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들> 웃음 만발 애드리브의 기억
올해 초 개막해 5개월간 장기 공연을 이어온 <난쟁이들>이 지난 6월 24일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동화를 패러디한 B급 코미디 <난쟁이들>은 매 공연 배우들의 재기 넘치는 애드리브로 관객들을 반복 관람의 늪에 빠뜨렸던 작품. 그렇다면 배우들이 기억하는 최고의 애드리브는 무엇일까? 마지막 공연을 앞둔 배우들에게 폐막 소감과 함께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를 들어보았다.
찰리 김종구
그동안 <난쟁이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딩 공연 이후 두 번째 참여인데 리딩 때보다 안정적이고 풍성한 공연이 된 것 같아 기뻐요 많은 창작뮤지컬이 <난쟁이들>처럼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애드리브라면 정욱진 배우와 함께했던 ‘보여드림 데이’ 공연이 기억나네요. 욱진이의 아재 개그가 한창 물이 올랐을 때였죠. “뜨그덕은 말발굽이야”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공연이 잘되는 건 다 느그(관객)덕이야”라고 하더라고요. 휴… 겨우 참았어요.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해 준 욱진이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찰리를 연기하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의 행복은 무엇일까 자문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행복을 주는 사람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죠! 동화에서 살 수는 없지만 동화처럼은 살아봐요, 우리!
찰리 정욱진
“휴대폰이 울리면 아기 공룡 둘리가 가만둘 리 없어요. 무시무시한 슈렉 왕자가 슈레기통에 넣어버릴 거예요. F3번 관객분, 예쁘삼. A9번 관객분, 에이구. L4번에 엘사 공주님.” 글로 봐도 재미없고, 제가 하면 더 재미없다는 안내 멘트. <난쟁이들>은 저에게 창작의 고통을 알려준 작품이에요. 처음엔 아재 개그 한번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안내 멘트를 시작했는데, 30회 공연을 다 다른 아재 개그로 채우려다 보니 공연 전날마다 이불 속에서 얼마나 고민했는지. 공연 초반에는 저의 아재 개그에 많은 분들이 등을 돌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습자지에 물이 스미듯 마음을 열어준 관객 여러분께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남은 공연, 저의 개그를 극도로 혐오하는 최유하 배우님께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빅 원종환
1차 팀 공연이 끝날 즈음, 빅이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자양강장제를 마시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빈 병으로 피리를 불었어요. 그 뒤로 병 피리 불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는데, 며칠 전 용기를 내서 불었더니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제 애드리브를 그렇게 많은 분이 기억하고 계시다는 게 신기했어요. 동시에 ‘평소 행동 조심해야지’라는 불안감도 갖게 됐습니다, 크크. 이제 끝이 왔습니다. ‘병맛극’이란 타이틀을 걸고 즐거운 공연을 만들면서 이렇게 많이 울어본 것도 처음이네요. 마지막엔 더 웃을 거라 생각했는데 눈물이 나는 게 희한합니다. <난쟁이들>을 통해 얻은 것이 정말 많습니다. 너무나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망가짐’이 아니라 ‘보여드림’이란 것을 배웠습니다. 출근길이 항상 즐겁고 기대됐습니다. 잘 놀았습니다. <난쟁이들>은 사랑입니다.
