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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해를 품은 달> 서현 [No.125]

글 |나윤정 사진 |김호근 2014-02-24 6,717

꿈꾸는 시작

 

서현이 소녀시대의 멤버가 아닌 <해를 품은 달>의 연우로 무대에 오른다. 실제로 서현은 연우와 닮은 점이 많아 보였다. 우선 그녀는 훤과 양명의 첫사랑 연우처럼 아름답고 순수했다. 하얀색 원피스를 나풀거리며 등장한 서현에게서 누구나 꿈꾸는 첫사랑이 떠오르는 건 참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또한 서현은 무수한 고난을 이겨내고 사랑을 되찾은 연우처럼 외유내강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겉모습은 자칫 부숴질듯 연약해 보였지만,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과 꿈을 풀어내는 그녀의 눈빛에는 쉬 무르지 않는 단단함이 엿보였다.

 

 




 

 

 

한걸음씩 가까이 무대로

드디어 뮤지컬 데뷔네요. 첫 무대를 떠올리면 기분이 어때요?
두근거리고 설레요.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고. 근데 또 부담도 많이 돼요. 긴장 반, 설렘 반, 기대 반이죠(웃음).

 

앞서 뮤지컬 무대를 경험한 소녀시대 멤버들이 서현 씨의 첫 무대에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을 것 같은데.
저를 많이 믿어줬어요. 자신감을 가져라. 연습에 최대한 많이 참여해라. 항상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줘요. 선생님처럼 특별한 조언을 해주기보단 옆에서 큰 힘이 돼주죠.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부터예요?
(옥)주현 언니 무대를 보고 꿈을 키우게 됐어요. 언니가 출연하는 뮤지컬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봤거든요. 그러면서 차츰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어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은요?
<브로드웨이 42번가>요. 페기 소여 역이 참 매력적이었죠. 언젠가 이 작품을 꼭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공연 보고 나서 미래를 기약하며 탭댄스도 배웠죠, 콘서트 때 이 작품과 비슷한 무대를 꾸며 탭댄스를 선보이기도 했고요.

 

서현의 페기 기대되네요. 또 어떤 역할을 맡아 보고 싶어요?
<위키드>의 글린다! 워낙 <위키드>를 재밌게 봤어요. 뉴욕에서도 보고 지난번 내한 공연도 보고. 근데 전 주현 언니와 (정)선아 언니 공연이 제일 좋더라고요. 두 언니들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였죠. 캐릭터와 100퍼센트 이상 일치된 모습이었어요. 항상 주현 언니 공연을 보면 가슴이 벅차고, 큰 힘을 얻어요. 물론 언니가 맡은 엘파바도 멋있고 탐났지만 글린다가 참 사랑스럽더라고요. 두 인물 중 제가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10년 안에 꼭 해보자! 목표를 세웠죠.

 

데뷔작으로 <해를 품은 달>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는 사극만 봤죠. 사극을 정말 좋아해서, 자연스레 사극에 출연하고 싶은 꿈도 꿨고요. 마침 뮤지컬을 꿈꾸고 있던 찰나 이 작품이 사극이더라고요. 더군다나 제가 한창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빠져 살았거든요. 작품도 워낙 재밌고, 연우라는 캐릭터도 탐나서 어렴풋이 나중에 연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 작품이 나타난 거예요. 신기하고 행복했죠.

 

 


 

 



  

무대 위 운명적인 만남
드라마로 <해를 품은 달>을 처음 접했을 때, 연우의 첫인상이 기억나나요?

연우가 열세 살이었는데, 나이도 사람 나름인 거 같더라고요. 같은 열세 살이라도 어른 같은 아이가 있는 반면, 제 나이보다 훨씬 어린 정신연령을 가진 아이도 있잖아요. 연우는 정신연령이 굉장히 높아 보였어요. 물론 제 또래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풋풋해요. 그럼에도 소녀보단 여성에 가까운 느낌이었죠. 성숙하고 현명한 여성이요.

