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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VIEW] <브로드웨이 42번가>, 위축된 마음을 깨우는 경쾌한 탭댄스 [No.201]

글 |박병성 사진제공 |CJ ENM 2020-06-18 5,106

<브로드웨이 42번가>
위축된 마음을 깨우는 경쾌한 탭댄스

 

대중성과 흥행성을 갖춘 대표적인 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6월 20일부터 샤롯데씨어터에 오른다. 이 작품은 1996년 국내에 소개된 후 지난 24년 동안 15회나 공연된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다. 삼 년에 두 번꼴로 공연을 해온 셈이다. 1980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은 신나는 음악과 해피엔딩 스토리, 화려하고 경쾌한 탭댄스가 어우러져 뮤지컬 초심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1930년대 영화 원작, 1980년대 무비컬

원작은 1933년 워너 브라더스사에서 제작한 동명의 영화이다. 당시 뮤지컬 영화는 인기 뮤지컬을 토대로 한 작품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브로드웨이 멜로디>,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아가씨와 건달들> 등이 무대를 영화로 옮긴 작품들이다. 백스테이지를 소재로 하는 뮤지컬 영화는 주로 원작 뮤지컬이 있기 마련이지만, 영화 <42번가>는 무대에서 출발하지 않고 완전히 새롭게 이야기를 창작한 보기 드문 백스테이지 영화였다. 1980년대 만들어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소위 무비컬이다. 2000년대 이후 무비컬은 중요한 트렌드로 부각되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무비컬 작품은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었다. 
 

영화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일자리를 잃은 쇼 비즈니스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한동안 히트작이 없던 스타 연출가 줄리안 마쉬가 대형 뮤지컬 <귀여운 여인>의 제작을 알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제 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배우들이 줄리안 마쉬가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영화는 대공황의 시대상을 반영해 줄리안 마쉬가 <귀여운 여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겪는 난관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블랙코미디로 그린다. 영화의 주인공은 공연 관계자들의 생계를 쥐고 있는 줄리안 마쉬이다. 대공황으로부터 근 50년이 지난 1980년에 만들어진 뮤지컬은 시대상을 부각하기보다는 쇼 뮤지컬로서의 매력을 강조한다. 뮤지컬은 시골에서 갓 상경한 무명 배우 페기 소여가 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엄밀한 의미에서 영화는 뮤지컬 영화는 아니다. 극중극인 뮤지컬 <귀여운 여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춤과 노래가 자연스럽게 재현되는 백스테이지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뮤지컬은 원작 영화에 곡을 추가해 화려한 탭 군무가 돋보이는 쇼 뮤지컬로 태어난다. 

 

화려한 탭 군무가 돋보이는 무대

“줄리안 마쉬가 뮤지컬을 올린대!” 커튼 뒤에서 흥분에 찬 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무대는 뮤지컬 <귀여운 여인> 오디션 장면으로 변한다. 커튼 막이 무릎 높이까지 올라가자 그 사이로 일사분란하게 탭댄스를 추는 앙상블의 다리가 보인다. 경쾌한 탭 소리와 화려한 볼거리로 압도하는 오프닝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고전 뮤지컬에서 탭댄스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아가씨와 건달들>의 진 켈리나, 우아하고 기술적인 탭을 보여준 <톱 햇>의 프레드 아스테어가 탭에 능했던 대표적인 배우였다. 아일랜드와 미국의 탭댄스는 역사와 스타일이 다르다. 흐리고 열악한 환경 때문에 딱딱한 구두를 신었던 아일랜드에서는 허리에 손을 붙이고 발끝과 발뒤축으로 리드미컬한 춤을 추는 지그 댄스가 유행했다. 여기에서 발전한 아이리시 댄스는 대형을 이루고 상체의 움직임이 거의 없이 빠른 발놀림으로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라인 댄스를 취한다. 아프리카의 노예선에서 시작한 미국의 탭댄스는 군무보다는 개인기가 강조된다. 현란한 발동작에 맞춰 상체의 움직임도 자유로운 편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탭은 미국적인 현란한 안무와 일사분란하면서 스펙터클한 탭 군무를 선보인다.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은 물론 <귀여운 여인>의 극중극 장면인 코인 댄스, 그리고 본 공연보다도 더 화려한 피날레 장면은 탭 군무의 진수를 보여준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연출과 안무는 <바이, 바이 버디>(1960), <헬로 돌리!>(1964)의 고어 챔피언이 맡았다. 제롬 로빈스, 밥 포시, 마이클 베넷 등과 더불어 연출과 안무를 겸하는 대표적인 안무가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고어 챔피언이 지병 중에도 마지막 열정을 불살라 만든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첫 공연은 11번의 커튼콜이 이어질 정도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다. 커튼콜 후 제작자는 바로 오늘 아침 고어 챔피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고어 챔피언은 자신의 대표작을 끝내 무대에서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 한국 공연

1980년 만들어진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96년 한국에서 초연된다. 삼성영상사업단이 공연계에 뛰어들어 제작한 첫 작품으로 한국 뮤지컬 역사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국 초연 공연은 미국 뮤지컬 전문 제작사인 트로이카와 공동 제작으로 만들어졌다. 레플리카 시스템으로 제작된 첫 작품인 셈이다. 국내와 뉴욕 오디션을 통해 국내 배우 30명, 브로드웨이 배우 5명을 캐스팅하였고, 분야마다 트로이카 제작진과 국내 스태프가 일대일로 결합하여 참여했다. 이를 통해 선진 공연 제작 시스템을 배울 수 있었다. 대극장 뮤지컬 제작비가 3~5억 원에 불과하던 시절 16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였다. 페기 소여 역에는 신인 임선애가 캐스팅되어 극 중 페기 소여처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초연 이후 열네 번의 라이선스 공연과 한 번의 투어 공연을 진행했다. 2018년 역대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운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공연에는 기존 출연진에 새로운 배우들이 추가되어 기대를 더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에는 기존 출연진 송일국, 이종혁과 더불어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양준모가 새롭게 투입되었다. 갓 상경한 풋내기에서 스타로 등극하는 페기 소여 역은 신인 배우의 등용문으로 주목받는 역할이다. 국내 초연, 재연 때는 각각 임선애, 양소민 등이 페기 소여를 통해 주역으로 떠올랐고, 이후 전예지, 정단영 등이 신예로 주목받았다. 올해는 김환희가 선택되었다. <베르나르다 알바>로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은 김환희는 기존 페기였던 오소연과 더불어 당차고 매력 넘치는 페기 소여를 연기한다. 대표적인 쇼 뮤지컬이지만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관객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1호 2020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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