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도나
<맘마미아>의 도나 사진을 골랐어요. 2007년 1월 성남아트센터 공연부터 참여해서 샤롯데씨어터, 국립극장, 그리고 지난해 전국 투어 공연을 거쳐 다시 서울 공연을 하고 있어요. 햇수로 5년째인데, 제겐 참 고맙고 의미가 깊은 작품이라 연습할 때마다 고마움을 많이 느껴요.
도나는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에요. 어린 시절 소피를 낳고 그 후 20년 동안 홀로 작은 모텔을 경영하며 딸을 키우잖아요. 근심이 많을 법한데, 긍정의 에너지로 주위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캐릭터죠. 게다가 ‘엄마’로서의 애틋한 감정도 알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해요. 이 작품에 참여하기 전 저는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였고, <시카고>의 록시였어요. 여배우로서 예쁘고 섹시한 역할로 주목받고 싶은 맘은 나이를 떠나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엄마나 아줌마보다는 여전히 ‘루시’고 ‘록시’로 보이고 싶었죠. 그런데 어느 날, 신시의 박명성 대표님이 최정원이란 배우가 ‘엄마’라는 타이틀로 제 2의 배우 인생을 시작해 볼 때가 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라 하셨어요. 그렇게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제 나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후 <시카고>의 ‘벨마’도 할 수 있었던 거죠. 나이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받아들이니 저도 행복해졌고, 관객들도 행복해하시는 것 같아요.
도나는 제 일생에 참 큰 선물들을 안겨준 역할이에요. 2009월 <더뮤지컬> 1월 호에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2008년 11월 아바(ABBA)의 초청으로 스웨덴의 말뫼 아레나 개관 기념 갈라 콘서트 무대에 서게 되었거든요. 전 세계의 <맘마미아> 출연진을 대표해 러시아의 로지, 스페인의 타냐와 함께 한국의 도나로 무대에 올랐어요. ‘맘마 미아!’와 ‘댄싱 퀸’, ‘워털루’를 불렀는데, 그중 ‘맘마 미아!’를 혼자 한국어로 노래할 때, “세계 최고의 도나가 서울에서 왔다”는 멘트와 함께 중앙 스크린에 태극기를 띄워주더라고요. 리허설 때는 없었던 깜짝 이벤트였는데, 너무 즐거우면서도 국가 대표가 된 듯 가슴이 뭉클해졌던 기억이 나요. 공연장에 온 모두가 마치 자기의 언어로 듣듯 즐겨주었던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또한, 지난해 1년간의 지방 공연도 잊지 못하죠. 울산 공연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공연이 끝나고 10분 동안 ‘최정원, 최정원!’ 제 이름을 불러주셨어요. 아직까지 세계 어느 공연에서도 앙코르 인사로 다시 막을 올리거나 마이크 인사를 한 적이 없다 해서 저도 막 뒤에서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나요. 관객 분들이 많이 서운해하셨겠죠? 저도 그랬답니다.
햇수로 5년 동안 도나를 해왔는데, 연습할 때마다 참 좋은 선택이었고, 오래도록 도나란 이름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래할수록 더욱 진국인 도나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지난 1년의 지방 투어를 마치고, 2년 만에 서울에서 공연하게 되었는데, 이 공연은 저로서도 늘 새롭고 기대가 돼요. 깊고 담백한 도나를 보여드릴게요.
지방 공연 때는 합숙을 해서 서울 공연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공연장 로비도 나가보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죠. 왼쪽 사진은 판매 데스크, 예쁜 상품이 많아 공연만 없으면 내가 팔아보고 싶었어요. 여권 지갑을 샀는데, 해외에 가면 출입국 관리소에 계신 분들이 ‘아, 맘마미아!’라고 알아봐주세요. 제가 한국의 도나라고 하면 굉장히 반가워해 주시더라고요. 가운데 사진은 포토 존에서 찍은 사진, 진짜 같죠? 호호. 오른쪽 사진은 대구에서 공연이 끝나고 숙소로 가다가 거리 배너가 보이길래 달려가서 찍었어요.
대구 팬 사인회가 끝나고 포토 존 앞에서 스카이 역의 (김)영웅이가 선물한 맘마미아 후드티를 입고 한 컷. TV프로그램 ‘1:100’에 출연한 저와 영웅이가 최종 3인에 올랐는데, 결국 영웅이가 우승을 했어요. 마지막 문제를 풀기 전 MC가 상금을 타면 어떻게 쓰겠느냐 묻길래 제가 ‘배우와 스태프에게 긴 점퍼를 선물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야기에 자극받은 영웅이가 상금으로 배우, 스태프까지 120명 모두에게 후드티를 선물해 정말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죠.
공연이 끝난 후 수경 언니와 경미 언니와 함께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공연 의상을 입고 찰칵. 제가 입은 것은 ‘웨딩 신’ 의상이에요. 샘에게 청혼을 받으며 ‘I Do I Do’를 부르는데, 여자로서, 엄마로서 힘들었던 지난날을 잠시 나마 잊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잖아요. 그래서 이 의상을 입을 때가 참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집시풍 옷을 즐겨 입는데, 남편이 이 의상을 입을 때 단아해 보인다고 참 좋아하더라고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6호 2011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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