 

직접 연기해보니 지금은 어떤가요?
연우는 제 이상향에 가까운 여자예요. 제가 만약 남자였으면 연우가 이상형이었을 거예요. 그 정도로 제겐 이상적인 인물이죠. 그냥 지금은 내가 연우가 되었다는 착각을 하고 있어요(웃음). 원작 소설을 읽을 때도, 이건 내 일기장이라고 생각하고 보니깐 좀 더 인물을 이해하기 쉽더라고요.

 

이상형에 가까운 인물이더라도, 공감하기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겠죠?
처음에는 조선 시대라는 배경 외엔 이해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런데 연우가 8년 후 무녀 월로 등장할 땐 힘들더라고요. 단순한 무녀가 아니라 연우의 기억이 봉인된 무녀거든요.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 전생의 기억인지, 아니면 무녀이기 때문에 떠오르는 기억인지, 혼란스런 가운데 내면 연기를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원작에서 무녀 월이 등장하는 부분을 모두 밑줄 그어놓고, 시간 날 때마다 계속 들여다봤어요.

 

연우와 훤의 사랑은 그야말로 운명적이죠. 운명 같은 사랑을 믿나요?
믿어요. 아직 소녀 감성이 남아있어서 그런가(웃음)? 사람들이 결혼할 상대는 딱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10년을 만나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보자마자 ‘이 사람이다’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정말 그래요?’라고 되묻기도 했었지만, 운명적인 만남은 꼭 있을 것 같아요.

 

훤뿐만 아니라 양명도 애절하게 연우를 사랑해요. 현실에서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어요?
너무 어렵네요(웃음).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해요. 극 중에서 연우가 훤을 선택하지만, 한 치도 흔들림 없는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연우가 세자빈으로 윤대형 대감의 딸이 내정돼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양명이 찾아와서 모든 걸 버리고 너와 함께 떠나겠다고 하거든요. 제가 연우라면 그때 많이 흔들릴 것 같아요. 이미 나는 세자저하와 함께하지 못하는 운명인데, 양명이 헌신적인 사랑을 주잖아요. 훤은 모든 걸 갖춘 왕인데, 과연 모든 걸 버리고 나를 택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양명은 이미 그렇게 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라면 양명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같은 SM 소속인 규현 씨가 훤 역을 맡았어요. 친분이 있다 보니 작품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은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 규현 오빠가 원작 소설책을 선물로 줬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또 제게 연우랑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해준 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 진짜 기분이 좋았거든요.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희망이 생기더라고요. 덕분에 더 열심히 연습을 하게 됐죠.

 

다른 훤들과의 합은 어때요?
김다현 선배님은 세심하게 잘 챙겨주세요. 작품 분석을 굉장히 철저히 하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계속 새로운 생각들을 할 수 있게끔 말이에요. 전동석 선배님은 런스루를 할 때 제 부분을 다 체크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처음 하는 뮤지컬이다 보니 걱정이 많았는데 선배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이제 <해를 품은 달>은 가족 같아요. 모든 분들이 선하고 유쾌해요. 다 친해졌죠. 힘든 일이 있어도 연습실에 가면 에너지를 많이 얻어요. 잘 차려진 밥상에 이렇게 제가 올라간 만큼, 숟가락 하나의 몫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날을 기다리며

포스터에서 한복 입은 모습이 참 단아해 보였어요. 새삼 서현 씨와 사극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또 다른 사극을 기대해도 될까요?
그럼요. 저랑 친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제가 얼마나 사극을 좋아하는지. 지금까지 쓴 일기를 다 모아놨는데, 얼마 전 어릴 때 일기를 꺼내 봤어요. 근데 눈물 자국이 있는 거예요. 이건 뭐지? 하고 봤더니 “오늘 허준이 돌아가셨다”라고 써놓은 거예요. 제가 드라마 <허준> 팬이었거든요(웃음). 그 정도로 사극을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 다른 친구들이 인형 놀이 할 때 저는 한복을 입고 사극 놀이를 했죠.

