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볼 때
내가 다르게 보는 어떤 것들에 대해서
요즘 나는 매달 글을 쓰기 위해서 공연을 많이 본다. 아직 서툰 글쓴이라서 여러 개를 봐야 겨우 하나의 영감을 얻게 되는데, 내가 원한다고 공연을 다 볼 순 없으니까 대개 인기가 많은 작품을 보러 가거나 그 시기에 화제가 되는 작품을 보게 된다. 물론 작품 규모와 상관없이 담당 기자가 개인적으로 추천을 해줄 때도 있다. 그런데 기자님께서 요 근래엔 상당히 난감한 작품만 추천해주시던데…. 분발해 주세요!
뜻하지 않게 공연을 보는 게 어느새 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그 전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과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엔 작품에 대한 얘기가 아닌 공연을 보면서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어떤 것들에 대해서 얘기해보겠다. 지면 관계상 다는 아니고 몇 가지만. 나름 신년 특집 에세이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감을 못 받아서가 아니라고요! 그럼 시작!
우선 난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의 들뜬 웅성거림을 좋아한다. 자리에 앉아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다양한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교복을 입고 교실에 앉아있는 십대의 내가 된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소극장은 그때의 향수를 떠올리기에 가장 알맞은 공간이 아닌가 싶다. 대극장 공연은 강당을 연상하게 하니 참고하시길. 여성 관객이 많은 공연의 특성상 어떤 땐 여학교에 혼자 놓여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그럴 땐 남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온 내가 남녀공학에 다녔다면 이랬을까 하는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객석이 조용해지는 건 선생님이 들어왔을 때의 긴장감과 겹쳐지고, 앞에서 지휘하는 음악감독은 학급 반장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리고 지루한 공연은 아침 조회 시간의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과 연결해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나 혼자겠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좌석 중 하나는 예술의전당 소극장 이층 사이드 자리다. 아마 ‘별로 안 좋은 좌석을 왜?’ 하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유가 있다. 어느 날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공연을 보는데 장면이 넘어가는 찰나에 시선이 이층 객석으로 향했다. 그날 나는 아주 많이 피곤해서 뭐랄까, 의자에 기대는 것 말고 다른 무언가가 날 편하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끙끙대고 있을 때 이층 객석이 눈에 들어왔다. 난간으로 보이는 곳에 팔을 대고 턱을 괸 채 공연을 볼 수 있다니. 그러고 보니 예전에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 이층 사이드 좌석에 앉아 정면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시야로 공연의 새로운 구석구석을 보면서 굉장히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좌석은 잘생기거나 예쁘진 않지만 확실한 매력이 한 가지쯤 분명하게 있는 사람이라고 비유하는 게 어울리겠다. 제 얘기라고 오해하시겠지만, 아닙니다. 한참을 쓰다 보니 이만큼인데 어떠신지? 나라는 인간은 워낙 엉뚱한 걸 생각하기를 즐기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여러분도 공연을 보면서 한 번쯤은 ‘으음’ 하며 뚱딴지같은 생각에 빠져보시길. 그러면 공연을 보는 또 따른 잔재미가 하나쯤 추가될 거라 생각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6호 2015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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