빅 강정우
찰리와 빅이 감옥에 갇힌 장면을 연기할 때였어요. 찰리 역의 정욱진 배우가 “9등신 왕자 두 명이 감옥에 갇혀 있으니 구해 달라”는 대사를 하면서 손바닥으로 제 비율을 재서 억지로 9등신이 나오게 만들어 줬죠. 그래도 아무도 구해 주지 않자 애원을 하기 시작하는데, 거기서 찰리가 “저희 9등신 아니라 그냥 등신이에요!”라고 외쳤어요. 웃겼을 뿐 아니라 억지로 9등신이 되었던 저의 죄책감까지 날려준 멋진 애드리브였습니다. 긴 시간 달려와 이제 공연이 몇 회 남지 않은 시점에 이 글을 쓰자니 많은 생각이 드네요. 이 글은 보고 계실 관객분들께 ‘저희들 끝까지 열심히 했나요?’라고 묻고 싶어져요. 여러분 가슴에 행복한 추억이 되도록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백설공주 최유하
리딩 공연과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참여한 작품 <난쟁이들>. 제게는 처음으로 작정하고 애드리브를 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해요. 많은 애드리브 가운데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혼자 왔어요?”입니다. 남자에 목마른 백설공주가 숲에서 빅과 마주쳐 두려움에 떨면서도 다른 여자랑 왔는지, 혹은 다른 남자도 있는 행복한 상황인지를 확인하는 애드리브였어요. 엠티 때 배우들과 함께한 술자리 게임 ‘혼자 왔어요’에서 시작된 애드리브인데, 배우들도 즐겁고 관객분들도 즐겁게 봐주신 것 같아 기쁩니다. 생각해 보면 즐거웠던 순간이 끝도 없네요. 앞으로도 쭉 사랑받는 공연이 되길, B급 정신을 잃지 않는 <난쟁이들>이 되길 바라봅니다. 행복했어요. 안녕, 난쟁이들♡
백설공주 신의정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라면 역시 “혼자 왔어요?”겠죠. 배우들끼리 놀러 갔다가 회식 자리에서 주로 한다는 ‘혼자 왔어요’ 게임을 했거든요. 그 뒤로 모두 틈만 나면 “혼자 왔어요?”로 애드리브를 치곤 했답니다. 공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굿바이라니…. 그동안 사랑하는 동료들과 웃으며 연습하고, 떨리는 맘으로 공연하면서 매일매일 정말이지 행복하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매번 가득 차는 객석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았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영원히 제 마음 한곳에 행복한 기억으로 남겨둘게요.
인어공주 유연
1차 팀, 2차 팀을 합쳐 총 다섯 명의 찰리를 만났는데, 배우마다 애드리브가 다 달랐어요. 그 애드리브를 받아칠 때마다 무대에서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져서 5개월 내내 새롭고 즐거웠습니다. 심지어 찰리 춤을 따라하다가 드레스를 입은 채 어설픈 나이키 춤을 춘 적도 있죠, 크크. 1차 팀 마지막 공연 날, 평소에는 눈만 마주치면 좋아서 시끌시끌하던 분장실이 조용했어요. 눈만 마주쳐도 아쉬움에 눈물이 터질 것 같았거든요. 결국 그날 공연은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눈물의 <난쟁이들>이 됐죠. 그래서 또 한 번 다가올 마지막 공연이 두렵기도 하네요. 쇼케이스 때 저를 보고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이지현 작가님과 절 생각하며 ‘이게 나야’라는 넘버를 만들었다는 황미나 작곡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배우로서 넘치는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어공주와 함께 울고 웃어주셨던 관객 한 분 한 분께도 진심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신데렐라 전역산
대장정의 끝이 왔습니다. 초연부터 재연까지 <난쟁이들>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 정말 감사합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동료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재미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연 내내 하도 많은 애드리브가 나와서 다 열거하기 힘들지만, 그중에서도 최근에 했던 ‘나가사키 짬뽕’과 ‘다찌마와리 씬’이 떠오르네요. 찰리와 빅이 감옥에 갇혀있을 때 신데렐라와 인어공주가 찾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인어공주가 “찰리 어디 갔냐”며 감옥 쇠창살을 붙들고 진상을 부리거든요. 그때 제가 정중히 사과하고 “이 방에 나가사키 짬뽕 하나 드린다”는 애드리브를 쳤죠. 마치 유흥가에서 술 취한 친구 케어하는 느낌으로. 또 빅이 종을 울리러 갈 때 신데렐라를 툭 치고 지나가는데,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돼 마법사가 겨우 뜯어말리는 ‘다찌마와리 씬’도 재미있었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4호 2016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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