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정 음악감독과 함께 한 명작 뮤지컬의 이해
주크박스 뮤지컬의 선두주자 <맘마미아>
‘명작 뮤지컬의 이해’ 첫 강의의 주인공은 공연 관계자들과 배우들이 최고의 실력자로 인정받는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이었다. 그녀는 <맘마미아> 공연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이 왜 이토록 사랑을 받는지 세 가지 컨셉을 제시했다. 흐린 날씨였지만 많은 뮤지컬 팬들이 낙원동에 있는 씬 플레이빌 카페로 모여들었다. 마지막으로 수강자들과 ‘맘마미아’를 배워 불러보면서 강의를 마쳤다.
강의 첫 시간이니까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볼까.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가 뭘까?’ ‘음악이 있는 이야기’와 ‘이야기가 있는 음악’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푸치니 오페라를 한다고 하면 포스터에 지휘자가 누구고, 소프라노는 누구, 테너는 누구 이렇게 나온다. 음악을 부각시킨다. 반면에 뮤지컬이라고 하면 나는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배우들을 내세우잖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심에 배우가 있으니까 그런 거다. 같은 이유로 만약에 오페라 가수가 난 이렇게 서야만 소리가 더 잘 나온다고 하면 연출은 그렇게 하라고 한다. 뮤지컬에서는 소리가 안 나더라도 ‘죽을 때는 누워서 불러’ 한다. 이야기가 더 중요하니까.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에 대해 안무의 중요성이 다르다, 마이크를 쓴다, 노래의 비중이 많다.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이런 이야기들도 다 음악에 주안점을 두느냐 이야기에 두느냐와 상관이 있다.
<맘마미아>를 완성시킨 세 가지 컨셉
본격적으로 <맘마미아> 이야기를 하자. 아바의 음반은 스웨덴의 볼보 자동차 다음으로 높은 수익을 냈다고 한다. 아바의 음악은 유럽 전역에 영향을 끼치고 심지어 패션까지 영향을 주었다. 아바의 음악이 뮤지컬로 탄생시킨 것은 프로듀서 주디 크레이머, 작가 캐서린 존슨, 연출 필리다 로이다, 세 명의 동갑내기 여성이었다. 이들이 아바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고자 했던 것은 아바의 노래가 대중음악의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내 생각인데 혼성그룹이라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위윌록유>에서 퀸이 부른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곡을 여성 보컬이 불렀을 때 관객들이 이질감을 받았다고 한다. 아바는 혼성 그룹이어서 각색이나 변형이 자유로울 수 있었다. 아바의 노래는 대화체 가사로 되어 있다. <광화문 연가>을 할 때는 이영훈의 곡이 이별 후 독백체의 곡들이 많아 드라마를 만들기가 힘들었다. 그에 반해 <맘마미아>의 가사들은 일상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치키치타, 머니 머니 머니, 아이 두 아이 두’ 반복적으로 세뇌할 수 있고 쉽게 다가오는 가사를 가졌다.
아바의 노래들이 뮤지컬로 제작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세 여자는 뮤지컬 제작에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절대 가사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품 전체에서 가사를 바꾼 것이 한두 대목밖에 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맘마미아’의 컨셉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맘마미아’가 무슨 뜻인가. ‘어머나, 에그머니나’ 놀라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2002년에 런던에서 <맘마미아>를 처음 봤다. 그때는 내가 이 작품을 맡을 것이라는 걸 몰랐다. 굉장히 좋은 자리였는데 불편하게 봤다. 양 옆자리에 뚱뚱한 영국 할아버지가 앉아서였기도 하지만 정말 괴로웠던 것은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기면서 웃음이 빵빵 터지는데 나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나와 샘이 싸우는 장면에서 샘이 이야기좀 하자고 하자 도나가 ‘I don`t wanna talk’(‘The Winner Takes It All’ 첫 구절) 하니까 빵 터지는거다. 난 왜 웃지 했는데 알고 보니 전혀 엉뚱한 상황에서 노래가 나와서였다. 한국 공연에서도 그걸 살리고 싶어서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만 말해요’ 별 고민을 다했는데 음절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연주자 악보에는 곡 번호와 제목이 써있는데, 지휘자 악보에는 번호만 있고 제목이 없었다. 그걸 나중에 알았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내 바로 뒤에 관객이 있는데 그 몇 사람조차 어떤 노래가 나올지 알지 못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드라마적으로도 그렇다. 세 명의 아버지 후보에서 아빠를 찾는다는 설정이 그렇고, 결혼하기로 한 커플이 안 하기로 한다는 반전, 키가 큰 타냐와 젊고 작은 배우의 로맨스, 모두 의외성을 기반한 드라마이다. 작품에서는 지휘자도 적절히 활용한다. 결혼식 장면 사진을 찍어주고 로지가 받기 싫어하는 부케를 결국 내가 받게 된다. 연주하다가 부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스트레스였다. 어떨 때는 못 잡기도 하고, 부케에 맞기도 하고. (웃음) 모든 공연이 끝났는데 아바의 복장을 하고 공연에서 부르지 않았던 아바의 노래를 앙코르 곡으로 부르는 것도 맘마미아한 일이다.
