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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뮤지컬 산업, 소프트웨어 성장이 필요한 때" 김문정 음악감독이 '뮤지컬 팩토리' 세운 이유

글 |이솔희 사진 |주식회사 시즌엠 2024-09-11 1,664

 

2001년 처음 뮤지컬 작업을 시작한 뒤 벌써 20년이 넘게 뮤지컬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김문정 음악감독. 그가 그간 참여한 작품의 수는 50개를 훌쩍 넘어 이제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음악감독뿐만 아니라 작곡가, 지휘자로도 활동하며 스스로를 “뮤지컬 음악에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는 김문정 음악감독이 오케스트라 피트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의 장을 열었다. K-뮤지컬의 발전을 도모하는 ‘시즌엠 아카데미’를 설립한 것이다.

 

지난 7월 막을 연 시즌엠 아카데미는 뮤지컬계를 이끌 차세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문정 음악감독과 공연 제작사 할리퀸크리에이션즈가 힘을 모아 설립했다. 다양한 교육 시스템을 통해 배우와 창작진을 양성하고, 신작 개발을 지원하여 궁극적으로 국내 뮤지컬 업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각오다. 시즌엠 아카데미는 공연인들과 가까이서 호흡하기 위해 대학로에 자리를 잡았다. 6층짜리 건물은 최소한의 사무 공간을 제외하고 전부 크고 작은 연습실로 채워져 있다. 오픈한 지 이제 막 세 달 차에 접어들었는데, 벌써부터 많은 배우 지망생이 이곳을 오간다. 

 

“교직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도 아카데미 설립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거였어요. 한 작품의 오디션을 보면 보통 1,000장, 많게는 3,000장 정도의 지원서가 와요. 그런데 전공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오디션을 보기도 전에 서류에서 탈락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아요. 현실적인 이유로 한정적인 수의 지원자만을 만날 수밖에 없긴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작품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 번째 이유는 이제는 뮤지컬 시장의 ‘소프트웨어’가 단단해 질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뮤지컬을 처음 시작한 2001년에는 뮤지컬 시장이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뮤지컬이 산업화 되며 시장이 커졌죠. ‘하드웨어’가 성장한 만큼 소프트웨어도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창작진들, 배우들이 함께 교육을 받고, 서로 소통하고, 여러 도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동안 제가 일하면서 받은 것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고요. 시즌엠 아카데미가 ‘뮤지컬 팩토리’가 되길 바라요. 이 공간 안에서 하나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시즌엠 아카데미는 현재 배우 커리큘럼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지만, 점차 공연 스태프 육성을 위한 클래스를 늘릴 계획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음악감독을 꿈꾼다며 조언을 구하는 학생들의 SNS 메시지를 매일같이 받는다. 그는 “SNS를 통해서는 제대로 된 답을 해주지 못해 답답했는데, 이제는 그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기쁘다”며 웃었다. 

 

“제가 꿈, 열정 얘기를 좋아하면서도 싫어해요. 쓸데없이 사람 마음 부추기는 것 같아서요. (웃음) 어떤 분야를 좋아한다고 모두가 그걸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 공간을 통해 도전의 기회를 열어주되, 점검할 수 있는 건 점검하게 해주자 싶었어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주고 싶었고요. 무대를 사랑한다고 해서 무조건 무대에 서야 하는 건 아니니까, 배우 외에도 무대라는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뮤지컬 산업이 질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산업 내 모든 직업군의 보강이 필요해요. 지금 당장 뮤지컬 연출가 10명, 음악감독 10명 이름 대보라고 하면 바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 거예요. 한정적인 인원이 활동 중이니까요. 음향 테크니션이나 영상 감독 등 기술 파트 전문 스태프의 수도 적어요. 그런데 사실 이런 직업군은 ‘해봐야 알아’요.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길러지는 직업이죠. 그렇게 직접 ‘해볼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김문정 음악감독이 업계의 발전을 위해 행동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인 ‘THE M.C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뮤지컬 음악 전문 업체 ‘The PIT’를 꾸리는 등 동료들의 소속감을 키우고, 안정적인 급여 지급을 비롯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그 숙제를 풀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거예요. 저희 단원들이 예술인으로서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는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와 함께 20대에 뮤지컬 작업을 시작한 연주자 친구들이 있어요. 그들이 언젠가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우리는 승진이 없다고. 그래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늘 같은 페이를 받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요. 정말 속상했어요. 그래서 시즌엠 아카데미가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은 사람들도 품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대학생 시절에 다큐멘터리 하나를 봤어요. 거리 공연을 하는 프랑스 예술가들에 대한 내용이었죠. 그들에게 생계에 대해 질문하니까 1년에 공연을 몇 번 이상 했다는 증명서만 제출하면 나라에서 지원금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각박한 세상 속에서 당신들의 공연이 사람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안겨 주었다는 이유만으로요. 어린 나이에도 그게 되게 부러웠어요. 저희(오케스트라 연주자)는 공연이 없으면 수입이 전혀 없으니까요. 예술가들의 생계 보장은 저 혼자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도적인 지원이 따라와 줘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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