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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공연 할인 제도 1 [NO.125]

글 |박병성 2014-03-06 4,225

국내에서 제값 주고 티켓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정가 구매자가 대략 20%에 그친다고 한다. 티켓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면 어떤 할인을 받아야 저렴하게 볼 수 있을지 고민된다. 그만큼 할인이 많고 다양하다. 최근에는 날짜, 예매 시간, 양을 한정하는 파격적인 반짝 세일이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다. 할인은 관객들에게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쉽게 제공하지만, 공연 시장의 티켓 가격 구조를 흐린다. 예매 문화를 붕괴시키고, 정가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이번 호에서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공연 할인 제도들을 살펴보았다. 국내 공연 할인의 특성을 살피고, 이렇게 많은 할인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그리고 설문을 통해 공연 마니아, 애호가, 일반인들의 할인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봤다.

 

 

 

 

 

공연계의 치열한 전쟁, 할인 제도

‘사람이면 할인’ 국내 공연 할인 제도는 지나칠 정도로 많고 다양하다. 장난 같지만 ‘사람이면 할인’은 실제 있었던 할인이다. 할인은 관객들이 공연에 쉽게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는 티켓 할인은 공연에 접근하기 힘든 계층에게 혜택을 주고, 미래 관객인 학생들이 쉽게 접근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왔다. 공연 애호가를 양성하고, 미래의 주인공들인 예술대나 관련 학과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도 이용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할인이 무수히 많지만, 놀랍게도 공공적인 성격의 할인은 드물다. 대부분의 할인은 부족한 판매를 보완하는 마케팅적인 목적으로 발전해왔다. 한정된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 놓인 제작사들은 미래의 관객 개발이나 공연 애호가 양성, 동종 업계나 후배들에 대한 배려로 할인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제살 깎아먹기 식의 할인으로 자기 작품의 경쟁력을 높여왔다. 이러한 할인 환경이 달라질 수 있을까. 그 해법은 요원해 보인다. 국내 공연 할인의 특징과 운용 과정을 살펴봤다.

 

 

 

 

 

할인 정책 이용률
국내에 할인 제도가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기획 기사를 위해 설문을 한 결과 그렇게 생각하는 이는 5.69%에 불과했고, 충분하다가 약 10%, 더 많아져야 한다가 85%를 차지했다. 관계자들은 할인 정책이 지나치게 많다고 느끼는 반면, 이용자로서의 관객은 서비스에 호감을 표시했다. 이러한 결과는 제작사가 할인에 몰두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티켓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측면에서 할인 정책은 다다익선이다. 설문 결과 응답자 중 22.16%가 지난해 단 한 차례도 정가를 주고 공연을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주 1회 이상, 즉 연 50회 이상을 보는 응답자들 중 무려 20.63%가 50회 이상을 볼 때마다 매번 할인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것을 한 공연으로 한정한다면 정가를 주고 보는 퍼센트는 10~20%대로 떨어진다. 한 연구 조사(『연극 공연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관란 문화 실태 조사』(2010), 연극을 올리고 있는 소극장에서 2일 동안 공연 전 357명에게 개별 설문하는 방식으로 진행)에 따르면 정가를 주고 구입한 이는 19%에 불과했다. 조사 당시보다 할인 정책이 더 많아지고 있어 정가로 구입하는 비율은 더 낮아졌을 것이다.


할인 정책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인다. 고가의 인기 뮤지컬의 경우 ‘조기 예매 할인’, ‘협찬사 할인’ 등 기본적인 할인 정책만 펼칠 뿐 가급적 할인을 하지 않는다. 반면, 소극장 연극이나 어린이 공연의 경우 다양한 할인 정책으로 어떤 식으로든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작품이나 캐스팅의 인지도가 약하고, 마케팅 비용이 적은 영세 제작사일 경우 할인 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면 다 할인’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할인 정책으로 관객들을 공략한다. ‘숨을 쉬면 할인’, ‘인터넷에 공지된 암호를 말하면 할인’ 등 할인이 있다는 것만 안다면 모두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웃지 못할 할인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래서 2000년 중반에는 시장 가격을 무시하고 전 좌석을 만 원에 판매에 할인 판매하면서 이슈가 되었던 <루나틱>이 한때 반짝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할인의 종류
너무나 다양해서 할인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다. 조건에 따라 다른 구분이 가능하지만, 크게 분류해보면 이렇다. 우선, 기본 할인. 거의 모든 공연이 흥행에 관계  없이 진행하는 할인이다. 조기 예매, 학생 할인, 복지 할인(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프리뷰 공연을 할 경우 프리뷰 할인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진다.

