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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INSIDE THEATER] <올드 위키드 송> [No.144]

글 |박병성 사진제공 |쇼앤뉴 2015-10-05 4,904

상처를 치유하는 노래




미국 극작가 존 마란스(Jon Marans)의 1996년 작 <올드 위키드 송>이 쇼앤뉴의 제작으로 선보인다. 1986년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괴짜 교수 마슈칸과 영재 피아니스트였지만 이제는 음악에 흥미를 잃은 스티브가 선생과 제자로 만나 성장해 가는 내용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펼치는 긴장감 넘치는 내용과 서로의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탄탄한 이야기로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에 최종 노미네이트되었던 작품이다.  <올드 위키드 송>을 다섯 개의 키워드로 살펴본다.



키워드1. 음악극
어린 시절 영재 피아니스트였던 스티브는 음악의 열정을 잃었다. 피아노를 안 친 지도 오래. 음악의 열정을 되살리기 위해 빈의 유명한 교수 쉴러를 찾아온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이는 마슈칸 교수이다. 쉴러 교수가 스티브의 노래 지도를 부탁하고 뮌헨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스티브는 마지못해 마슈칸 교수의 수업을 듣게 되는데, 스티브는 마슈칸의 노래 수업을 들으며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음악의 감동을 느끼게 된다. 공연 동안 마슈칸의 노래 4곡과 스티브의 노래 6곡, 그리고 5곡의 연주곡이 사용된다. 특히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이 중요하게 사용된다. 사랑의 기쁨부터 실연의 고통을 담고 있는 노래들로 마슈칸이 스티브에게 삶을 이해시키고 음악의 기쁨을 가르치는 교재로 사용된다. ‘시인의 사랑’ 1번 곡은 마슈칸과 스티브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등장하고 다시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데, 스티브가 음악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통해 그의 성장을 보여준다.



키워드2.  2인극
이 작품은 50대의 자유분방한 마슈칸 교수와 사회성이 없는 20대의 스티브 단 둘만이 등장하는 2인극이다. 위트 넘치는 마슈칸과 고지식한 스티브의 대화는 마치 치열하게 주고받는 탁구 경기처럼 조금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대화로 전개된다. 이때 관객들은 긴장감 넘치면서도 위트 있는 대화에 빨려들게 된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거짓을 말하고 그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대화는 자신의 패를 끝까지 감추면서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흥미진진한 카드 게임 같다. 노래 수업을 지속하고 싶은 마슈칸과,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스티브의 갈등은 몇 차례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예술과 역사를 바라보는 논쟁으로 발전하고 각자가 숨겨두었던 마지막 패가 공개되면서 서로의 상처를 확인한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전개되는 지적 대화는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힘이다.



키워드3. 역사
이 작품의 작가인 존 마란스는 대본의 첫 장에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글을 써두었다. “사람의 위상은 그가 무엇을 애도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애도하는지에 따라 드러난다.” 극이 전개됨에 따라 왜 작가가 대본 첫 장을 브레히트의 말에 할애했는지 알게 된다. 이 작품은 상처를 지닌 두 인물이 음악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담고 있으면서, 다른 한 축으로 정리되지 않은 역사의 상처와 그것으로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다룬다. 유대인임을 감추었던 스티브는 역사의 상처가 은폐된 현실에 분노하지만, 마슈칸은 과거의 역사일 뿐이라며 가볍게 치부한다. 그런 태도를 공격하던 스티브는 마슈칸이 감추어두었던 마지막 카드를 보게 된다.




키워드4. 예술
기계적으로 흉내 내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던 스티브와 한 번도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적이 없지만 예술에 대한 철학이 분명한 마슈칸의 예술에 관한 대화는 흥미롭다. 특히 마슈칸의 예술에 대한 생각은 그의 삶을 좀 더 깊게 이해하게 해주는 단서가 되어 준다. 마슈칸은 “예술이란 기본 법칙을 이해하는 것과, 그 법칙을 깨뜨릴 시점을 깨닫는 것으로 이루어진다”며 스티브에게 정형화된 연주 태도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기본적인 법칙의 이해에서의 확장, 이것이 그가 추구하는 예술인 것이다. 또한 마슈칸은 “환희와 슬픔의 결합” 이게 예술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온전한 환희는 온전한 슬픔으로 완성된다는 그의 생각은 상처가 어떻게 예술로 치유되었는지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예술에 대한 생각은 그가 역사적 폭력의 피해자이면서 나치에 복역했던 쿠르트 발트하임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는 태도와, 그런 믿음에도 그의 당선이 확정되자 절망하는 이중성을 이해하게 한다.



키워드5. 캐스팅
50대 후반의 유머러스하고 위트 넘치는 조페프 마슈칸 교수 역에는 송영창과 김세동이 캐스팅되었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뿐만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활약하는 송영창은 안정적인 가창력이 돋보인다. 반면 김세동은 동아연극상 연기상 수상자답게 뛰어난 연기력이 기대된다. 감성적이고 예민한 역할에 잘 어울리는 김재범, 신예 박정복, 가창력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이창용, 가창력과 연기력을 겸비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조강현 등이 사회성이 부족하고 예민하면서도 보수적인 스티븐 호프만을 연기한다. <올드 위키드 송>은 김수로가 쇼앤뉴의 예술감독으로 첫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연극, 뮤지컬, 전시, 춤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던 그가 단체의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는 첫 작품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4호 2015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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