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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ACE] <페임> 콘(KoN), 다시 한번 반짝일 시간 [No.97]

글 |이민선 사진 |김호근 2011-10-17 5,684

 

드라마에 나오는 탤런트든 일사분란하게 군무를 추는 아이돌 가수든 개그콘서트에서 웃음을 퍼트리는 개그맨이든, TV를 통해 알려진 연예인이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이 더 이상 의아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다만 각자가 가진 끼를 무대 위에서 제대로 발휘하느냐, 그것이 문제다. 다른 분야에서 이력을 쌓아오다 뮤지컬 무대에 선 이들 중에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살린 배우로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에서 작살잡이의 날카로움을 표현한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콘.

전 배우가 연기와 연주를 병행하며 뮤지컬이 추구하는 드라마와 음악의 유기성을 한 단계 높인 <모비딕>에서 콘은 흠잡을 데 없는 바이올린 연주와 데뷔치고는 꽤 안정감 있는 연기와 노래 실력을 보여줬다. 새로운 형식의 작품에서 신선한 얼굴을 발견한 뮤지컬 팬들의 레이더망에 그가 걸려들지 않을 수 없었다. <모비딕> 특유의 스타일 덕에 다재다능한 바이올리니스트를 뮤지컬에서 볼 수 있었지만, 이 작품이 막을 내리자 많은 팬들은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던 차에 반가우면서도 의아한 소식, 콘을 뮤지컬 <페임>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페임>은 예술고등학교에서 음악과 연기, 무용을 배우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콘이 연기할 슐로모는 당연히 음악부 학생. 슐로모는 유명한 음악가 집안에서 자라 클래식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다. 콘이 데뷔 후 연이어 뮤지컬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역시 바이올리니스트 경력 덕인 셈이다. 제작진의 의도가 연주 연기의 리얼리티를 위해 콘을 캐스팅한 것인지는 몰라도, 콘에겐 스스로 의욕적으로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있었다. 예고에 입학한 슐로모는 그동안 익혔던 클래식이 아닌 새로운 음악에 눈을 뜨게 되는데, 콘 역시 슐로모와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저도 쭉 클래식을 공부하다가 대학에 와서 음악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면서, 집시 음악과 탱고 등 크로스 오버된 음악을 하게 됐어요. 집시 음악은 밴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뮤지션들과 밴드를 결성해 합주를 한 적도 많았죠.” 다른 어떤 배우보다 슐로모와 공통점이 많음은 분명하다. 아쉽게도 그의 예고 시절에는 카르멘 같은 여자 친구가 없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제가 경험해서 알게 된 것들을 무대에서 표현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다들 댄스복 차림으로 춤을 추고 계셔서 조금 당황했죠. 대신 악기를 가져온 사람은 저뿐이었고요.(웃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음반 작업과 콘서트를 하는 베테랑 바이올리니스트 콘은 신인으로서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데 상기되어, 소년처럼 달뜬 미소를 잃지 않았다. “새로운 일을 해보는 거, 재밌잖아요. 엄격한 클래식 음악보다 재즈나 집시 음악이 좀 더 창의적인 작업이어서 좋아요. <모비딕>도 액터와 뮤지션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작업이었잖아요. 새로운 장르를 경험한 후 이것과 저것을 섞었는데, 단순한 혼합물이 아니라 거기서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전혀 새로운 결과물이 나왔을 때 더욱 의미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음악이든 뮤지컬이든 자신의 장기가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라고, 각각의 예술적 매력이 만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작업을 좋아했다. 한 우물만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걸 기꺼워하며 그런 경험이야말로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된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앞서 가는 예술가라는 표현을 낯간지럽지 않게 붙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선례가 적고 제가 직접 길을 뚫으며 헤쳐 나가야 하니까 생채기가 나곤 해요. 그래도 어느 순간 뒤를 돌아봤을 때 탄탄대로 옆으로 작은 길이 하나 닦여 있더라고요. 그게 저만의 길이고 개성이라고 평가해주시니 뿌듯하고 기분 좋아요. 그런 긍정적인 평가의 에너지를 받아서 더 열심히 하려고요.”

 

흔히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말하지 않나. 첫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어렵지만 눈에 띄는 데뷔 후에 이어지는 두 번째 작품에서도 그만큼의 성과를 거두기란 쉽지 않다. 그 역시 자신을 향한 주위의 기대와 우려를 느끼고 있지만, 긴장과 고민으로 노심초사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모비딕>과 굉장히 분위기도 다르고 캐릭터도 달라서, <페임>이 다시 첫 작품인 것처럼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또 다른 카드를 쥐고 있는 셈이죠. 색다른 작업이 될 것 같아서 흥분되고 신나요. 물론 기대에 부흥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과 책임감도 갖고 있고요.”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기도 전, 콘은 벌써부터 슐로모가 겪는 고민과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 클래식 바이올린에서 일렉 바이올린으로 바꿔서 연주하면 어떨까, 먼저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내어보는 중이다. 그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페임> 무대에서 확인해봐야겠다. 지난여름 한 달간 관객들의 귀를 호강시킨 그의 바이올린 선율을 다가오는 겨울에 다시 들을 수 있다. 아, 그 전에 인터뷰 후 사진 촬영 때 스튜디오에 있던 소수의 수혜자들은 콘의 즉흥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빛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7호 2011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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