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
영국에서 소설은 18세기에 이르러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 작가가 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들이 등장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가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바로 브론테 자매다. 올가을 초연되는 <브론테>는 가난한 목사의 딸로 태어나 평생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샬럿, 에밀리, 앤 브론테 자매의 삶에 상상력을 더한 창작뮤지컬이다. 브론테 자매가 살았던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함께 읽어보자.
『브론테 자매 평전』(2018)
데버러 러츠 지음 | 박여영 옮김 | 뮤진트리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애그니스 그레이』를 쓴 샬럿, 에밀리, 앤 브론테 자매의 생전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빅토리아 시대 전문 연구가 데버러 러츠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브론테가의 자료와 유물을 연구해 썼다. 브론테 자매는 전통적인 계급 사회이자 가부장제 사회였던 빅토리아 시대에 살았지만, 시대에 반하여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브론테 자매 평전』의 저자는 자매들이 어린 시절 함께 만들었던 작은 책자, 산책 때 사용했던 나무 지팡이, 사람들에게 보냈던 편지, 휴대용 책상 등 자매들이 사용했던 일상적인 사물 아홉 가지를 통해 그들의 삶과 문학을 분석한다. 중간중간 자매들의 작품을 인용하여 그들의 일상이 문학 속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빅토리아 시대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다.
『제인 에어』(2013)
샬럿 브론테 지음 |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샬럿 브론테의 장편 소설 『제인 에어』는 브론테 자매의 작품 중 유일하게 생전에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소설은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로 들어간 제인 에어가 저택의 주인 로체스터와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어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다.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당시 소설로는 드물게 여성의 시선으로 사랑과 욕망을 다루었다. 고아 출신에 가난하지만 열정적인 제인 에어가 현실에 부딪치고 저항하며 행복을 쟁취하는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최초의 여성 성장 소설로 꼽힌다. 샬럿 브론테는 빅토리아 시대의 이상적인 여성상과 정반대에 있는 제인 에어를 통해 여성의 삶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비평가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당찬 여주인공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남과 북』(2013)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 이미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목사 남편과 함께 빈민 구제와 사회사업에 힘썼던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동시대 여성 작가들과 달리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썼다. 그의 첫 소설 『메리 바턴』은 빈민과 노동자의 참상을 그리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찰스 디킨스, 존 러스킨, 샬롯 브론테와 교류했다. 『남과 북』은 찰스 디킨스가 발행했던 주간 문예지 『하우스홀드 워즈』에 연재했던 사회 소설이다. 가상의 상공업 도시 밀턴을 배경으로 자주적이고 인간애 넘치는 남부 여성 마거릿 헤일, 냉정하지만 개혁적인 북부 출신 사업가 존 손턴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의 구조를 취하면서 저임금 노동, 빈부 격차, 산업 재해 등 산업화 당시 사회의 명암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또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사람들과 연대하는 마거릿 헤일을 통해 계급 문제, 여성의 권익, 휴머니즘 등 다양한 삶의 모습을 포착했다.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2007)
조지 엘리엇 지음 | 한애경, 이봉지 옮김 | 민음사
번역가, 언론인으로도 활동했던 조지 엘리엇은 사실주의와 탁월한 심리 묘사로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19세기 영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다. 본명은 메리 앤 에반스이지만, 오로지 작품으로만 평가받고 싶어 조지 엘리엇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은 전통적인 사회에서 산업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영국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남달리 똑똑하고 감정에 충실한 물방앗간집 딸 매기가 순종적인 여성이 되길 강요하는 가족과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소설은 빅토리아 시대의 가부장적 질서를 예리하게 비판한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조지 엘리엇이 어린 시절 여성으로서 겪었던 사회적 갈등이 작품의 원천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풍경과 심리 묘사가 뛰어난데, 그중에서도 어린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초반부가 특히 높이 평가받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6호 2022년 9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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