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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종횡무진 셜록홈즈의 활약 [NO.126]

글 |나윤정 2014-04-09 4,017

셜록홈즈처럼 매력적인 인물을 어떻게 소설 속에만 머무르게 하겠는가?  역대 탐정 시리즈 중 가장 방대한 분량, 셜로키언이란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명탐정 셜록. 오늘날에도 그는 시공간을 초월하고 장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미국에서도 셜록의 저작권이 풀려(영국과 한국에서는 이미 2000년에 저작권이 만료됐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셜록의 변신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 식을 줄 모르는 셜록 열풍, 130여 년의 연륜을 뽐내며 가뿐히 원소스 멀티 유즈 세상을 접수해버린 셜록의 활약상을 추적해 본다.

 

 

 

 

 

드라마 속 차도남
최근 가장 강렬한 셜록 홈즈의 환생은 BBC의 <셜록> 시리즈가 아닐까? 원작의 열혈 팬이었던 제작가 겸 작가 스티븐 모팻과 마크 게이티스의 합심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2010년 7월 25일 첫선을 보이며 영국뿐 아니라(영국 내에서만 약 920만 명이 시청) 전 세계를 셜록 열풍에 빠트렸다. 나아가 그 중심에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섹시한 차도남 셜록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이루며, 대중뿐 아니라 까다롭기로 유명한 셜로키언들에게 역대 가장 완벽한 셜록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셜로키언 최강 콤비의 선택은 탁월했다. 원작의 매력을 현대의 런던 속에 충실히 담아낸 것이 이토록 흥미롭다니! 런던 베이커가 221B에 살고 있는 셜록이 오토바이를 타고 쿨하게 런던 시내를 활보하고, 아이폰을 꺼내 범죄의 단서를 찾는 모습은 새삼 프록코트를 입고 빅토리아 시대를 누비던 원조 셜록과 대비되며 신선한 자극을 준다.

 

드라마는 셜록이 자칭 고기능 소시오패스라는 설정을 더해, 추리 수사극인 동시에 한 인간의 성장극을 아우르며 현대인의 공감대를 끌어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재수 없는 태도를 일관하던 셜록이 자신을 인정해주는 단짝 존 왓슨을 만나 점차 인간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낸 것. 여기에 셜록과 왓슨을 묘하게 커플로 연상시키는 위트(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셜록과 왓슨을 게이 커플로 여기는 발언을 하거나 두 사람이 서로의 이름을 애틋하게 부른다)를 더해 이 커플을 지지하는 수많은 팬들을 양산시켰다(영미권 대표 팬픽 사이트 ‘Archive ofour own’에는 <셜록> 커플의 팬픽이 5만 편에 이른다고).

 

한편 <셜록>의 경쟁작으로 등장한 CBS 드라마 <엘리멘트리>는 미국판 셜록 시리즈. 21세기 뉴욕을 배경으로 영국에서 여자 친구를 잃고 미국으로 건너간 셜록이 파트너 조안 왓슨을 만나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존 왓슨을 여성인 조안 왓슨으로 등장시켜 셜록과의 멜로를 강화한 것이 특징적이며, 영국 배우 조니 리 밀러가 셜록 홈즈, 루시 리우가 조안 왓슨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셜록 홈즈를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지만, 그를 모티프로 한 작품들도 엄청나다. 미국의 인기 의학 드라마 <하우스>는 대표적인 셜록 홈즈의 오마주 작품. 홈즈(Holmes)가 집(Home)과 발음이 유사하다는 데서 착안해 하우스 박사의 이름을 지었고, 박사의 친구 윌슨도 왓슨에서 착안했다. 심지어 하우스 박사의 집 주소를 홈즈의 것과 일치시키는 디테일까지 신경 썼다.

