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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2014의 인물3 전미현 작가 [No.124]

글 |송준호 사진 |심주호 2014-02-04 4,177

2014 주목할 만한 창작자

도망치지 않는 작가가 되겠다

 

 

 

 

같은 것을 보아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것을 읽어낸다. 작가는 그 작은 차이로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비틀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낯섦에서 호기심이나 즐거움이 느껴질 때 사람들은 비로소 작품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전미현 작가도 <라스트 로얄 패밀리>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구한말이라는, 이제는 다소 진부하게까지 느껴지는 시대 배경에서 그는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왕실가를 현대 가정의 모습으로 새롭게 해석해 기존 왕실 소재의 상투성을 가볍게 극복해냈다. 이 작품이 지난 2년 동안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와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에서 잇따라 주목을 받은 건, 예의 현대식 코미디 감각보다 이런 참신한 시각과 해석이 높은 점수를 받은 데 있다.

 

지난해 이 작품의 리딩 공연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전미현 작가는 당시 대학생 신분이었다. 디즈니 영화를 보고 자라며 자연스레 뮤지컬에 관심을 가진 그는 극작을 전공하고자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다. 뮤지컬계와 인연을 맺게 된 건 2학년 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 <헨젤과 그레텔>의 각색을 맡으면서부터다. 이때 만난 조미연 작곡가와 짝을 이룬 그는 이후 <언더니스 메모리>로 본격적인 뮤지컬 작가의 세계에 발을 내디뎠다. 20대 초반의 초보 작가가, 지금도 흔치 않은 의학 스릴러라는 장르로 작품을 쓴 것은 일종의 패기였고 반골 기질이었다. “그때는 어느 극장에 가도 로맨스 같은 밝은 내용의 작품만 많아 반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히는 그는 ‘뮤지컬엔 왜 사회참여적인 이야기가 없을까’ 생각하다 이 작품을 썼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회면 뉴스는 지금도 그가 작가로서의 ‘촉’을 연마할 수 있는 좋은 원천이 되고 있다.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주로 사건 사고나 국제 분쟁 같은 사회적 이슈나 갈등 상황이다. 그런 사건의 원인을 생각하며 고민하는 버릇이 극작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 실제로 <언더니스 메모리>의 캐릭터에 영향을 준 것 중 하나도 전미현 작가가 고등학생 때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황우석 박사 사건이다. 이렇듯 진지한 내용의 작품을 선호했던 그였지만, 마냥 진지하기만 한 작품이 관객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밝게 써본 작품이 <노른자 동동 불량 남녀>다. 평소에도 <북 오브 몰몬>처럼 유쾌한 작품을 좋아했지만, 직접 써서 좋은 성과를 얻기는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이후 <러브 레시피>에 이르기까지 그는 3년 동안 네 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힘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전미현은 자신이 작가로서 평가를 받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언더니스 메모리>로 처음 주목받았을 때가 스물세 살, 준비가 충분치 않았을 때 갑자기 찾아온 관심은 불안감을 일으켰을 만하다. 지금도 그 공포가 남아 있다는 그는, 그래서 지금의 관심에 들뜨기보다 앞으로 5년은 더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들고 나서 다시 한번 평가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의 당면 과제는 ‘버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버티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를 묻자, 그는 “누구나 설레고 두근거리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서 “어떤 소재로도 보편적 공감을 일으키고, 내 개성도 녹여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짧은 시간 동안 배운 것 이상의 재능을 보여준 전미현 작가는, 올해 <라스트 로얄 패밀리>를 시작으로 작가로서 본격적인 검증대에 서게 된다. 하지만 그는 별로 초조한 기색이 없다. “일찍 뜨든 늦게 뜨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뜨고 나서가 문제”라는 그는 자신의 롤모델도 무명 시절을 꿋꿋이 버티다가 뒤늦게 빛을 발하는 대기만성형 인간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그는 “활동하면서 그런 상황이 분명히 올 텐데, 그때 도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는다. 드라마가 너무 강한 지금의 창작뮤지컬의 판을 뒤집어보고 싶다는 전미현 작가. 독특한 시각과 서두르지 않는 품성을 갖춘 그가 새해에는 어떤 형태로 자신의 목표를 구현해갈지 궁금해진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4호 2014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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