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김대종의 룽게, 영원한 당신의 파트너
신과 대적한 인간,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신체접합술을 토대로 한 창조물을 만들었습니다. 창조물이 탄생한 순간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빅터의 집사 룽게는 안타깝게도 창조물로 인해 목숨을 잃었지만요. <더뮤지컬>이 룽게를 만나 빅터의 삶 그리고 그의 친구 앙리에 대해 물었습니다.
※ 이 글은 룽게 역을 맡은 김대종과의 대화를 토대로 작성한 가상 인터뷰이며,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빅터의 집사로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다고 들었습니다. 빅터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도련님을 처음 봤을 땐,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었다는 사실에 마음 아팠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도련님과 엘렌 아가씨를 향해 ‘마녀의 자식’이라고 손가락질하더군요. 정말 안쓰러웠죠. 그땐 도련님도, 엘렌 아가씨도 어렸으니까요.
당신에게 빅터는 어떤 존재인가요?
아픈 손가락이죠. 전 도련님을 제 아이처럼 생각하고 키웠어요. 그런데 도련님은 늘 자기만의 세계에 홀로 있었어요. 우리 도련님이 보통 성격은 아니잖아요. 허허. 친화력이나 사교성, 사회성을 봤을 때 문제가 많은 아이였… (콜록) 누구를 만나도 평탄한 관계를 이어 나가기 힘든 타입이죠. 그래도 전 도련님과 함께 많은 세월을 보내온 만큼 정이란 게 생겼어요. 제게 도련님은 마치 염증이 손톱 밑까지 파고든 아픈 손가락이죠.
그럼 빅터에게 당신은 어떤 존재였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친절한 집사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 도련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돼버렸죠. 우리 둘 다 서로에 대한 애착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도련님과 저는 서로를 향해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죠. 허허.
당신은 군대에 간 빅터를 따라 전쟁터까지 갔어요.
전 도련님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어요. 심지어 도련님의 연구조차도 제가 도왔거든요. 도련님이 앙리를 만나기 전까지, 과학을 알지 못하는 제가 연구를 함께했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연구에 수반되는 번거로운 일은 제가 다 했어요. 무엇보다 도련님이 혼자 군대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훤했어요. 도련님의 평소 인간관계나 생활을 살펴봤을 때 말이죠. 그걸 아니까 따라갈 수밖에 없었죠. (한숨)
많은 사람이 당신 같은 집사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전 싫어요. (단호) 저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빅터의 성질머리(?)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줄 수 있어요?
일단 우리 도련님은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전부 다 말해요. 상대방이 상처를 받든지 말든지 자기 할 말을 다 쏟아내죠. 사실 도련님은 인간관계 자체를 원하지 않아요. 심지어 ‘당신은 내 밑에 있어’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대해서,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엉망이죠. 또 도련님은 본인이 믿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어요. 게다가 주변 사람들을 경멸하는 듯 보였죠. 왜냐면 도련님이 어렸을 적 동네 사람들이 명확한 기준이 아닌 어떤 말에 선동되어서 ‘마녀사냥’을 하곤 했으니까요. “시체가 돌아왔어! 마녀다! 마녀는 불태워야 해!” 이렇게요. 이걸 겪은 도련님은 사람들이 얼마나 경멸스러웠을까요. 그리고 도련님이 나중에 커서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도 동네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 도련님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 전쟁터에서 돌아온 후에 연회장에서 도련님이 엄청난 깽판을 친 걸 들으셨죠? 유학을 갔을 때도, 전쟁터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도련님은 늘 사고를 쳤고 저는 뒷수습을 담당했죠. (한숨) 그래도 도련님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고분고분하게 대할 때도 있었어요. 나름 전략적인 태도로 사람을 대했달까요. 허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빅터를 떠나지 않았잖아요.
도련님이 가지고 있는 약한 모습에 대한 배려인 것 같아요. 음…, 연민이죠. 도련님은 어린 시절 여러 슬픈 일을 겪었어요. 그때 생긴 트라우마로 방어기제를 가지게 됐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생긴 방어기제, 그런 면을 볼 때마다 생기는 연민이란 감정이 절 붙잡았어요.
빅터가 전쟁터에서 연구 파트너인 앙리를 만났다고요. 당신과 앙리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앙리보다는 그를 대하는 도련님이 신기했어요. 막말로 도련님이 그렇게 길게 대화한 사람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우린 앙리를 만나기까지 긴 여정을 거쳤는데, 도련님처럼 저도 그가 궁금하더라고요. 사실 걱정이 컸어요. 도련님의 인간관계는 늘 실패했는데 앙리라고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어서. 허허.
점점 가까워지는 빅터와 앙리를 보면서 서운함이 들지는 않았나요?
서운함보다는 놀랍고 다행스러웠죠. 도련님에게 앙리는 가족과 저를 제외하고 첫 인간관계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맞다, 빅터와 앙리가 술집에서 손님들의 술값을 모두 계산하는 일명 골든벨을 울렸잖아요. 어떻게 수습했어요?
하하, 이건 비밀인데! 알려드릴까요? 흠흠. 압도적인 재력을 가지신 슈테판 시장님의 이름을 빌렸죠. 우리는 한 가족이기도 하고 슈테판 시장님은 저의 주인님이기도 하니까요. 어차피 계산은 슈테판!
빅터는 결국 연구에 성공했어요. 앙리의 머리로 창조물을 만들었죠. 되살아난 앙리이자 창조물을 처음 봤을 때 어땠나요?
사실 도련님이 어렸을 때, 줄리아 아가씨의 강아지를 되살린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도련님 옆에 있었거든요. 그때 느꼈던 공포가 다시 몰려왔어요…, 되살아난 생명체에 대한 공포. 예전에도 좋은 결과가 아니었거든요. 그 강아지는 우리가 알던 줄리아 아가씨의 강아지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앙리의 얼굴을 한 저 창조물이 진짜 앙리가 맞을까 두려움이 먼저 앞섰어요.
안타깝게도 당신은 그 창조물에게 물려 죽고 말잖아요. 창조물에게 물렸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육두문자가 나갔죠. (하하) X 됐다. 망했다. 난 여기까지구나!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0호 2018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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