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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cene Scope] <톡식 히어로> 분장의 비밀 [NO.96]

사진제공 |최송화, 쇼노트 정리 | 김유리 2011-09-14 6,717

초록 괴물이 탄생하기까지

 

공연을 보고 대부분은 대본, 배우, 연출, 음악, 무대를 말한다. 하지만 <톡식 히어로>, <헤드윅>, <미녀는 괴로워>,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 특수 분장이 캐릭터를 살려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작품들도 있다. 지난 해 여름 혜성같이 등장해 관객의 혼을 쏙 빼놨던 <톡식 히어로>. 비 호감 초록 괴물이 호감의 캐릭터가 되거나, 눈앞에서 한 사람이 여러 사람 연기를 할 수 있는 건 무대 뒤에서 `신의 손`을 작동하고 있는 분장 팀의 공이 크다. 믿을 수 없지만 믿게 만드는 만화 같은 퀵체인지와 초록 괴물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채송화 분장디자이너가 들려주었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분장팀이 살려줘야 하는 핵심적인 부분은 ‘톡시의 마스크’와 ‘퀵체인지’ 이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톡시는 유해물질에 빠져 얼굴이 녹아내린 괴물이지만 귀엽고 정감이 느껴지는 캐릭터여야 했고, 멀티맨과 시장·엄마의 퀵체인지는 극의 흐름을 쫀쫀하게 해주는 정말 빠른 테크닉이 필요했다.


보통 대본을 보고 분장 바이블을 보게 되는데, 제작 과정을 알려주는 바이블은 없다. 대부분 결과물만 보여줘 어떤 재료를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똑같이 만들기도 힘들다. 그럴 땐 처음 작업한다고 생각하고 원하는 느낌을 상상해야 한다. 특수 분장의 재료는 콜드 폼, 핫 폼, 실리콘으로 세 가지가 주로 쓰이게 되는데, 각각의 장단점과 재질의 느낌, 그리고 그 공연의 분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에 포커스를 맞춰 재료를 선택하게 된다. <미녀는 괴로워>처럼 뚱뚱한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가볍고 땀 흡수도 잘 되는 핫 폼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별에서 제니로 변신하는 순간 살에 접착이 되어 있는 분장을 한 번에 떼어내고 일반사람의 피부로 돌아가야 하는데 핫 폼은 깨끗하게 떨어지지가 않아 무거워도 실리콘 분장을 하게 되었다. 결국 ‘퀵체인지’가 핵심 포인트였던 셈이다.


배우들의 피부 보호도 굉장히 중요하다. 보통 특수 분장 때문에 피부가 상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실은 분장을 떼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리무버가 독해서인 경우가 많다. <오페라의 유령> 때 유령의 가면을 씌우기 위해 먼저 배우의 머리에 대머리 가발을 접착시켜야 했는데, 이때 통풍과 리무버 문제로 팬텀 역의 배우도 고생하다가 결국 방법을 찾았다. 이 작품을 경험한 것은 <톡식 히어로> 작업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톡시의 마스크를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이 바로 최대한 접착제를 빼면서 배우의 피부를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초연 때엔 실리콘 마스크에 실리콘 접착제를 붙여 가볍게 진행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접착제를 빼고, 땀이 빠지는 구멍을 많이 뚫어 최대한 배우의 불편함을 줄였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에 땀이 차면 들뜰 것을 대비해 입 주위를 크게 뚫었지만 오히려 배우의 피부와 달라 보여 눈에 띄었던 점을 고려해 이번엔 얼굴 옆주름 선에 맞춰 마스크를 닫아주면서 가능한 한 피부에서 들떠 보이지 않는 것에 주력하면서 작업했다. 그리고 지난 해 가장 분장 팀을 괴롭혔던 것은 ‘톡시의 눈’. 작년에는 사람 눈처럼 생긴 것을 구해 썼는데, 무대에서 너무 작아 보인다는 모니터가 많아서 이번에는 두 배 이상 큰 눈을 따로 제작했다. 코미디 작품이고, 오버스러운 면이 많다보니까 오히려 그게 자연스러워 보였다.


