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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HOT MUSICAL] <블러드 브라더스> 피보다 진한 운명 [No.129]

글 |나윤정 사진제공 |창작컴퍼니다 2014-07-07 4,687
잃어버렸던 가족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가족이라면? 순간, 핏줄을 되찾게 된 희극은 금세 비극으로 반전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시 찾은 가족이 나와 정반대되는 인생을 살아온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될까? <블러드 브라더스>는 이런 출생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요즘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애용되는 그저 그런 출생의 비밀과는 차원이 다르다. 상반된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 형제의 삶을 통해 오일 쇼크, 대량 실직 등에 허덕이던 1960~70년대 영국의 사회상을 묵직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배경은 1960년대 리버풀, 가난 속에 허덕이던 존스턴 부인이 새로 낳은 쌍둥이 중 하나를 부유한 라이온스 부인에게 몰래 입양 보내며 비극이 시작된다. 밑바닥 인생을 사는 형 미키와 호화로운 인생을 사는 동생 에디. 서로 형제라는 사실을 몰랐던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운명처럼 이끌리게 되고, 의형제까지 맺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의 환경의 격차는 커져가고, 동시에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이들의 관계는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들이 친형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두 사람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블러드 브라더스>는 1983년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24년간 10,000회 이상 최장기 연속 공연을 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이야기 속에 깊은 울림을 담아낸 극작가 윌리 러셀의 공이 크다. 특히 브레히트의 서사극을 충실히 반영해 1인 다역의 내레이터를 등장시킨 점이 돋보인다. 내레 이터는 드라마의 많은 복선을 설치해 극의 흐름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빈부 격차로 점철된 사회 문제들을 끊임없이 환기시켜준다. <셜리 발렌타인> 등 러셀과 다수 작품을 협업했던 글렌 월포드의 연출도 기대되는 부분으로, 그는 2004년 국내 공연에서도 연출을 맡아 원작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10년 만에 재공연되어 더욱 반가운 이번 무대는 조정석의 3년 만의 무대 귀환이란 점에서도 화제를 모은다. 그는 미키역을 맡아 20여 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연기를 보여주게 된다. 미키 역은 순수하고 자유분방한 어린 시절부터 지옥 같은 현실에 내팽개쳐진 불행한 청년 시절까지, 특수한 분장없이 인물의 변화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렵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1998년 호주 프로덕션에서는 러셀 크로가 이 역할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조정석과 송창의가 같은 역을 맡아 개성 넘치는 무대를 기대하게 만든다.

미키의 쌍둥이 동생 에디 역은 오종혁과 장승조가 더블 캐스팅되어 사랑스럽지만 내면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인물을 연기한다. 두 형제의 친모로 험난한 인생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존스턴 부인은 진아라와 구원영, 양아들 에디에게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보이는 라이언즈 부인은 김기순, 쌍둥이 형제의 사랑을 받는 강인한 여성 린다는 최유하가 캐스팅됐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해설자와 더불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내레이터 역에는 문종원이 이름을 올렸다. 그는 작품 전반에 걸쳐 주인공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들의 비극적인 일생을 끌어가게 된다.

6월 27일~9월 14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02) 749-9037

한 줄 평 : 이야기의 힘과 배우들의 에너지가 빚어낼 시너지를 기대해보자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9호 2014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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