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온정 가득한 세계
힐링 전파 뮤지컬 <빨래>가 1년 만에 돌아왔다. 첫 공연 이래 16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의 손을 잡고 위로를 건네야 한다는 <빨래>의 메시지는 여전하다. 따뜻한 정이 넘치는 등장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뮤지컬을 보다 보면, 우리 또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무대가 끝난 후에도 감동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독서로 그 여운을 간직해 보는 건 어떨까? <빨래>의 감동과 닮아 있는 책을 소개한다.
낮술
하라다 히카 지음/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뮤지컬이 주는 감동을 간직하고 싶다면, 하라다 히카의 소설 『낮술』이 제격이다. 드라마 <심야식당>처럼 한 가지 사연에 음식과 술이 곁들여지는 구성으로 주인공 쇼코와 도시를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쇼코는 이혼을 하고 혼자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이지만,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다. 그는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의 곁을 지켜 주는 ‘지킴이’ 일을 하면서 의뢰인들의 다양한 사연을 듣는다. 여기에 재미를 더하는 건, 주인공 쇼코가 즐기는 음식과 술이다. 고기덮밥부터 오므라이스까지 평범한 음식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잃지 않으려는 쇼코를 보면,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서점의 온도
류얼시 지음/김택규 옮김 | 유유
<빨래>에서 나영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점에 취직하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악덕 사장은 동료를 부당 해고하고 이에 맞서는 나영을 물류 창고로 보낸다. 나영이 일하는 서점이 좀 더 따뜻한 일터였으면 어땠을까? 『서점의 온도』는 1200북숍의 설립자 류얼시가 쓴 에세이다. 그는 대학생 시절 타이완을 여행할 때 여러 사람에게 잠자리를 제공받았던 경험을 계기로, 배낭여행객에게 무료로 숙소를 제공하는 서점을 열었다. 이 특별한 심야 서점에 거리를 떠도는 아이, 외국어 사전을 쌓아 놓는 할아버지 등 기상천외한 손님들이 모여든다.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1200북숍은 나영도 금세 사랑에 빠질 만큼 정이 넘치는 공간일 것이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
은유 지음 | 창비
옥상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나영을 보고 첫눈에 반한 몽골 청년 솔롱고. 두 사람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하얀 빨래처럼 순수하지만, 그들이 사는 현실은 쉽지 않다. 솔롱고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살던 집에서 나가라는 협박도 받는다. <빨래>가 창작된 지 16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솔롱고가 처한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통해 현장 실습생 아이들의 노동 문제를 다뤘던 은유 작가는 『있지만 없는 아이들』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 이야기를 꺼낸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배제와 차별을 겪는 아이들. <빨래>에서 솔롱고가 겪는 차별을 떠올리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새 마음으로
이슬아 지음 | 헤엄
<빨래>에서 조연은 주연 못지않게 빛난다. 나영이 세 들어 사는 단칸방 주인 할머니, 방값을 매번 미루지만 미워할 수 없는 희정 엄마까지 각자의 사연을 지닌 캐릭터들이 극에 재미를 더한다. 어쩐지 한 번쯤은 동네에서 마주쳤을 것 같은 이웃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이슬아의 인터뷰집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새 마음으로』는 이슬아 작가가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해 온 이웃 어른들과 긴 대화를 나눈 책이다. 응급실 청소 노동자 이순덕, 수선집 사장 이영애 등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이름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슬아의 다정한 질문을 통해 전해진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새 마음으로’ 내일을 살아갈 용기가 생길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8호 2022년 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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