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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로미오와 줄리엣> 더욱 뜨겁고 강렬한 풋사랑을 만나다 [No.111]

글|이민선 |사진제공|국립극단 2012-12-17 4,777

<로미오와 줄리엣>이 400년이 넘도록 여전히 관객들을 사로잡는 비결은 앞뒤 가리지 않고 사랑에 뛰어드는 청춘들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그 무모한 열정은 원수 집안에서 태어난 두 연인의 비극적인 결말을 더욱 순수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사랑의 늪에 빠져든 청춘들은 있게 마련이라, 원작과 시공간적 배경을 달리한 불멸의 러브 스토리들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끊임없이 추가되고 있다. 아직 보지 못한 앙숙들 중에 40여 년 전 중국에서 극심하게 대립한 두 당파가 있다. 그 사이에서 잔인한 운명의 희생양이 된 로미오와 줄리엣이 올겨울을 뜨겁게 덥힌다.

 

국립극단은 작년부터 해외 아티스트와의 교류를 통해 고전의 변주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티엔친신 연출가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의 새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티엔친신은 중국의 국립극단인 중국국가화극원에 소속된 일곱 명의 상임 연출가 중 한 명으로, 현대적인 감각과 섬세한 연출, 주관이 뚜렷한 작품 해석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립극단 손진책 예술감독과의 인연으로 이미 국내에서 <조씨고아>를 선보인 적이 있다. 티엔친신 외에도 극작가 레이팅, 협력 연출가 왕팅팅 등의 중국 창작자들이 윤색을 맡은 고연옥 작가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김지연 의상디자이너 등의 한국 스태프와 협력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준비하고 있다.

 

티엔친신 연출가는 극작가 레이팅의 의견을 받아들여 원작 배경인 16세기 이탈리아를 1968년 중국으로 바꾸었다. 당시 중국을 휩쓸었던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두 원수 집안 자제의 사랑을 그려낸 것이다. 마오쩌둥을 지지하는 홍위병들 간에도 당파가 나뉜 가운데,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는 ‘공련파’의 우두머리인 로미오가 그와 대립되는 군인 출신 ‘전사파’ 가문의 딸 줄리엣과 사랑에 빠진다.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서로의 이름을 원망하면서도 그 사랑을 놓을 수 없어서 곧바로 그들만의 결혼식을 치르고, 로미오가 원치 않는 살인을 저질러 더욱 더 높아진 두 연인 사이의 벽을 죽음으로 뛰어넘는 스토리는 원작과 같다. 다른 점이라면 로미오 일행과 티에보(티볼트) 일행은 다소 격렬하게 행동했던 젊은 홍위병으로 분해 혈기왕성하게 뛰어다니고, 사령부 선전 부대 소속 줄리엣은 무도회가 아닌 여군들이 참여한 무용제에서 로미오의 눈에 띈다는 설정이다. 극은 어린 연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두 가문의 화해를 넘어 프롤레타리아 스스로를 파괴시킨 무력 투쟁을 중단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첫눈에 반해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는 두 청춘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고, 그들은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 있기에 더욱 애틋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티엔친신 연출가는 문화혁명기의 불안하고 극단적인 상황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으로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녀는 당시를 청소년들이 더없이 자유롭고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었던 시기로 기억했다. 어른들에게는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운 때였겠지만, 청소년들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세상과 부딪힐 수 있었다고. 문화혁명기가 어른들과 아이들의 생각이 달랐던 시대라는 점도 구세대와 신세대가 뜻을 달리하는 원작과 비슷하다. 문화혁명을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으로 삼는 데 영감을 준 또 다른 요소는 당시를 대표하는 색채이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회색 건물, 초록색 제복 등 티엔친신이 기억하는 혁명기의 뚜렷한 색감은 이 작품의 시각적 표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공연될 때마다 열정적인 로맨티스트의 대명사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누가 연기할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국립극단과 중국국가화극원이 선택한 두 주인공은 뮤지컬 배우 강필석과 전미도이다. 두 사람은 2012년에만 뮤지컬 <닥터 지바고>와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끈다. 12월에 한국 공연을 마치고 나면 내년 10월에 중국 상해 연극 페스티벌과 곤명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연극 페스티벌에 참여해 중국 관객을 만날 계획이다.

 

|   12월 18일 ~ 29일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1688-5966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1호 2012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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