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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브로드웨이 마케팅의 새로운 주역, 바이럴 마케팅 [No.72]

글 |지혜원 (뉴욕 통신원) 2009-10-06 7,427

브로드웨이의 마케팅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관객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방식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브로드웨이가 택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들여다본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마케팅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다. 바이럴 마케팅이란,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사회적 관계(social network)를 매개로 사람들의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냄으로써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도록 계획된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확산된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이 마케팅 방식은, 주로 이메일이나 블로그, 온라인 네트워킹 사이트(social networking sites) 등을 통해 타깃 유저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구매 동기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전략이다. 국내에 ‘다음(daum)’, ‘싸이월드’ 등이 있다면, 미국 내 가장 대표적인 온라인 네트워킹 사이트로는 ‘마이 스페이스(my space)’, ‘페이스 북(face book)’ 등이 있다. 바이럴 마케팅은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확산되면서 새로운 온라인 광고 기법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소비자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마케팅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광고와 차별화된다. 소비자를 공략하는 새로운 전략을 브로드웨이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인터넷의 발달과 매체의 다양화로 다양한 사회적인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공연 마케팅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마케팅, 트위터(Twitter)
지난해 경기 불황으로 객석을 채우기가 한층 힘들어진 브로드웨이의 프로듀서와 마케팅 담당자들은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작품의 홈페이지를 통한 일방향적인 방식으로는 사람들의 발길을 공연장으로 돌리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들은 이미 여러 공연에서 활용하고 있는 온라인 마케팅(마이 스페이스나 페이스 북을 이용하는)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방식을 원했다. 그들의 선택은 새롭게 주목 받기 시작한 온라인 네트워크 ‘트위터(twitter)’다. 지난 5월 4일 <넥스트 투 노멀>은 트위터에서 ‘N2NBroadway’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35일 동안 극 중 캐릭터의 대사를 짧은 문자 메시지 형태로 수차례 전송하고 작품 전체를 제공하는 ‘트위터 퍼포먼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토니상 시상식이 열렸던 6월 7일까지 연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팬들은 물론 공연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리한 방법이었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N2NBroadway’ 페이지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보내오는 문자 메시지를 핸드폰이나 인터넷 접속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의 실제 대사들을 문자로 받고, 링크를 따라 이동하면 넘버들을 들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제공되었다. 이 방법은 트위터 유저들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티켓 수익에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트위터 퍼포먼스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약 3만 명의 가입자를 유도했으며, 극 중 마지막 대사와 마지막 곡 ‘라이트(Light)’를 끝으로 서비스가 종료될 시점에는 무려 14만5천 명이 가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배우들은 ‘N2NBroadway’ 가입자들과 직접 개인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공연을 홍보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8월 현재 가입자 수는 55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텍스트 메시지로만 공연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다소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배우의 대사가 아닌 동작이나 표정으로 표현되는 감정을 문자 메시지만으로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넥스트 투 노멀>의 극본과 가사를 담당했던 브라이언 요키(Brian Yorkey)는 창조적인 접근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대사가 없는 부분의 감정은 ‘만약 그 인물의 생각으로 다시 표현한다면’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것이다. 브라이언은 트위터 퍼포먼스에서는 무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고자 했고, 이를 문자로 전달했다.

예를 들면, 공연의 첫 장면에서 조울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디에나가 바닥에 앉아 빵과 재료들을 펼쳐놓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으면, 남편 댄이 등장해 동작과 표정만으로 그 상황의 황당함을 표현한다. 하지만 트위터 퍼포먼스에서는 이 상황에서 그가 했을 법한 생각을 ‘세상의 모든 아내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아무도 먹지 않을 샌드위치를 만드는가?’라는 대사로 표현해 관객들에게 문자로 전송했다.

<넥스트 투 노멀>


<넥스트 투 노멀>의 트위터 퍼포먼스를 시도했던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인 시츄에이션 인터렉티브(Situation Interactive)의 대표 대미언 바자도나(Damian Bazadona)는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 간접적인 홍보가 직접적인 티켓 할인 정책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공연 자체를 판매하기보다는 흥미로운 콘텐츠를 통해 작품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관객들이 직접 작품의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많은 트위터 유저들은 트위터 퍼포먼스를 통해 작품을 먼저 접한 후에 <넥스트 투 노멀>을 직접 보았거나 보고 싶어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에게 트위터는 메인 요리를 먹기 전에 충분한 에피타이저가 된 셈이다.


<넥스트 투 노멀> 외에도 <빌리 엘리어트>나 <록 오브 에이지스> 등이 트위터를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을 시도하면서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고, 메시지를 받은 즉시 답을 해야만 하는 부담감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트위터는  기존의 온라인 네트워킹 사이트나 메신저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다. 트위터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에게 접근하려는 브로드웨이 마케터들의 노력은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될 듯 하다.

 

<슈렉>

 

이야기 속으로
뮤지컬 <슈렉>은 이야기 안으로 더 들어가서 풀어내는 마케팅 전략을 택했다.

