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데빌> 작곡을 시작하기 전, 이지나 연출이 추구하는 분위기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었어요. <더데빌>의 어두운 소재를 감안할 때, 작품의 지배적이고 상징적인 사운드와 스타일이 장대한 하드 록 메탈 장르가 될 것이 분명했어요. 저는 초창기에 반 헤일런, 아이언 메이든, 주다스 프리스트, 메탈리카, 스콜피언스 같은 밴드들에게 음악적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기뻤죠. 자료 수집 과정에서도 자연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렌트>, <헤드윅> 등 고전 록 뮤지컬이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큰 영감을 준 것은 미트로프의 「Bat Out of Hell」 앨범, 퀸 등 비(非)뮤지컬 작품의 음악이었어요. | 우디 박 |
저는 <더데빌>에 우디 박보다 늦게 합류했어요. 공동 작업을 해본 적은 없지만 흥미로운 작업이겠다 싶어서 참여하게 됐죠. 이미 만들어진 톤에 방해가 안 되면서, 색채를 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어요. | 이지혜 |
‘Guardian Angel’
‘Guardian Angel’은 제게 매우 특별한 곡이에요. 이 곡은 <더데빌>에서 제일 처음 작곡한 것이거든요. 뮤지컬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하게 될 곡이다 보니 부담이 꽤나 막중했죠.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충동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박자 중 하나인 7/8박자로 곡을 쓰기로 했던 거예요. 이 리드미컬한 긴장이 블랙 먼데이 때 재정적으로 큰 손실을 입은 후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존 파우스트의 동기와 욕망을 드러내고, 불가사의한 느낌을 강조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일반적인 방향이 아니기에 조금 두려웠지만, 그때 어느 영화감독이 제게 해준 말이 떠올랐어요. “실패할 거라면 화려하게 실패하라!” 그래서 두려움을 잠시 밀어내고 7/8박자로 곡을 이어갔고, 그것이 이 작품의 분위기와 스타일에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 우디 박 |
‘Reign of Darkness’
올해 <더데빌>의 가장 큰 변화는 또 다른 ‘데빌’ 캐릭터의 탄생이었어요. X-White와 X-Black은 정반대 음과 양, 명과 암, 선과 악 등을 뜻해요. 다행히도, 기존 곡들은 애초에 서로 상반되는힘을 보여주기 위해 쓰인 곡들이어서 X-White 또는 X-Black에게 곡을 지정해 주는 일은 쉬운 작업이었어요. 하지만 X-White와 X-Black의 차이점과, X-Black이 존 파우스트와의 대결에서 왜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둘이 대립하는 듀엣이 필요했죠. 음악이나 악기 편성에서 이 곡을 완성하는 일은 굉장한 작업이었어요. 2개의 큰 록 넘버 사이에 배치되기 때문에 음악이 장대하되, 록 분위기를 따라서는 안 되었어요. 또한 가사에 대비되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있어야 했죠. 장대하고 서로 대립하면서도 야단스럽지 않고, 긴장과 공격성이 겉으로 뻔히 드러나서는 안 되는 것이 이 곡의 가장 큰 과제였답니다. | 우디 박 |
‘Song of Songs’
교회에 다니던 어린 시절 읽었던 아가서(The song of songs)는 충격적이었어요. 언젠가 곡을 써보고 싶었는데 이 작품이 딱이다 싶어서 연출님께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더데빌> 이곳저곳에 성경 구절들이 나오는데, 이 곡에서 시작됐죠. 그런데 ‘나의 누이 나의 신부여, 너를 사랑함으로 내가 병을 얻었으니’까지 쓰고 나니 그다음이 안 나오더라고요. 거기까지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뒷부분을 완성하는 게 힘들었어요. 고민하면서 겨우 썼죠. 고백하자면 저는 아이디어는 즉각적으로 나오는데 완성에는 늘 애를 먹어요.(웃음) | 이지혜 |
‘너는 나의 신전, 너는 나의 사과나무’
다른 가사와 멜로디를 가진 ‘대선율’이 많은 곡입니다. 전 출연자가 자기만의 파트를 가지고 있고 노래 속에서 여러 가지 드라마가 복합적으로 진행돼요. 극의 전반에 출현했던 가사와 멜로디가 다시 나오면서 다른 의미로 재구성되기도 하고 새로운 요소들도 나오죠. 개인적으로 이런 곡을 쓰는 게 가장 재미있어요. 곡을 만들면서 동시에 장면 구성을 하게 되거든요. 제가 작사까지 하기 때문에 수월한 작업일 수도 있는데 이게 뮤지컬 작곡만의 묘미라고 봐요. | 이지혜 |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2호 2017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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