윙, 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극의 감성을 전달할 것이다. 서재형 연출은 첫 곡인 ‘살구나무 아래’와 자숙이가 부르는 동요 같은 느낌의 ‘어제만큼 지워지는 추억’, 그리고 마지막 곡 ‘구동의 죽음’을 특히 좋은 곡으로 꼽았다. ‘구동의 죽음’은 큰 극장에서 들음직한 비장미를 전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세자 실종사건>은 10월 1~2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관객들을 만나 그들의 반응을 반영하여 작품을 수정한 후, 10월 19일 좀 더 완성된 모습으로 서울 공연을 갖는다. 창작 초연작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터, 서재형 연출은 이번 공연의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는 규모를 확대하고 그에 맞는 형식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왕세자 실종사건> 초연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기대감을 더한다.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가며 개성 있는 캐릭터를 선보였던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김지현, <영웅>의 전미도, <몬테크리스토>의 조휘, <형제는 용감했다>의 안세호 등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연극 <왕세자 실종사건>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태국희와 순수한 구동이의 모습을 보여줄 김대현도 맹연습 중이다. 서재형 연출이 가장 자신하는 점이 배우들의 땀과 노력에 있는 만큼, 소극장의 가까운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배우들의 에너지는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큰 요인이 될 것이다.


극 중에서 중요한 의미로 등장하는 소품은 ‘살구’이다. 살구의 신 맛이 임신 중인 자숙이의 입맛을 돋우었던 장면과, 자숙이에게 ‘살구(殺拘)’를 전해준 ‘구(拘)동’이의 운명을 떠올려 볼 때 ‘살구처럼 시린 사랑’이라는 부제가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10월 19일~11월 7일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 010) 8131-4709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5호 2010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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