 

그럼 역사적 인물 중 누구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황진이요. 여성이라고 보호 받기만 하는 캐릭터보다는 진취적인 인물이 좋거든요. 조선 시대는 신분 차별이 심해서 뛰어난 인재여도 여성이면 인정받지 못했잖아요. 하지만 황진이는 자신의 목표를 확실히 갖고 적극적으로 운명을 개척했어요. 그런 모습이 멋있더라고요. 사실 요즘 세대들은 역사책을 많이 읽지 않잖아요. 저 또한 책보다는 드라마를 보면서 역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 점이 좋아서 사극을 더 꿈꾸게 된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이 역사를 좀 더 친근하게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거든요.

 

유독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깊은 것 같아요. 서포트 선물을 들고 연습실을 찾아 온 팬들에게 먼저 사진을 찍자고 했다던데. 
제가 잘하든 못하든 항상 저의 편이 되어 주시는 자체가 큰 힘이 돼요. 어떻게 하면 보답해드릴 수 있을까? 물론 제 일을 잘하는 게 정답이겠지만 그래도 뭔가 더 친근하게 대해 드리고 싶거든요. 팬들은 서포트 선물을 준비한다고 몇 날 며칠을 보냈을 텐데, 막상 제가 보답해드릴 수 있는 시간은 사실 몇십 분도 채 안 되죠. 그게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사진을 찍자고 했어요. 저 또한 나중에 지칠 때마다 그 사진을 보면 ‘날 이렇게 응원해준 팬들이 있었지’ 하고 큰 위안이 되거든요.

 

최근 팬들에게 가장 힘을 얻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주로 편지를 읽고 힘을 많이 얻어요. 팬레터를 한데 모아두고 힘들 때마다 하나씩 열어봐요. 그러면 때마침 힘이 될 때가 참 많아요. “언니 덕분에 행복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하죠. 나로 인해 이렇게 좋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구나. 나도 지금을 이겨내야겠다.

 

팬들에게 일일이 답장을 해주긴 어려울 텐데, 지금 그동안 못했던 답장을 보낸다면?
앞으로도 변치 않고 저를 사랑해주세요. 이런 말은 안 하고 싶어요. 다만 팬들이 언젠가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때 ‘내가 이때 소녀시대 서현을 참 좋아했었지’ 하고 추억해주시면 그것만으로 감사해요. 절 기억해주시는 것으로도 제가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의 일부분이 되는 거잖아요. 그냥 저는 이 사랑을 잊지 않을 거예요.

 

곧 소녀시대로서의 활약도 기대돼요. 지금 서현에게 소녀시대란?
소녀시대는 제 인생의 전환점이에요. 제 인생은 크게 소녀시대 전과 후로 나뉘어요. 물론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여덟 명의 언니들을 만난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에요. 동료이기 이전에 같은 꿈과 목표를 가진 친구로서 만난 거거든요. 특히 저는 외동딸이어서 언니가 있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어요. 그런데 이렇게 운명처럼 친자매 이상으로 10년 넘게 꿈을 나누며 같은 길을 걷는 언니들을 만난 거예요. 제겐 운명이 만들어준 가족이죠.

 

10년 전 서현은 소녀시대를 꿈꾸는 소녀였겠네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10년 후, 서현은 또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일단 뮤지컬을 계속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하고 있을 거예요. 뮤지컬을 오래오래 하고 싶거든요. 열심히 노력해서 그땐 지금보단 훨씬 더 향상된 모습이지 않을까요? 또 연기도 노래도 계속하고 있을 거예요. 더불어 재능 기부도 계속하고 싶어요. 미약하지만 제가 가진 것이 힘이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거든요. 제가 욕심이 좀 많아요, 인생은 한 번뿐이니깐 계속 꿈꾸며 살고 있을 거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5호 2014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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