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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숨어있는 뮤지컬 흥행의 비밀 [No.113]

글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2013-02-28 4,788

브로드웨이 흥행작이 모두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뉴욕 공연계에서는 그리 호평을 받지 못했지만 국내 관객들에게는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들도 있다. 유럽산 뮤지컬의 흥행에도 분명한 경향이 있다. 공연 시장에 따라 성공하는 작품이 다른 이유를 살펴보자.

 

 

 

 

사랑받는 유럽산 뮤지컬, 브로드웨이에서는 푸대접?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산 뮤지컬들이 주류를 이루던 한국 뮤지컬 시장에 2000년대 중반부터 지속되어 온 유럽 뮤지컬들의 약진은 눈에 띄는 경향 중 하나다. 2000년 체코 뮤지컬 <드라큘라>(2006년 재공연)가 첫선을 보이며 영미권이 아닌 지역의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차츰 높아지기는 했으나, 본격적인 유럽 뮤지컬의 상승세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투어 공연의 성공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제작사 NDPK는 이후 <노트르담 드 파리>의 라이선스 공연과 <돈주앙>의 공연을 이어감으로써 프랑스 뮤지컬의 국내 안착에 크게 기여했다. 이어 또 다른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2007년 국내 초연)이 공연되면서 유럽 뮤지컬에 대한 국내 프로듀서와 관객들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져갔다. 이후 체코 뮤지컬의 계보를 잇는 <햄릿>(2007년 국내 초연)과 <클레오파트라>(2008년 국내 초연), <삼총사>(2009년 국내 초연), <잭 더 리퍼>(2009년 국내 초연) 등도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삼총사>와 <잭 더 리퍼>는 체코의 원작을 국내 관객들의 취향에 맞도록 전면적인 수정을 가했다는 점에서 엄밀하게 ‘체코산’ 뮤지컬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동안 익숙했던 영미권 뮤지컬과는 작품의 구성이나 분위기에서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국내 관객들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후 독일어권 뮤지컬의 상륙이 본격화되며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모차르트!>(2010년 국내 초연)와 <엘리자벳>(2012년 국내 초연)은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도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또한 <지킬 앤 하이드>로 국내에 잘 알려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인 스위스 초연작 <몬테크리스토>(2010년 국내 초연)와 비엔나 극작협회(VBW)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황태자 루돌프>, 쿤체·르베이 콤비의 또 다른 작품 <레베카>에 이르기까지 유럽산 뮤지컬들은 국내 시장에서 나름대로 확실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작품의 성격이나 톤, 음악과 이야기의 구성에서 영미권 뮤지컬과는 구별되는 유럽 뮤지컬들이 유독 국내 관객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 뮤지컬들 중 브로드웨이 또는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은 거의 없다. 최근 <레베카>의 브로드웨이 공연이 투자 유치 부진에 이어 투자 사기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개막이 무기한 연기된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유럽산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는 그리 환영받는 손님이 아니다. 브로드웨이뿐만 아니라 웨스트엔드에서도 마찬가지다. 크게 나누자면 영어권 뮤지컬과 비영어권 뮤지컬로도 구분되는 작품의 명확한 성격은 그 시장의 성격이나 관객의 성향과 직결된다.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노트르담 드 파리>만 해도 영어 버전으로 제작되어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공연되었으나 큰 화제를 모으지는 못했다. 유독 이 두 시장에서 유럽 뮤지컬들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라는 큰 시장의 관객일수록 자체 시장의 작품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등과 같이 라이선스 프로덕션 또는 투어 공연을 통해 이 두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공연 시장의 관객들이 다소 생소한 이야기와 배경에 익숙한 것에 비해, 오히려 이 두 시장의 관객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익숙한 작품들만을 선호한다는 점은 모순되게 들리면서도 흥미롭다.