<슈렉>만의 네트워크인 ‘슈렉스터(www.shrekster.com)’를 런칭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들에 독특한 프로필을 부여했다. 가장 좋아하는 책, 영화, 음악 등 각 캐릭터들의 성격에 맞도록 재미있는 구성을 시도했다. 슈렉스터에 가입한 팬들 역시 자신들의 간단한 프로필을 공개하고 상호간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다양한 이미지나 새로운 뉴스거리 등은 물론 퀴즈문제를 제공하는 등 작품에 대한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도모하기도 한다. 일방향적 정보 전달의 형태를 벗어나 팬 하나하나가 자신들의 캐릭터를 갖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품에의 몰입을 시도한 것이다.


직장 여성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내는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는 ‘상사를 쏴라(Shoot your Boss)’라는 게임을 작품의 홈페이지에서 제공한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상사의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고,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움직이는 상사를 향해 총을 쏠 수 있도록 만든 게임이다. 작품의 성격과 딱 맞아떨어지는 동시에 꽤 효과적으로 네티즌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홍보 수단이 되고 있다. 한번쯤 총을 들고 싶었을 만큼 상사를 미워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공연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관심을 보일 테니 말이다. 


<인 더 하이츠>의 창작자이자 오리지널 캐스트였던 린-마누엘 미란다의 노력은 보다 기발하다. 그는 최근 극 중 피라과(푸에토 리코인들이 주로 먹는 빙과류)를 파는 상인 역할의 배우를 찾는 온라인 캐스팅 프로그램 ‘리걸리 브라운(Legally Brown)’을 기획했다. 실제 MTV를 통해 주역인 엘(Elle) 역할의 배우를 캐스팅했던 <리걸리 블론드>(Legally Blonde)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영리하게 이름 붙인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실제 캐스팅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연 프로모션의 성격을 띠고 진행되었다. 일반인이 아닌 실제 배우들이 피라과 상인 역할을 위해 오디션을 참여하는 것처럼 촬영된 영상이 전용 사이트(legallybrownonbroadway.com)와 유튜브를 통해 방영되었고,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투표가 진행되었다.

<인 더 하이츠>

 

<재너두>의 샤이엔 잭슨(Cheyenne Jackson), <남태평양>의 매튜 모리슨(Matthew Morrison) 등이 참여한 ‘리걸리 브라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린-마누엘의 영리함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그는 “주위에 있는 유명 배우들을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프로모션을 고민하다가 이러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비디오 클립들을 선보여 <인 더 하이츠>의 마케팅에 큰 성과를 얻은 바 있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인 케빈 맥컬럼은 “바이럴 마케팅이 니치 오디언스(niche audience)에게 접근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테크놀로지는 수단일 뿐, 목표는 언제나 보다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향하게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즉 ‘어떠한 매체를 이용하는가’가 아니라 ‘어떠한 매체를 통해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새로운 매체의 발달은 기존의 매체로는 충분히 어필하지 못했던 이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무대를 넘어선 마케팅 
2008년 여름 공연한 <타이틀 오브 쇼>는 온라인 매체의 덕을 톡톡히 보았던 대표적인 경우이다. 단 네 명의 배우로 이루어진 이 작은 뮤지컬이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NYMF)과 오프 브로드웨이를 거쳐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한 데에는 작품의 창작자이자 직접 주연을 맡았던 배우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그들은 직접 제작한 공연 소개 영상물을 마이 스페이스, 페이스 북, 유투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배포했다. 단순한 공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직접 출연한 짧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타이틀 오브 쇼>에 대해 소개하고, 이 작품이 만들어지고 브로드웨이로 진출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다. 네 명의 파트너가 오리지널 뮤지컬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실제 과정을 코믹하게 엮어놓은 이 작품의 성격에 딱 들어맞는 홍보 전략이었다.


<빌리 엘리어트>는 세 명의 빌리를 찾는 오디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빌리 엘리어트를 찾아라’를 온라인에 공개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2006년부터 시작된 지역 오디션과 2007년 6월 뉴욕에서의 최종 워크숍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이 다큐멘터리에는 어린 배우를 발굴하기 위한 그들의 신중한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화와는 달리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어떤 장치도 없이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 연기를 동시에 선보이며 빌리를 연기하는 어린 배우들 자신이 바로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가 된다. 이들의 다큐멘터리는 개막전부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마케팅의 가장 큰 과제는 ‘타깃 소비자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의 최대 마케팅 업체인 스팟코(SpotCo)의 사라 핏츠패트릭(Sara Fitzpatrick)은 “바이럴 마케팅은 신문이나 텔레비전, 옥외 광고 등 기존의 광고, 홍보 수단들과 함께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주요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바이럴 마케팅이 모든 브로드웨이 공연에 적합한 방법은 아닐 수 있다. 각 작품에 따라 적절한 형태로 균형을 맞춰 활용되어야겠지만, 바이럴 마케팅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브로드웨이를 알리고 그들을 공연장으로 초대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되어줄 수 있다는 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은 분명 브로드웨이 공연 마케팅의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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