70년대 아바를 복원하다
세 번째는 아바의 노래를 그대로 복원한다. <맘마미아>의 한국 공연을 앞두고 악기 리스트에 이상한 품목이 있었다. 의자를 구입하라는 것이다. 드러머가 좋은 환경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우퍼 의자였다. 드럼 연주자만 오케스트라 피트에 있지 않고 따로 방에 있다. 그러다 보니 드러머는 신나는 록의 기분이나 디스코의 리듬을 공유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끼라고 진동의자를 주는 것이다. <맘마미아>는 제1 피아노 연주자가 지휘를 한다. 연주를 해야 하니까 지휘는 목으로 한다. 해외 스태프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문정, 더 크게’였다. 끝나고 나면 정말 목이 아팠다. 객석에서 뒤 돌아보면 지휘자 모니터가 있다. 예술의전당은 24인치 모니터였는데 지휘자의 헤드뱅잉을 볼 수 없으니 42인치 모니터로 바꾸라고 해서 전부 바꿨다. 또 연주자들이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기가 원하는 소리로 조절할 수 있게 각자 믹서를 하나씩 준다. 그 전에는 음향감독님께 부탁해서 내리고 올리고 하다 보면 그냥 포기하고 그런 적이 많았는데 각 연주자들이 직접 자신에게 맞는 볼륨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밖으로는 안 나가고 연주자끼리만 소통하는 마이크도 있었다. ‘저 친구는 오늘 컨디션이 왜 이래?’ 이런 말도 하지만 무대 위 돌발상황의 경우 연주자들과 상황을 공유해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이들은 아바의 음악을 그대로 구성한다는 목적 하에 70년대 사용했던 음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했다. 원래 오리지널 스튜디오에서 사용한 피아노, 색소폰 소리를 샘플로 따와서 건반에 심는다. 그래서 이 공연을 스페인에서하든 어디서하든 똑같은 소리가 난다. 내가 <맘마미아>의 음악감독을 맡고 주목받았는데 이 자리에서 고백하자면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 (웃음) 페달을 밟는 강도에 따라 소리의 음량이 다르게 나는데 이 악기에는 노래할 때 풀 사운드 나는 것과 대사할 때 나는 음량이 밟느냐 아니냐에 따라 정해져 있었다. 그 볼룸들이 각 곡마다 정해져 있어서 항상 일정한 음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피아노1, 피아노2, 피아노3 이렇게 구분이 되어 있는데 왜 이렇게 나누어놨나 했더니 각 노래마다 볼룸의 차이를 다 구별해 놓은 것이었다. 아주 치가 떨리게 철저했다. <맘마미아> 공연할 때 음악감독은 안 와도 음향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는 꼭 온다. 이번에도 올거다. 음향디자이너가 꼭 두 명씩 온다. 그래서 한번은 둘 중 누가 선임자냐고 물으니까, 둘은 동등하단다. 우리 귀가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상의해서 최상의 목표점으로 사운드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둘이 다닌다고 한다. 아바의 음악이 좋아서 온 사람들에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끔 아바의 본질을 훼손시키지 말자는 것이 이들의 중요한 미션이다. 개사할 때도 그런 문제가 발생했는데 우리는 중용을 선택해서 ‘땡큐 포 더 뮤직, 치키치타, 허니 허니’와 같은 부분들은 원래 가사대로 해서 음악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했다.
무대 뒤에는 다섯 개의 방이 있다. 여기에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그리고 여분으로 하나의 방이 있는데, 코러스 부스이다. 기존에는 상하수에 부스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여기에 코러스들이 옹기종기 모여 노래를 한다. 지나가는 스태프의 발소리가 들어갈 수도 있다. <맘마미아>는 코러스 부스가 별도로 있어 이런 위험이 없다. 리허설 첫 날인데 배우들을 코러스 부스에 들어가라고 하고선 ‘못 불러 봐’라고 하더라. 배우들이 의아해 하길래 ‘잘하라고’ 했더니, ‘아니 정말 못 불러봐’ 한다. 배우들이 음정도 틀리고 못 부르니까 외국 스태프들이 밖에서 웃고 좋아라 한다. 멋도 모르고 배우들이 못 부르고 나오니까 “이것 봐, 이 마이크는 이렇게 좋아서 너희들이 틀리면 객석에서는 이렇게 들려.”라고 하더라. 시설이 이렇게 좋으니 이제부터 잘못하면 너희들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자존심이 상해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했더니 늘 이렇게 한단다. 이렇게 철저하니까 전 세계에서 공연할 수 있는 것이구나 싶었다.
<더뮤지컬> 명작 뮤지컬 강좌 시리즈
7월 10일 김문정 음악감독 <맘마미아>
7월 24일 이지나 연출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8월 21일 박병성 편집장 <에비타>
9월 4일 원종원 평론가 <오페라의 유령>
10월 박천휘 번역가 <스위니 토드>
11월 이지혜 작곡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2월 조용신 평론가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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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5호 2011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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