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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Travel] 박은태와 함께하는 오스트리아 빈의 뮤지컬 이야기 [No.88]

글 |박은태 사진제공 |박은태 2011-01-26 7,010

2010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뮤지컬 콘서트에 독일의 뮤지컬 배우 우베 크뢰거(Uwe Kroeger)가 초대를 받았다. 그와 공연을 한 지 한 달이 지난 후, 나는 빈에서 열린 그의 콘서트 무대에 게스트로 서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일정에 따라 11월 13일 빈에 도착하여 이틀 후 첫 공연을 하고, 11월 19일에는 독일 함에서 두 번째 무대에 선 후 서울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 빈 시내 구경 중! 

2. 모차르트 하우스 앞 골목길에서(모차르트가 빈에 있을 때 살던 아파트로 지금은 모차르트 박물관입니다).

3. 합스부르크 가문의 쇤브룬 궁전. 작곡가 르베이의 작업실도 이 곳에 있습니다.

 


이야기 하나  빈에서 펼친 나의 무대

우베 크뢰거의 콘서트 ‘앱솔루트 우베’는 VBW(오스트리아 극장 협회)가 소유한 라이문드 극장에서 진행되었다. 이곳은 <모차르트!> 콘서트, <루돌프>, <레베카> 등이 공연된 곳으로 빈에서 손꼽히는 극장이라고 한다. 공연 전날인 일요일에 리허설을 위해 방문했지만, 공연 당일 찾아간 극장에서는 또 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주변에서 들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들과 낯선 공간의 공기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공연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더해져만 갔다. 전날의 리허설 때에도 긴장한 탓인지 계속 실수를 했고, 결국 우베에게 부탁해 따로 연습을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촉박한 시간과 아직 정리되지 않은 스태프들, 극장의 분위기, 모든 것이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콘서트를 준비하며 모든 현장을 지휘하던 우베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환상적인 앙상블을 자랑하는 배우들 속에서 내가 이 공연의 이방인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시간은 흐르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나의 이름 ‘Eun Tae Park!’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해외 출장 중에 나를 응원하기 위해 극장까지 찾아와 객석의 맨 앞줄에서 공연을 보신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님과 이사님께서 내 바지 자락이 희미하게 떨리는 것을 보고 걱정을 하셨다고 할 만큼 나는 꽤나 긴장한 채 무대에 올랐다.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어떻게 공연을 끝내고 내려왔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다만 돌아설 때 들리던 박수와 환호 소리가 정말 오랜만에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인사 때까지도 계속 떨리던 마음과 사람들의 박수, 그리고 공연장을 들어올 때와는 달리 문을 나설 때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환호… 생각지도 못했던 사인 요청이 이어졌다. 알지 못하는 나라의 처음 보는 배우인 나인데, 노래 하나로 이렇게 큰 박수를 보내주는 낯선 나라의 사람들. 자칫하면 잊어버릴 뻔했던 처음 무대에 섰던 시절의 긴장감이 되살아난 듯했다. 배우로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빈에서 나의 첫 무대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야기 둘  빈에서 만난 뮤지컬 <뱀파이어들의 춤>

빈에 도착한 이튿날, 14일 일요일에 리허설을 마치고 뮤지컬 <모차르트!>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VBW의 공연 <뱀파이어들의 춤(Tanz Der Vampire)>을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 공연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로나헤어(Ronacher)극장 앞에 관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영상으로 접했던 뮤지컬 <루돌프>에서 루돌프 황태자 역을 맡았던 드류 사리치(Drew Sarich)의 공연이라 더욱 기대되었다. 3층까지 관객이 꽉 들어차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뛰어난 영상과 무대, 그리고 조명의 완벽한 조화! 드류 사리치의 노래 실력, 앙상블들 어느 하나 흠 잡을 곳 없는 공연이었다. 현지 취재진들의 촬영 요청으로 무대 뒤에서 직접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내가 정말로 만나보고 싶었던 배우들인데 사진과 영상을 통해 나를 보았다고 한다. 와, 신기한데? 그리고 이어진 2막.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공연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것이 음악의, 뮤지컬의 매력이겠지? 빈에서 관람한 첫 번째 뮤지컬. 배우로서 더 많이 연습하고 발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4. <앱솔루트 우베>에서 함께 공연한 배우들

5. 빈의 황궁 앞에 있는  DEMAL이라는 레스토랑입니다. 엘리자벳이 살아 있을 때 자주 아침식사를 주문해서 먹던 곳이라고 합니다.

 

 

 

 

 

 6. <모차르트!>를 초연한 An Der Wien 극장입니다.

 7. 함 공연을 마친 후 사인회 현장입니다.

 8. 공연 후 꽃다발을 선물 받았어요. 

 

이야기 셋  엘리자베트, 루돌프, 모차르트의 흔적을 따라가다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 역을 하면서 빈 뮤지컬을 접하게 된 이후, 10월 뮤지컬 콘서트에서 루케니를, 빈에서는 <엘리자벳>의 루돌프의 노래를 불렀다. 그 후 자연스럽게 빈의 가장 역사적인 인물들이자, 뮤지컬 배우로서 탐나는 작품들의 주인공인 엘리자베트, 모차르트, 루돌프에게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빈에는 그들의 흔적이 밴 곳들이 많이 남아 있어 공연을 하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그 자취를 찾아보았다. 모차르트와 엘리자베트는 거리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초상화가 인쇄된 사진엽서, 초콜릿, 기념품들이 넘쳐났으니까. 내가 찾은 곳은 ‘씨씨 박물관’과 ‘모차르트하우스’였는데 옛 건물과 오래된 길을 바라보니 또 감회가 색다르다. 엘리자베트 황후는 과연 ‘죽음마저 사랑하게 한 엘리자벳’이라는 공연의 설정에 딱 어울릴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엘리자벳>은 올해 10월에 한국에서도 공연 예정인데 참으로 탐나는 공연이다.

그리고 또 한 곳, <모차르트!>가 초연된 안 데어 빈(An Der Wien) 극장을 방문했다.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로 극장 안에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1805년에 지어졌다는 이 공연장은 실제 루돌프 황태자가 공연을 보기도 한 유서 깊은 극장이라고 한다. <모차르트!> 초연은 물론 <엘리자벳>까지 많은 뮤지컬들이 무대를 채웠던 이 극장은 지금은 오페라 전용극장으로 바뀌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한 아름다운 극장. ‘언젠가 이곳에서 내가 모차르트로 서볼 수 있는 기회는 없을까?’ 하는 욕심이 드는 극장이었다.

미리 계획되었다기보다는 10월 뮤지컬 콘서트 때의 인연으로 갑작스럽게 진행된 일이라 떠나는 날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던 이번 유럽 여행. 그리고 빈과 독일 함(Hamm)에서의 공연.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끊임없이 배우기 때문에 ‘배우’라는 말처럼 두 번의 공연과 짧은 여행은 평생 배우로 살아가고픈 내게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 주었다.

노련함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현장을 지휘하던 우베 크뢰거의 모습은 닮고 싶은 배우의 모습이었고, 분장부터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현지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공연에만 충실 할 수 있는 한국의 공연 환경이 배우들에게 얼마나 좋은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멋진 무대를 선물해 준 우베와, 나의 노래에 진심으로 환호해 준 빈과 함의 관객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8호 2011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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