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소중함을 환기하는 황실 비운사
역사적 인물을 조명하는 창작뮤지컬들의 과제는 단순히 고증과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 일단 새롭고 참신한 해석이 있어야 한다. 문화 콘텐츠에서 빈번하게 차용되는 조선 말기 황실 인물들의 삶은 그 자체로 호기심을 돋우는데, 명성황후나 흥선대원군과 같이 오늘날까지 평가가 분분한 인물의 경우 색다른 해석이 도출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동시대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정서와 주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고금을 초월해 인간 공통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드라마는 자연스레 관객의 공감을 유도할 수 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다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덕혜옹주>의 공략 포인트도 비슷하다. 조선 말 황실의 인물들 중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덕혜옹주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다루는 것이 하나의 포인트이고, 이를 현대의 보편적 소재로 연결시키는 것이 또 다른 포인트다. 이 두 지점에서 교차되는 키워드는 ‘가족’이다. 가족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일상에 존재하는 이들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삶의 의미이기도 하다. <덕혜옹주>는 함께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함께 살지만 사실은 함께 사는 것이 아닌 현대 사회의 가족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가치를 환기한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멤버와 새로운 멤버가 고르게 나선다. 극본을 직접 집필하며 <덕혜옹주>를 ‘낳았던’ 문혜영은 초연과 마찬가지로 일인이역으로 덕혜와 정혜를 연기한다. 또 같은 역에 크레용팝의 멤버 초아(허민진)가 캐스팅돼 눈길을 끈다. 다케유키 역은 윤영석과 김준겸이 나눠 맡는다.
한줄평 비극적 역사와 가족애의 만남, 처절하고 비통하다.
4월 3일 ~ 6월 28일 대학로 SH아트홀 1666-5795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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