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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BACKSTAGE PEOPLE] 무대기술 팀 [No.123]

글 | 배경희 |사진 | 심주호 2014-01-08 6,812

공연이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무대기술 팀은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 팀일까. 국내 공연계에서 각종 무대를 담당하고 있는 스테이지 핸즈 팀원에게 들어보는 무대기술 팀 이야기.

 

 

 

 

 

다들 어떻게 공연계에 입문하게 됐나.
사주환
 낙하산으로? (웃음) 공연계에 있었던 매형 소개로 무대 크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전공은 전자과다. 무대 크루로 5년 정도 일하다 기술 팀에 들어가게 됐고, 무대감독 팀을 거쳐서 다시 기술 파트에서 일하는 중이다.
김창현  나도 소개를 받아 무대 크루 아르바이트를 했던 게 계기가 됐다. 나 역시 전공이 전혀 다른 분야라, 처음엔 이 일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재밌더라. 무대 뒤의 스태프들만이 느낄 수 있는 성취감 같은 게 있었다고 할까.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는 희열이었다.
남기곤  그 기분이 뭔지 잘 안다. 사실 무대 크루였을 땐 무대 일이라는 게 막노동으로 보였는데, 기술 팀에 들어가서 일해 보니 이게 정말 ‘세트 업’이구나 하는 희열이 들더라. 그리고 아마 무대 스태프 대다수가 비전공자일 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무대 관련 학과가 있는 학교가 거의 없었으니까. 현장에 와서 일을 배우는 게 일반적이었다.

 

무대 크루 아르바이트가 무대 팀으로 들어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용이 보장되나?
남기곤
 꼭 그렇지는 않다. 무대 크루라고 해서 모두 정식 스태프가 되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일하면 무대 팀이 되는지 걸리는 시간도 사람마다 다르고. 나 같은 경우엔 무대 크루로 일 년 정도 일했다.
김창현  우리 팀뿐 아니라 무대감독 팀, 사실 공연계 대부분이 그런데, 스태프를 모집할 때 채용 공고를 내서 신입을 뽑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크루 경험은 필수다. 무대 셋업이나 철수 같은 무대 관련 아르바이트의 기회는 의외로 많으니, 무대 팀에 관심이 있다면 그런 쪽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보는 게 좋다.

 

무대 크루가 주로 하는 일이 세트 전환이라고 알고 있다. 무대 전환이라고 하면, 뭔가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할 것 같은데, 처음에 쉽게 할 수 있는 일인가.
남기곤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에 따라 처음엔 우왕좌왕할 수도 있지만, 난 아주 잘했다. (웃음) 처음 무대 크루로 들어간 게 2009년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했던 <그리스>였는데, 정말 재미있게 일했다. 그전에 여러 축제에서 무대 스태프를 해봐서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주환  나도 무대 전환 일이 그다지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 바로 공연에 투입되는 게 아니라, 공연 모니터링을 한 후 한두 번 정도 사전 리허설을 해보니까. 연습실부터 미리 맞춰보는 경우도 있고.
남기곤  무대 전환은 보통 한두 번 맞춰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셋업 기간이 길지 않아서 그 이상 연습해 보는 것 자체가 힘들다. 어쩌면 다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일을 해내기 때문에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

 

무대기술 팀은 쉽게 말해 어떤 일을 하는 팀이라고 설명할 수 있나?
사주환
 기술 팀은 무대를 세우고 그 안전을 책임지는 파트다. 아무리 도면을 잘 그렸다고 해도, 현장에선 조금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도면에 맞게 장치를 설치해서 사고 없이 공연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일이다. 무대감독 팀이 배우 케어에 치중한다면, 우린 스태프 관리에 좀 더 집중하는 팀이고. 이건 회사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텐데, 우리 팀이 추구하는 건 무대감독과 기술감독의 두 파트를 모두 소화하는 것이다.

 