 

둘째, 자체 회원 및 협찬사 할인이다. 카드사, 백화점, 통신사 등 협찬사 회원들에게 일정 할인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카드사 할인이 가장 널리 이루어지고, 어린이 공연일 경우 고운맘 카드 할인이나 백화점 회원들의 할인도 심심치 않게 이루어진다. 극단이나 공연장의 자체 회원 할인도 넓은 의미에서 회원 할인이다. 자체 회원 할인은 회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관객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해외의 경우 국내에 비해 할인의 종류도 적고, 할인 정책이 부족하지만 회원 할인은 오히려 더 활성화되어 있다.

 

셋째, 가장 종류가 많은 스페셜 할인이다. 가족이나 직장인, 연인, 수험생, (올해 같은 경우) 말띠 등 특정 대상 할인이나, 연말, 마티네 공연, 화이트데이, 설 연휴, 밸런타인데이 등 특정 날 할인, ‘1+1 할인’ 등 특정 인원 이상 추가 할인, 재관람 할인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스페셜 할인은 사회적인 이슈나 작품의 이슈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월드컵 때에는 붉은 옷을 입고 오면, 설날 때 한복을 입고 오면 할인해주는 등 특정 시기를 반영한 것이나, <인디아 블로그>의 인도 여행자 할인,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경우 42세 이상 성인 세 명 이상이면 42% 할인 등 작품의 특징을 각인시키는 것들도 유행한다. 설연휴 3대 가족 할인이나, 중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들은 3인 이상 할인, 데이트용 공연은 커플 할인 등 관객 타깃에 맞춤식 할인을 시도한다. 어린이 공연의 경우 아이들만 공연을 보고 부모님은 공연장 밖에서 기다리는 것을 줄이기 위해 ‘1+1 할인’, ‘엄마, 아빠 할인’ 식으로 부모에게만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넷째, 타임세일, 굿모닝 티켓, 카톡의 공연티켓친구 그리고 소셜 커머스 등을 통한 파격 할인이다. 타임세일은 특정한 날 잔여석에 한해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세일로 불특정한 시간에 일시적으로 진행한다. 굿모닝티켓은 인터파크 사이트에서 매일 10시 특정 공연의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예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카톡의 공연티켓친구는 카톡으로 매우 파격적인 할인 정보를 통해 플러스 친구로 가입한 사람들에게만 정보를 제공하는 할인이다. 이 할인들은 인터파크의 판매 순위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이 커서 제작사에서는 이를 홍보 수단으로도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저가로 공동 구매하는 소셜 커머스의 열풍이 불면서 그곳에서 공연 티켓 판매도 뜨겁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나친 할인으로 예매가 저조해지는 현상이 생기자, 흥행이 저조한 작품들이 마지막 대안으로 선택하게 됐다. 그로 인해 소셜 커머스에 오른 공연은 인기 없는 공연이라는 이미지가 생기기도 했다. 최근에는 소셜 커머스 업체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극복하고자 전략적으로 인기 공연을 구매하여 재판매하기도 한다.