 

 

영화 속 슈퍼 히어로
셜록 홈즈는 영화계에서도 전설적인 인물이다.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한 소설 주인공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셜록 홈즈는 지금까지 약 2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1988년 극장가를 평정한 <피라미드의 공포>(원제 )는 셜록 홈즈의 젊은 시절을 상상하며 구성한 일종의 프리퀄 영화다. <레인맨>의 베리 레빈슨의 초창기 작품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셜록의 학창 시절 벌어졌던 의문의 살인사건을 스릴 넘치게 풀어냈고, 영화 사상 최초로 CG만으로 완성한 스테인드글라스 악마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셜록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2009년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홈즈>다. 이 작품의 등장은 현재 셜록 열풍의 시발점이 되었다. 가이 리치는 원작에 기대기보단 특유의 감각을 더해 21세기의 셜록을 완성했다. 원작 인물의 특징을 가져온 뒤 홈즈와 왓슨이 블랙우드 경의 비밀 의식에 희생되기 직전의 여성을 구해낸다는 줄거리를 새롭게 만든 것이다. 그간 영화 속 홈즈들이 안락의자에 앉아 두뇌를 굴려 범인을 잡아냈다면, 여기서 셜록은 내기 권투를 즐기고 액션 장면에 능한 육감적인 마초로 분한다.

 

브라운관에 컴버배치가 있다면 스크린에선 단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그의 셜록은 명석한 두뇌와 치밀한 행동력, 거기에 재치 있는 입담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변장의 귀재일 뿐 아니라 엉뚱한 발명가란 요소가 추가된 그야말로 만능 셜록! 거기에 잘생긴 외모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이 완벽한 셜록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여기에 주드 로까지 가세해 왓슨 역을 다이내믹한 캐릭터로 변모시키며, 전에 없던 셜록과 왓슨의 절묘한 콤비플레이를 보여준다.

 

나아가 2011년 개봉한 2편 <그림자 게임>은 전작의 흥행 코드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1편이 셜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액션 활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2편은 원작의 묘미인 추리에 더욱 충실했다. 셜록과 왓슨 콤비가 세계를 장악하려는 모리아티 교수의 음모에 맞서는 모험을 그린 것이다. 전편에 선보였던 포워드 플래시(미리 일어날 장면을 예측하는 장면) 기법을 통한 셜록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어김없이 셜록을 할리우드식 ‘슈퍼 히어로’로 완성시켰다.

 

 

 

게임 속 해결사
미국에서의 셜록 홈즈 저작권 만료 소식에 게임 업계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셜록을 활용한 대표적인 게임은 프로그웨어스가 개발한 셜록 홈즈 시리즈.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셜록, 왓슨과 함께 다니면서 대화를 하고 퍼즐을 풀며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어드벤처 3D 게임이다. <미스터리 오브 더 머미>를 시작으로 <배스커빌가의 개>, <셜록홈즈의 유언> 등을 발매했는데, 올해는 최신작 <죄와 벌>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작과 달리 플레이어 자신이 홈즈가 되어 추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PS3·4, X-box 360, PC 버전으로 공개된다.


국내에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 <왓슨: 더비기닝>도 스마트폰 유저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셜록의 에피소드 <라이게이트의 지주들>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건강이 악화된 홈즈가 왓슨과 요양을 떠난 라이게이트에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게임으로 풀었다. 왓슨이 아름다운 숙녀로 등장해 신선하고, 내용 진행이 심플해 가볍게 즐기기 좋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만화 속 변신들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도 셜록 사랑이 각별했다. 그는 1982년 <명탐정 홈즈>를 제작, 이 작품에서 직접 목소리 연기까지 선보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국내에선 <명탐정 번개>, <명탐정 셜록 하운드>로 방영되며 인기를 모았는데, 홈즈를 개로 묘사하고 있어 더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편 추리 탐정 만화의 양대 산맥인 <명탐정 코난>과 <소년 탐정 김전일>도 겉모습은 다르지만, 셜록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일본 만화가 아오야마 고쇼의 <명탐정 코난>은 주인공의 이름부터 원작자 아서 코난 도일의 이름에서 착안했다. 뿐만 아니라 코난의 성격이 셜록과 매우 유사하며, 그가 동경하는 모델 또한 셜록이다. 이마기 세이마루의 <소년 탐정 김전일> 또한 명석한 두뇌로 범인을 추리하는 모습이 셜록과 꼭 닮았다. 그와 티격태격하는 단짝 미유키도 자연스레 왓슨을 떠올리게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6호 2014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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