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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2014의 인물6 임철수 [No.124]

글 |이민선 사진 |김호근 2014-02-04 5,071

2014 주목할 만한 신인 배우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  임철수

 

 

 


2013년의 시작과 끝을 뜨겁게 달구었던 창작뮤지컬 두 편이 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공동경비구역 JSA>. 탄탄한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얹힌 음악, 그리고 보편적인 감동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두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임철수다. 그가 맡은 역할은 이창섭과 정우진, 계급은 다르지만 둘 다 ‘인민군’이었다. 두 공연 사이에 참여했던 <예스터데이>의 쇼케이스에서 맡은 조선족 류진운 역할까지 합치면, 1년 내내 북한 사투리로 연기한 셈이다. ‘정말 북한 사람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고 독보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은 배우에게 특정 이미지가 부여되는 건 마냥 기쁜 일은 아닐 것이다. “저도 ‘크리스’, ‘짐’ 이런 이름을 가진 캐릭터도 해보고 싶은데…”라며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그다지 우려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혀 할 줄 몰랐던 사투리를 배우고 연습해서 익혔지만 “뉘앙스를 잘 살리거나 그 말을 가지고 놀 정도로 자유롭게 구사하지는 못해서 연기할 때 어려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대에서 연기할 때의 능숙함에 비하면, 의외라고 느껴질 정도로 무대 아래에선 진지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넌 재밌게 생겼으니까 연기해봐’라는 누나의 말과 머리를 기를 수 있는 남녀공학이라는 점에 끌려 들어간 예고에서 임철수의 인생이 달라졌다. 학창 시절 스승이던 조승룡이 부른 ‘This Is The Moment’를 듣고 음악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것. 하지만 그가 연기에 깊은 의미를 두게 된 건 좀 더 개인적인 사건을 통해서다. 대학 시절 오랫동안 준비한 공연의 마지막 무대에 오르느라, 존경하고 따랐던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했다. “임종을 못 지켜본 죄송함과 맞바꾼 연기이니,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더 좋은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후, 지금까지도 매 공연 때 “할아버지께 기도하고 감사”드리고 있다.

 

임철수의 이야기는 매번 인간을 향한 애정으로 귀결되었다. 다양한 스태프와 배우를 만나 돈독한 인간관계를 유지해 기쁜 마음부터,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무대에서 한 인간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자신을 변화시킨 작품으로 기국서 연출의 <햄릿6>을 꼽으며, “제가 신성한 무대에 너무 쉽게 접근하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를 더 잘 알고 작품에 임하면 좀 더 인간적인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나와 나아가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그는 더없이 진지하다. 그러다가도 인터뷰 전날에도 <공동경비구역 JSA>의 동료 배우들을 만나 회포를 풀었다며,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연기를 하면서 “좋은 작품도 만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가장 큰 행복이고 재산”이라고. 구성원들과 친밀함은 끈끈한 호흡과 높은 완성도로 이어진다고 하니, 임철수에게 좋은 동료란 좋은 연기에 필수적인 요소처럼 보인다. 성격이 잘 맞지 않는 배우들과 작업 시 부작용을 묻는 짓궂은 질문에 “아, 그러면 안 돼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맞춰가려고 애써야죠” 하며 정말로 당황한 듯이 걱정했지만, “지금까지 좋은 사람들만 만났다”고 말하는 그라면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만 만날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는 상대가 누구든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니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4호 2014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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