 

 

 

 

브로드웨이 vs. 웨스트엔드                          
전 세계 뮤지컬 시장을 아우르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는 대체로 많은 작품을 공유한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 <레 미제라블> 등의 메가 뮤지컬은 물론 최근에는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고스트> 등 웨스트엔드 시장에서 먼저 선보인 후 뉴욕 시장에 진출한 뮤지컬들은 꽤 많다. <라이온 킹>과 <위키드>, <헤어스프레이> 등 브로드웨이 히트작들이 런던 시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공연계를 대표하는 두 시장인 만큼 대개 양쪽 시장을 오가는 작품들은 오리지널 프로듀서들과 창작진들이 그대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의 큰 변형 없이 공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간혹 오리지널 캐스트 중 일부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로 자리를 옮겨 출연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위키드>의 웨스트엔드 공연에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로 2004년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이디나 멘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고,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던 <고스트>의 경우 런던 프로덕션에 참여했던 두 배우가 다시 한번 몰리와 샘을 연기하며 뉴욕의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대표 프로듀서인 디즈니와 캐머런 매킨토시가 손을 잡고 공동 제작한 <메리 포핀스>는 애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두 시장을 모두 겨냥한 경우였다. 흔치 않은 디즈니의 공동 제작 프로젝트였던 이 작품은 베테랑 프로듀서들의 협업이었던 만큼 두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디테일한 부분에서 다소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메리 포핀스> 역시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에서 버트 역할을 맡았던 오리지널 캐스트 게빈 리가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겨 오랫동안 공연하고 있다. 또한 간혹 브로드웨이 작품을 새롭게 리바이벌한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이 브로드웨이로 역수입되어 공연되는 경우도 있다.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2009), <리틀 나잇 뮤직>(2009), <라카지 오 폴>(2010) 등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런던의 작은 비영리 공연 단체인 메니어 초콜릿 팩토리(The Menier Chocolate Factory)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리바이벌된 작품들이 웨스트엔드로 자리를 옮겨 공연된 뒤 브로드웨이 관객들에게도 선보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렇듯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수의 작품을 공유하는 이 두 시장이 전 세계 공연계에서 차지하는 규모나 중요도가 막상막하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수의 작품이 오가는 두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런던과 뉴욕, 영국과 미국이라는 각 지역의 특색, 상이한 관객 성향은 작품의 선택과 기획, 제작, 운영 과정에서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한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다른 시장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법칙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해외 작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시장들이 작품에 대한 수용 범위가 오히려 넓은 편이라는 특성은 이 경우에도 흥미롭게 적용된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는 자체 시장에서 제작된 작품의 비율이 높고, 관객들 역시 각 시장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편이다. 두 곳이 그나마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지만 문화적 낯섦에 대한 관객들의 정서적인 거부감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두 시장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2005년 웨스트엔드에서 막이 올라 큰 성공을 거두었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브로드웨이 진출은 의외로 주저함이 적지 않았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에 브로드웨이 관객들에게도 그리 낯선 작품은 아니었던 데다 이미 런던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임에도 프로듀서들은 과연 이 작품이 뉴욕 관객들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을지 여러 지점에서 고민해야 했다. 일단 작품의 배경이 지극히 영국적인 데다, 물리적인 배경 역시 뉴욕 관객에게는 낯선 탄광촌이라는 점, 게다가 영국식 억양을 그대로 살려 연기해야 한다는 점 등은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뉴욕의 공연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힘든 요소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이 오르기 전, 빌리를 찾기 위해 한 차례 대대적인 오디션을 치렀던 프로듀서들은 작품과 시장의 조합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하여 이후의 오디션 진행을 보류하기도 했다. 2007년 최종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아역 배우들을 영국과 호주(당시 <빌리 엘리어트>의 호주 프로덕션이 브로드웨이보다 먼저 개막해 공연 중이었다.)에서 1년 넘게 트레이닝을 하고 나서야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막이 오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관객을 설득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아역 배우들이 적극 참여해 정서적인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기도 했다. 영국적인 정서는 다소 낯설기 때문에 ‘아이의 꿈’이라는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한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자리를 옮겨 성공하지 못한 작품들은 꽤 많다. 지난 2002년 런던에서 개막한 <치티 치티 뱅뱅>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3년이 넘는 기간에 공연되며 영국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2005년 4월 브로드웨이의 힐튼 시어터(현재 폭스우즈 시어터)로 자리를 옮긴 이 작품의 흥행 성적은 참담했다. 영국식 유머에 적응하지 못하는 관객들의 외면 속에 <치티 치티 뱅뱅>은 약 8개월 만에 막을 내려야 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2004년작 <우먼 인 화이트>도 브로드웨이에서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당시 웨스트엔드 대표 작곡가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 작품은 2005년 11월 브로드웨이의 마퀴 시어터에서 막이 올랐으나, 평단과 관객들의 냉정한 평가 속에 이듬해 2월에 막을 내리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후 미국 내 투어 공연이 기획되기도 했으나 결국 무산되었다. 최근에 공연된 영국산 뮤지컬 <고스트>도 뉴욕 무대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이며 약 4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 중 하나는 단연 <지킬 앤 하이드>다. 이 작품의 작곡가인 프랭크 와일드혼 또한 국내에서만큼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에 버금가는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국내에서 올라가는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은 현재 공연 중인 <지킬 앤 하이드>와 <황태자 루돌프>를 비롯하여 CJ E&M에서 제작하는 <스칼렛 핌퍼넬>과 <보니 앤 클라이드>, 그리고 연말께 초연을 앞두고 있는 <카르멘> 등 다섯 편이나 된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 뮤지컬의 대표 흥행작 <지킬 앤 하이드>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프로덕션은 그리 성공작으로 평가받지 못했고, 와일드혼의 다른 작품들 역시 그리 좋은 평가나 흥행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에는 국내 관객들과 소통하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게 분명하다.