 

 

 

 

 

할인 정책의 전개 방식
할인 정책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작품에 따라, 상황에 따라 할인 정책은 달라진다. 하지만 보통 기본 할인, 즉 조기 예매 할인, 복지 할인, 학생 할인으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조기 예매 기간이 끝날 때쯤 프리뷰나 마티네 할인을 추가하고 개막 전까지는 판매 상황 추이를 지켜보다가 3인 할인이나 공연 관련 할인 등의 스페셜 할인을 추가한다. 타임세일, 굿모닝티켓, 카톡의 공연티켓친구 같은 파격 할인의 경우 작품의 이미지를 실추할 수 있고, 할인율이 높아 실 이득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파격 세일은 적게는 수백 장에서 수천 장을 한꺼번에 판매하기 때문에 제작사는 시장 가격을 흐린다는 점을 알면서도 관객들의 반응이 저조할 때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게다가 일시적으로 인터파크 판매 순위에 영향을 미쳐 일반 관객들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인기 공연이라고 해도 모든 좌석이 완판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남은 좌석을 채우고 갈 요량으로 이러한 파격 할인을 이용하기도 한다.


여러 할인 정책 중 할인율이 높은 것이 가장 반응이 좋다.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는 42세 이상이라는 명확한 대상을 제시하고 골든 에이지 할인을 선보였다. 이처럼 타깃을 명확하게 제시해주는 할인이 반응이 좋다고 한다. 제작사의 작품을 묶어서 엮는 패키지 할인이 유행했는데, 비슷한 규모의 작품을 엮기보다 대극장 작품과 소극장 작품 등 다양한 구성을 할 경우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대형 뮤지컬의 경우 식사 패키지 할인 상품에 관객들이 반응을 보였다. 뮤지컬 관람객들 중 데이트 관객이 많은 관계로 공연장 인근 레스토랑과 패키지 할인 상품을 관객들이 선호한다. 반면 공연과 호텔을 묶는 패키지 할인은 둘 다 워낙 고가이어서 상대적으로 관객 반응이 적다.

 

시류를 반영한 캠페인성 할인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홍보 효과를 일으킨다. 수험생 할인, 월드컵 할인, 설날 할인 등은 시류를 타고 종종 언론에 소개되기도 한다. 갑과 을의 논쟁이 한창일 때 대한민국 을을 응원하는 할인이나, 회사에서 애매한 위치인 대리들을 위한 ‘대한민국 대리 할인’ 등은 시대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계륵과 같은 할인
할인은 소비자에게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의 접근성을 높이는 유용한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좀 더 다양하고 높은 할인을 원한다. 그러나 제작사 입장에서는 힘들게 만든 작품 제값을 받고 싶은 심정, 역시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제작사가 많은 할인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연 티켓이 지닌 속성과도 연관이 있다. 티켓은 열차표나 비행기표처럼 그때 소비되지 않으면 가치가 사라지는 상품이다. 객석을 비워서 가느니, 한 명이라도 더 채워가는 것이 제작사로서는 이익이다. 그래서 안 팔린 자리는 할인을 해서라도 채워가는 게 비즈니스의 논리다. EMK의 경우 기본 할인 이외에는 별도의 할인 정책을 펴지 않는다고 한다. 담당자는 “관객들에게 가장 큰 서비스는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할인율을 책정하기보다는 작품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좋은 공연을 선보이려는 데 신경을 쓴다.”고 했다. 그러한 마음은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공연 마케터는 “제값을 주고 티켓을 산 관객들에게 그만한 가치를 입증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다. 가급적 조기 예매 할인율을 넘는 할인은 하고 싶진 않은데, 상황에 몰리다 보면 어쩔 수 없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토로한다.


지나친 할인 정책은 공연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예매 문화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점이다. 사전 예매의 활성화는 안정된 제작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금같이 사전 예매 이후에도 더 싼 티켓이 나올 경우 관객들이 미리 예매할 이유가 없다. 할인은 정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정가를 지불하는 것을 억울하게 만든다. 정가를 내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 때문에 지속적으로 할인만을 찾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워낙 할인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할인이 필수가 되었지만, 높은 할인은 작품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티켓 몬스터와 같은 소셜 커머스에 공연이 나오는 순간 인기 없는 작품이라는 인상을 준다. 최근에는 소셜 커머스에서도 이런 점을 만회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흥행작들을 상품으로 올려놓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할인율이 높은 소셜 커머스에 작품이 올라오면 티켓 판매 상황을 의심하게 된다. 게다가 아무리 시간과 인원에게만 오픈한다 해도, 높은 할인율을 받은 관객이 후기를 남기기 때문에 정가를 주고 산 관객에게 상대적으로 불쾌감을 준다.