톡시의 마스크는 우리 배우의 느낌을 많이 썼다. 외국의 톡시는 좀 더 징그럽고 아저씨 같은데, 거부감이 들면 안 될 것 같아서 배우의 얼굴을 많이 이용해 본연의 느낌에 가깝게 제작했다. 물론 <헤드윅>처럼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 본질적으로 괴물의 느낌이 흐려질 수도 있어서 녹색물질이 흘러내리는 모양이나 머리카락 등은 동일하게 만들었다. 흘러내리는 질감을 잘 살리기 위해선 실리콘을 썼다. 목까지 내려와 조금 무거운 감이 있지만 뒤가 트여져 있어서 굳이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이런 마스크를 제작하는 데는 꼬박 한 달이 걸린다. 배우들이 얼굴의 본을 뜨고, 본에 따라 마스크를 뜨고, 공연에 쓸 수 있도록 색을 넣고, 머리카락을 달고, 배우들이 쓸 수 있게 라인을 잡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이렇게 한 달 걸려 나온 마스크는 더블 캐스트로 진행되다 보니 일주일 간 사용하고 교체한다. 매일 교체해야 하는 <미녀는 괴로워>보다는 좋은 조건이다. 이때와 초연의 경험으로 이번에는 공연 한 달 반 전에 만들어 연습 때도 미리 씌워보고 수정을 하고, 여러 개의 마스크를 떠서 베스트를 찾았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의 마스크를 이미 다 만들어 놓은 상태다.

 


<톡식 히어로>의 또 하나의 과제는 ‘퀵체인지’였다. 1인 다역 멀티 맨들이 공연을 하는 동안 바꿔 쓰는 가발의 개수는 개인당 15~17개이고, 퀵체인지를 해야할 경우 10~15초 사이에 교체한다. 그리고 가장 관건이었던 ‘시장·엄마의 퀵체인지’. 우리 팀은 ‘죽음의 퀵’이라 부른다. <헤드윅>에서 ‘Midnight Radio’의 한 절을 부르는 데 걸리는 시간 동안 이츠학이 여장을 한다던지, <미녀는 괴로워>의 한별에서 제니로의 퀵체인지도 6분 30초(무대 등퇴장 30초, 땀복을 벗기는데 1분, 엄밀히 말하면 4분이다)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시장·엄마의 퀵체인지’에서 바뀌는 횟수는 7번이고 가발 한개당 5초 내로 교체한다. 이 퀵을 위해선 분장 팀의 손과 배우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퀵체인지 룸 안에 7~8명이 들어가 퀵 전환을 도와주고 있다. 미리 가발을 쓰고 있고, 옷도 반쪽만 입은 상황에서 옆으로 등퇴장을 해야 하는데 누구 하나 실수를 하면 큰일이다. 시장·엄마 역의 김영주, 홍지민, 정영주 씨 모두 센스와 기술이 남다른 배우들이라 다행이었다. 가끔 이 퀵체인지 룸을 열어서 보여주고 싶다. 정말 그 안에서 리얼 코미디가 펼쳐진다! 퀵체인지는 공동예술이다. 짧은 시간 동안 분장과 가발을 바꾸고, 의상을 바꾸고, 다시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바꿔 달아야 하기 때문에 분장팀과 음향팀, 의상팀이 순서를 정해놓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시간을 맞춰내야 한다.


시각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효과적이면서도 배우들을 보호할 수 있는 특수 분장을 고민하는 것도 고되지만, 특수 분장을 해야 하는 배우도 역시 고되기는 마찬가지다. 배우들에겐 미안하지만 무대에서 흘린 땀은 결국 관객에게 감동을 주게 마련이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캐릭터를 살리는데 연출가의 생각, 대본, 배우의 연기도 큰 몫을 하지만, 몇몇 작품에서는 특수 분장 역시 큰 몫을 담당한다는 것을 조금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톡시 마스크 제작 과정 : 알지네이트작업 -> 석고붕대작업 -> 얼굴 본뜨기 -> 유토작업 -> 실리콘 작업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6호 2011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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