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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 자체가 예술"…김향안 조명한 뮤지컬 <라흐 헤스트>

글·사진 | 이참슬(웹 에디터) 2022-09-16 2,012

 

창작 초연 뮤지컬 <라흐 헤스트>가 16일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뮤지컬 <라흐 헤스트>는 시인 이상과 화가 김환기의 아내로 알려진 김향안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 작품이다. 이상을 만난 20살 시절의 ‘동림’(김향안의 본명)과 김환기를 만나 여생을 함께한 ‘향안’의 시간이 역순으로 교차하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제목 ‘라흐 헤스트’는 수필가이자 화가, 미술 평론가였던 김향안의 글 중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Les gens partent mais l’art reste)’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라흐 헤스트>는 지난 2020년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최종 선정작으로 당선된 작품으로 개발 과정을 거쳐 2년 만에 무대에 올랐으며,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이 저작권 후원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지숙, 제이민, 박영수, 이준혁, 양지원, 임찬민, 김주연, 최지혜, 안지환, 임진섭 등 주요 배우들과 김은영 연출가, 김한솔 작가, 문혜성 작곡가, 정혜지 작곡가가 참석했다.

 

아래는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김향안의 이야기를 어떻게 뮤지컬로 만들게 되었나요?
김한솔 작가(이하 김한솔) 이상과 김환기의 부인이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두 예술가가 사랑했을지 찾아봤어요. 공부하면 할수록 너무 멋진 분인 거예요. 김향안은 단순히 예술가의 아내로 살았을 뿐만 아니라 이상을 만나고 글을 썼고, 김환기를 만나고 같이 그림을 그렸어요. 그분의 삶 속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이 모두 모여서 김향안의 인생 자체가 예술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꼭 뮤지컬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김향안은 스물한 살에 이상의 "우리 같이 죽을까 어디 먼 데 갈까" 한 마디에 가방을 싸서 떠나고, 그 사랑을 삼 개월 만에 떠나보내요. 그 슬픔을 글로 써서 수필가가 되죠. 또다시 예술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두려웠을 텐데, 김환기를 만나 미술 평론가가 됐어요. 김환기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화가가 되고, 김환기의 그림을 널리 알렸죠. 이 모든 활동이 너무 예술을 사랑해서라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어요. 전 '사랑은 가고 예술은 남다'라는 말에서 예술이 곧 향안이라고 생각했어요. 김향안이 세상을 떠나도 그가 치열하게 예술을 사랑했던 삶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며 집필했습니다. 

 

실존 인물을 극화하는 데 부담은 없었나요? 
김한솔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면 안 되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했어요. 특히 환기재단과 친밀한 교류를 하면서 대본을 수정하고, 의견을 들었어요. 환기재단도 많이 협조해주셨어요. 

 

 

중요한 순간마다 향안과 동림이 만나는데, 그 의도가 궁금합니다.
김한솔 향안과 동림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되길 바랐어요. 이 극은 김향안이 죽기 전 자신의 일기장을 돌아보며, 자신의 가장 외로웠던 순간으로 돌아가는 걸로 시작해요. 자기 자신을 위로해주고 싶어서 간 길 끝에는 동림이가 서 있고, 오히려 향안을 위로해주죠. 그것으로 향안은 용기를 내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로 만들고 싶었어요. 

 

음악이 서정적이에요. 작곡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문혜성 작곡가 등장인물 네 명 다 예술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인물이에요. 네 인물이 예술을 어떻게 대할까 생각하면서 음악적인 결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동림은 예술을 동경했던 사람, 향안은 예술을 존중했던 사람이고, 환기는 예술을 삶으로, 이상은 예술을 숨으로 여겼다고 생각했어요. 예술에 대한 다른 태도를 어떻게 음악적 언어, 가사에 풀어낼지 고민했어요.

 

 

<라흐 헤스트>는 2020년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으로 처음 공개됐어요. 본 공연으로 오면서 가장 변화한 부분이 무엇인가요?
김한솔 처음에는 극 중 등장인물 네 명의 시간이 동일하게 흘렀어요. 그러다 보니 각자 중요한 순간이 똑같아서 캐릭터가 제대로 보이지 않더라고요. 작품에 대한 멘토링을 받던 중에 향안은 역순으로, 동림은 원래 시간대로 흐르게 하면 어떻겠냐고 말을 듣고, 그렇게 하면 향안과 동림이 서로 슬플 때 위로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의 대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무대에 영상이 많이 사용됩니다. 어떤 콘셉트로 구상된 걸까요?
김은영 연출가 작품에서 계속 언급되는 '점'과 '선'에서 출발했어요. 우리는 점과 선으로 서로 이어져 있고, 그 연결된 삶을 기록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공간 자체는 향안의 기억과 기록의 공간이고, 영상으로는 인물들의 흔적과 빛깔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면서 참고한 것이 있었나요?
이지숙 다행히 사진도 많이 남겨져 있고, 김향안의 일기 형식 수필집을 참고했어요. 

임찬민 향안 시절의 수기는 있지만, 동림 시절은 기사 외에는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아요. 당시 시대상에서 동림같은 마음가짐을 갖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중점을 두고 연기를 만들어갔어요. 당시 이상이 동림에 대해 남겼던 글을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박영수 김환기 선생의 점화를 집에서 따라 그려봤습니다. 두 세 시간을 그려봤는데 연습장 하나를 채우기도 힘들더라고요. 거대한 캔버스를 작은 점으로 채워 나갔던 화가의 마음을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안지환 이상 시인의 작품을 많이 찾아봤어요. 대부분 자전적으로 쓰여 있더라고요. 화자의 마음을 이해하면 이상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작품에 참여하는 소감은 어떤가요?
제이민 자극적인 요소 없이 아름다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연이에요. 다들 살면서 한 번씩 나의 과거를 생각하면서 미래의 나를 응원하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드리고 싶어요. 

임찬민 저는 2년 전에 리딩 공연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딱 하루만 공연한다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무대화가 되고 연습하면서 김향안의 삶이 너무 귀하고, 찰나를 영원처럼 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남과 이별이라는 것을 연기하 것이 쉽지 않았지만, 배우와 스태프의 팀 워크가 너무 좋아 본 공연 까지 올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임진섭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했기 때문에 배우로서 공부를 많이 해야했어요. 덕분에 저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준혁 이 작품을 참여하며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 대해 되짚어봤어요. 무대에서 연기하는 내내 아름다움이라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더라고요. 아련하고 서정적인 감정의 정서가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작품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최지혜 화려하지 않아요. 하지만 꾸밈없이 섬세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스며드는 매력이 있어요. 그 매력을 더해줄 너무 좋은 넘버들이 많습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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