관객들은 할인을 선호하면서도 지나친 할인에 대해 이럴 거면 애초부터 티켓 가격을 내려 판매하지 왜 할인을 하냐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10만 원 좌석을 30% 할인한 공연과, 애초에 7만원으로 책정한 공연 중 대다수가 전자를 선택한다. 초연 때 10만원을 받던 <영웅>이 티켓 가격을 5만원으로 내렸지만 그만큼 관객이 들지 않았다. 지금처럼 할인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관객들은 낮게 책정된 가격일지라도 거기서 다시 할인을 받고 싶은 욕망이 크기 때문에 애초부터 낮게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모험이라고 본다.


또한 티켓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이유는 티켓이 마케팅 비용을 대신하는 유가증권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비나 마케팅 비용으로 공연 티켓을 사용하기 때문에 티켓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기업을 상대로 한 단체 판매에서도 일정 할인율이 적용돼 그런 점들을 고려해서도 티켓 가격은 일정 부분 상향해서 책정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할인들이 많아져 관객들이 많은 서비스를 받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지금의 티켓 가격에는 할인율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공연 할인율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공연계가 치열하기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규모의 작품들이 경쟁할 때 관객들은 가격을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는다. 한 작품이 할인을 하면 다른 작품들도 이에 걸맞는 할인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할인을 하지 않아도 티켓이 팔린다면 추가 할인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흥행작들이 할인에 인색한 것도 같은 이유다. 다양한 할인의 남발이 공연계 전체를 보았을 때 해가 되는 일일지라도, 당장 살아남기 위해 더 다양하고, 더 자극적인 할인을 하게 된다. 지금처럼 많은 작품들이 난립해서 경쟁하는 시스템 속에서 건전한 할인 문화를 구성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공공적인 목적의 할인
할인이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해외의 경우에는 공연을 접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잠시 해외의 할인 정책을 살펴보면, 할인 정책이 거의 없는 일본의 경우 극단 시키는 회원제를 통해 회원들에게 특별한 할인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게 한다. 사전에 극단 작품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누구보다 먼저 저렴한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게 한다. 시키의 회원 수는 대략 18만 명 정도, 시키 회원이 일본 최대의 극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프랑스 국립 오데옹 극장은 오데옹 카드를 발급하여 극장의 모든 공연을 1등석에서 반값에 볼 수 있게 한다. 단 티켓 가격을 일괄 지불해야 카드를 받을 수 있으며, 오데옹 소식지을 받아 원하는 날짜를 예약하면 된다. 오베르빌리에 국립연극센터는 9월 30일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 회비를 차등을 두어 받고 카드를 발급한다. 회원이 되면 모든 공연을 7유로로 볼 수 있다. 학생이나 공연 관계자의 경우 회비도 할인해준다. 이처럼 선진국에서는 장기적으로 공연 애호가를 키울 수 있는 회원 할인이나, 학생 할인이 활성화되었다. 프랑스의 경우 특이한 것은 실업자 할인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실업자의 문화 소비는 사치라고 여기기 쉬운데, 프랑스에서는 각 공공극장에서 실업자의 할인이 별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공연을 보고 문화를 즐기는 일이 빵을 먹는 것처럼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공공 지원으로서의 할인이 없진 않다. 예술의전당의 경우 만 7세부터 24세까지 싹틔우미 회원을 모집하여 1인 1매에 한해 40% 이상의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사랑의 티켓’ 제도는 보편적인 지원이긴 하지만 공연 관람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시행하는 문화바우처 사업 역시 문화 소외 계층에게 영화, 전시, 공연, 도서 구입 등 문화 향유 기회를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작사나 공연장 등 업계가 미래의 관객 개발과 공연 애호가 양성을 위해 과감한 공적 투자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우리 공연계의 환경은 주변을 둘러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전쟁터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5호 2014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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