셋업 스케줄을 짜는 것도 기술 팀의 일인가?
사주환
  맞다. 우리가 알아서 판단해서 스케줄을 짜는 건 아니고, 다른 팀하고 협의해서 진행한다. 각 파트마다 원하는 셋업 시간이 있기 마련인데,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팀이 작업을 마치려면 각각의 요구를 다 받아들여줄 수 없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서로 부딪칠 일이 많다. 공연 팀과의 미팅이 끝나면, 극장 측과도 협의해야 하고. 기술감독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일 중의 하나다. 
김창현  보통 일주일 만에 셋업을 완료해야 하니까,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든 팀의 셋업이 가능하도록 스케줄을 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장에선 언제나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겨서 계획대로 차질 없이 일을 진행하는 것도 힘든 일이고. 게다가 안전사고에 유의하면서 셋업을 해야 하니, 셋업 기간에는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웃음)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어떤 업무가 중요한가?
사주환
 흔히 생각하기에 기술 팀이라면 연습실에 갈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우리 팀도 연습실에 자주 가야 한다. 크리에이티브 팀들과 소통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조명 팀과는 이번 공연에서 포그 효과를 넣을 것인지 아닌지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해야 한다. 때로는 이런 게 더 좋다고 아이디어를 제시해줄 수도 있어야 하고. 극장에서 어떤 세트가 설치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판단을 내려줘야 하니까 무대디자이너와도 계속 미팅을 해야 한다. 만약 극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 책임인 거다. 결국 해결도 우리가 해야 하지만. (웃음)
남기곤  요즘엔 서울 공연 전후 지방 투어를 가는 일이 많지 않나. 그때 무대 세트를 꾸리는 것도 우리가 한다. 몇 톤 트럭을 몇 대 사용하느냐가 곧바로 비용과 연결되는 문제라서, 나름대로 엄청난 계산이 필요한 일이다. 각 트럭의 폭과 길이를 측정하고 세트의 치수를 잰 다음, 그 안을 마치 테트리스를 하듯이 빈틈없이 짜맞춰야한다. (웃음)

 

공연 기간 중 극장에선 어떤 일을 하나?
사주환
 기술 팀은 보통 공연 시작 3~4시간 전에 극장에 온다. 안전 체크를 위해 기계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하나씩 테스트해보는 작업, 일명 프리쇼를 한다. 기본적인 점검은 매일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요일을 정해서 전체적인 기술 체크를 하는 메인터넌스(중간 점검)를 한다. 공연이 끝나면 무대를 깨끗이 비우는 마무리 작업을 한다. 모든 세트를 무대 밖으로 빼내고, 각 장치들을 제 위치로 정리해 놓는 거다. 그것으로 그날의 업무가 끝난다. 

 

초년생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뭔가.
사주환
 공구를 잘못 챙겨오는 실수. (일동 공감) 무대 보수 작업에는 여러 가지 공구가 쓰이는데, 그 종류가 정말 많다. 그래서 초반엔 뭐가 뭔지 진짜 헷갈린다. 선배가 어떤 연장을 챙겨 오라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엉뚱한 걸 챙겨갔다 혼나고, 두 번째도 잘못 가져가서 또 혼나고. 그렇게 무대 뒤로 왔다 갔다를 몇번 반복하다가 나중엔 아예 한 무더기로 들고 간다. 여기서 알아서 골라 쓰시라고. (웃음)
남기곤  나도 연장 이름을 외우고 다루는 법을 익히는 게 제일 어려웠다. 공구는 군대에서 잠깐 다뤄본 경험이 전부니까. 처음엔 공구를 하도 몰라서 철물점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웃음)
김창현  초반엔 전문 용어를 잘 모르니까, 그게 어렵다. 게다가 난 외국에서 살다 와서 한국말이 서툴렀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정말 힘들었다. 요즘엔 해외 팀과 작업할 일이 많아서 유리할 때가 많다. (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뭔가.
김창현
 기억에 남는 건 여러 작품이지만, 다시 해보고 싶은 건 <드림걸즈>다. 알다시피 <드림걸즈>는 기술적 사건 사고가 많았던 작품인데, 그래서 더 애착이 있다. (웃음) 그 작품을 다시 한다면 실수 없이 공연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사주환  힘들어서 기억에 남는 거라면, 지금 공연 중인 <위키드>다. 좁은 공간 안에 그 많은 무대 장치를 설치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남기곤  난 <천국의 눈물>이 제일 힘들었다. 경사 무대 바닥에 LED를 설치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또 창작뮤지컬이다 보니 현장에서 바뀌는 것도 많았고.


끝으로 기술감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남기곤
 관찰력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배우는 게 많기 때문에, 관찰력이 있는 친구들은 일을 금방금방 따라오더라. 안전에 유의해야 해서 주의력도 좋아야하고. 관찰력을 가지고 주의력 깊게 지켜본 것을 다 기억하려면, 기억력도 좋아야한다. (웃음)  
김창현  나도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웃음), 요즘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어렵고 힘든 건 잘 안 하려고 하더라. 기술감독이 되고 싶다고 왔다가도 쉽게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물론 처음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다. 하지만 그 시간을 조금만 참고 버티면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을 거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3호 2013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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