<스칼렛 핌퍼넬>은 1997년 개막해 2년 남짓 공연한 작품이다. 그리 짧게 공연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성과를 얻은 것도 아니었다. 이후 개막했던 작품들의 성적은 더욱 좋지 못했다. <남북전쟁>(1999), <드라큘라>(2004), <원더랜드>(2011), <보니 앤 클라이드>(2011) 등이 가장 짧게는 4~5주(<원더랜드>와 <보니 앤 클라이드>), 길어야 약18주(<드라큘라>) 만에 막을 내렸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브로드웨이에서는 작품성이나 흥행성 면에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는 작곡가는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 앤드루 로이드 웨버나 스티븐 손드하임보다 좋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어차피 작품의 평가에는 주관적 의견이 개입되기 마련이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답을 내리기는 어려울 듯하다. 다만 적어도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들은 뉴욕의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경쟁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시장이 브로드웨이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 유럽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각 공연 시장마다 관객층이 상이하고 감성에 차이가 있으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200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 그의 창작 기반은 미국만이 아닌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자연스레 넓어져갔다. 그의 작품 중 <몬테크리스토>와 <황태자 루돌프>, <카르멘>은 각각 스위스와 헝가리, 체코에서 초연했으며, 뮤지컬 <시라노>와 <네버 세이 굿바이>는 일본에서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1년에는 국내에서 초연한 <천국의 눈물> 창작에 참여한 바 있다. 유럽 뮤지컬과 브로드웨이 사이의 간극, 한국 공연 시장과 유럽 뮤지컬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위에 프랭크 와일드혼이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그의 작품을 좀 더 꼼꼼히 분석해본다면 시장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뮤지컬 흥행의 비밀에 한 발 더 다가서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브로드웨이와 한국, 유럽의 공연 시장은 다르다. 시장을 움직이는 시스템도 상이하지만 무엇보다 관객이 다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접하게 된 배경과 계기도 다르고, 문화적인 성향, 역사적 또는 사회적인 경험도 다르다. 이것이 바로 한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모든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닌 이유다. 전 세계 공연 시장으로 자사의 작품을 유통시키는 디즈니도 가끔 의외의 결과에 놀라기도 한다. 예컨대, 공연했던 대부분의 나라에서 흥행에 성공했던 <라이온 킹>이 프랑스에서만큼은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으며, 브로드웨이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타잔>이 유럽 시장에서는 의외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한 시장에서 성공하는 작품들에는 분명 무언가 숨어있는 특별한 이유들이 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두루 살펴보며 이 비밀들을 찾아낸다면 전 세계 공연 시장에 대한 더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지 않을까? 이 부분은 필자보다 더욱 뮤지컬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한 질문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3호 2013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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