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COVER STORY(3) <광화문 연가> 리사 [No.90]

글 |정세원 사진 |김호근 2011-03-22 5,076

후회 없는 삶을 위한 끝없는 도전 리사


리사의 이름 앞에는 ‘화가 가수’, ‘그림 그리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매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자신의 그림으로 앨범 재킷을 디자인하고, 틈틈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전시회와 공연을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여 왔다. 그런 그녀의 이름 앞에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해진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2007년 콘서트형 뮤지컬 <밴디트>의 탈주범 영서 역에 캐스팅되어 뮤지컬계에 첫발을 내딛은 리사는 자신의 행로가 일회성 외도가 아님을 증명하듯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2008년부터 해마다 공연된 고궁 뮤지컬 <대장금>에서 그녀는 매번 호소력 짙은 가창력으로 강인하고 당찬 성품의 장금이를 선보이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했고, 지난해에는 <헤드윅>의 이츠학 역으로 파워풀한 가창력을 뽐내며 무대를 장악했다. 자신의 네 번째 뮤지컬인 <광화문 연가>에서 그녀는 두 남자로부터 사랑을 받지만 아픔을 가진 인물 여주 역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가냘프면서도 보호받는 인물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라는 그녀는 “마냥 공주 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저처럼 엉뚱함과 빈틈을 지니고 있어 애착이 간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모든 작품이 그러했듯이, 리사는 이지나 연출에 대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광화문 연가>와 인연을 맺었다. 배우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해 무대 위에서 돋보이게 해주는 연출자의 능력을 이미 경험한 그녀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선생님은 제가 갖고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무대에서 잘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저보다 더 잘 알고 끄집어 내주시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아,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하면서 놀라거든요. 다른 분들은 창작뮤지컬이라 걱정과 고민을 많이 하시지만 전 어떻게 해서든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별로 걱정하지 않아요. 그저 배우로서 연출자가 원하는 여주의 역할을 잘해 내고 싶을 뿐이에요.” 뮤지컬을 시작한 후로 누구보다 먼저 작품 준비에 들어가고, 한번 시작한 일은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들여온 그녀. 이번 공연에서는 극 중 상훈과 현우, 여주의 삼각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라틴 댄스를 선보이기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듣고 있는 중이다. 공연 연습과 별도로 진행되는 댄스 수업이 힘들 만도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발로 뛰어서 연기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대사 외우며 보낸 시간들을 무대 위에서 다 보여줄 생각만으로도 즐겁고 뿌듯해진다며 웃는다.


리사는 극 중에서 ‘안개꽃 추억 속으로’, ‘그녀의 웃음소리뿐’, ‘깊은 밤을 날아서’, ‘기억이란 사랑보다’ 등을 부를 예정이다.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를 공부하면서 그녀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음악인으로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 듯했다. “그분은 새벽에 잠깐 스쳐가는 아주 짧은 멜로디를 위해 매일 10시간씩 피아노 앞에서 곡 작업을 하셨대요. 오랜 시간 동안 생각도 많이 하고 공을 많이 들여서인지 그의 노래들은 가사 한 줄만 들어도 고뇌와 창작의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여주가 마지막에 상황을 정리하고 부르는 노래 ‘기억이란 사랑보다’의 마지막 가사가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거든요. 그 짧은 가사 안에 이전의 시간들이 모두 다 보이니 얼마나 놀라워요. 듣는 이들이 잠깐의 휴식을 즐길 수 있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노래들은 단발성인 것 같아 아쉬워요. 저 역시 따라가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아티스트로서 음악에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도록 고뇌하는 시간을 들이고 싶어요.”


그림 그리고 노래만 하던 리사는 짜여진 틀 안에서 미친 듯이 연습해서 완벽하게 꽉 채워놓지 않으면 밖으로 내보이는 것도, 거기서 벗어나는 것도 싫어하던 사람이었다. 스스로 박스 안에 갇혀 살았던 그녀는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호흡하는 법을 배웠고, 이제 스스로가 가진 다양한 재능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즐거운 마음으로 표출하려 노력하고 있다. “뮤지컬, 음악, 그림 작업에서 제가 가진 에너지를 다 쓸 수 있도록 지금까지보다 더 열심히 달리고 싶어요. 망하면 망하는 대로, 흥하면 흥하는 대로,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 시간들을 즐기다 보면 저 스스로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지 않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0호 2011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