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뮤지컬
20 MOST BELOVED MUSICALS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가장 깊숙이 자리 잡은 작품은 무엇일까. <더뮤지컬>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한국 뮤지컬의 역사를 돌아보고자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의 주제는 관객이 선정한 2000-2020 우리가 사랑한 뮤지컬. 2000년 이후 초연해 3시즌 이상 공연된 창작 및 라이선스 뮤지컬을 후보로 꾸렸는데, 최근 공연작에 표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2000년대와 2010년대 두 시기로 나누어 투표를 받았다. 6월 4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 동안 진행된 해당 설문에는 총 1,162명이 참여했는데, 응답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월 2~5회(44%)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응답자 가운데 22%는 월 6~10회 공연을 관람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연령대별 비율은 20대 49%, 30대 33%, 40대 9%다. 그럼 지금부터 <더뮤지컬> 지난 20년에 담긴 ‘관객 선정 20편’의 기록을 살펴보자.
#06
2005 <빨래>
강원도에서 상경한 비정규직 서점 직원 나영과 몽골 출신의 이주 노동자 솔롱고, 그리고 그 이웃들의 고되지만 따뜻한 서울살이를 그린 작품. 한국 소극장 뮤지컬의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빨래>는 추민주 연출가가 쓴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에서 출발했다. 2005년 정식 초연됐고 이후 꾸준히 관객과 만나면서 5,000회가 넘는 공연 기록을 세웠다. <빨래>를 통해 ‘서울살이 몇핸가요’, ‘참 예뻐요’ 등의 히트곡을 탄생시킨 민찬홍 작곡가는 국내 뮤지컬계에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창작자로 자리매김했다.
초연 기간 2005년 4월 14일~5월 1일
초연 장소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제작사 씨에이치수박
관객 선정 이유
1. 대중성을 갖춰 시장 확대에 기여함 39%
2. 재능 있는 배우 또는 창작진 발굴 18%
3.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룸 15%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음악. 오랜 기간 오픈런으로 공연돼 위로받고 싶은 날에 극장을 찾아가면 언제든 만날 수 있어서 고마웠던 작품이다. - rosa
이제는 이야기가 조금 낡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어딘가에 존재하는 이야기.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는 언제나 위로를 준다. - 옹심
“추민주 연출한테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다른 스케줄 때문에 대본도 안 읽고 거절했어요. 그런데 잊지 않고 또 연락을 하더라고요. 다시 대본을 받아서 읽어보는데, 시대가 한 바퀴 돌고 온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시대가 변해도 똑같이 반복되고, 여전히 거기에 존재하는 순환적인 이야기였어요. <빨래>가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지 모르잖아요. 여러모로 필요한 이야기겠다 싶어서 같이 하자고 했어요. 처음에 못 알아봐서 미안하다고 했죠.” - 이정은 배우
2009년 6월 제69호 PEOPLE
“<빨래>는 내가 살아온 삶의 경험과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이기에 베스트 한 장면을 꼽는 것은 참 어렵다. 그래도 하나를 고르자면 1막 마지막 뮤지컬 넘버인 ‘비 오는 날이면’에 제일 애착이 간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 때문에 좌절하는 솔롱고와 그의 분노와 슬픔을 만져주는 나영, 그리고 마을버스 안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는 곡인데, 여기 담긴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늘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 서울은 누가 뭐래도 꿈꾸는 자들의 것이다.” - 추민주 연출가
2011년 2월 제89호 DIRECTOR'S CHOICE
“<빨래> 무대 디자인의 중요한 과제는 소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높이감이 확실히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거였다. 물리적인 높이로는 지상과 지하의 표현이 불가능한 공간 구조에서 어떻게 하면 옥상을 만들 수 있을까. 가만 고민해 보니 우리가 옥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하늘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중요했던 것 중 하나가 하늘 표현이다.” - 여신동 무대디자이너
2011년 10월 제97호 SCENE SCOPE
“솔롱고가 자신의 고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 이름은 솔롱고입니다’라는 곡을 부르는데, 진지하기보단 밝고 경쾌한 노래가 어울릴 것 같았어요. 몽골 민요가 삽입돼도 좋을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열심히 몽골 민요를 수집했죠. 그러던 중 이 곡에 딱 어울리는 민요를 찾았어요. 그 민요의 가사가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는 게 문제였지만. (웃음) 민요 선율을 변형해 전주에 흐르도록 했어요. 단번에 민요처럼 들리는 것보다는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면 했어요. 그래서 보사노바 리듬도 함께 더했죠.” - 민찬홍 작곡가
2014년 7월 제130호 NUMBER BEHIND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2호 2020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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