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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MUSICAL INSIDE] 두 여기자가 본 <미스터쇼> [No.128]

글 |이민선, 나윤정 사진제공 |미스터쇼프로덕션 2014-06-28 5,541
여성 관객만을 위한 특별한 쇼 <미스터쇼>를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여기자가 보고 왔다. 이민선 기자는 보이시한 외모처럼 성격도 털털하고 음주가무를 즐길 줄 아는 타입이고, 나윤정 기자는 조용하고 여성성이 강한 타입이다. 이 두 기자가 본 <미스터쇼>는 어떤 공연이었을까. 


마네킹이 아니라 움직이는 남성을 원한다



<미스터쇼>에서 가장 예상 밖의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지금까지 보기 어려웠던 성인 여성 전용 쇼에 대해 낯설어하거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실망하지 않을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시작 전부터 객석은 들뜬 분위기였고 공연 내내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여성들도 남성 못지않게 과감하게 성을 즐기는 시대지만, 사적인 공간이 아닌 공개된 공연장에서 남의 눈치 보느라 진땀 빼지 않을까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오히려 이런 기획과 그에 대한 공연계 시선이 고루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진심으로 ‘미스터’의 섹시함에 열광하는 환호성인지, 이왕 온 거 분위기 망치지 않고 기특한 ‘미스터’들의 기분 맞춰주려는 격려의 박수인지는 모르겠지만, 관객 반응이 무척 적극적이었던 건 사실이다. 실제로 무대 위로 초대된 한 관객은 절정을 맛본 듯 눈물까지 흘렸다. 관객들이 즐거워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만, 오히려 프로페셔널하지 못했던 ‘미스터’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정장 차림의 ‘미스터’들이 등장해 자기소개를 하고 춤을 추다 자켓과 셔츠를, 마지막엔 바지까지 ‘찢듯이’ 벗어젖힌다. ‘기-승-전-찢기’로, 8개 테마로 구성된 각 쇼의 마지막은 대부분 노출로 반복된다. 드러난 그들의 몸은, 누군가는 역삼각형의 라인을 자랑하고 누군가는 복근이 누군가는 장골이 훌륭하지만, 공통적으로 모두 근육질에 잘 빠졌다. 그런데 요즘 ‘몸 좋은’ 남자를 보기는 어렵지 않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줄줄이 나올 거다. 몸 좋은 남자가 여덟 명씩이나 눈앞에 등장한다는 게 <미스터 쇼>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쎄, 옆으로 누운 H자형의 무대 앞, 뒤, 옆을 종횡무진하며 근육질의 몸매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속옷만 남기고 벗은 남자 몸에 ‘꺄악’ 대는 건 소녀 시절로 끝났다. 성인 여성에겐, 특히 여성의 내밀한 욕망과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공연이라면, 그 몸이 ‘하는’ 것이 보여줘야 한다. 몸이 마네킹처럼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시각적인 자극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긴 하는데, 그들의 댄스 실력이 너무 수준 이하다. 근육질 몸매의 출연자를 뽑는 데 치중한 나머지 기본적인 리듬감과 기술은 무시한 건지, 그렇게 조각 같은 몸들이 웨이브를 타는데도 섹시하지가 않다. 큰 동작으로 열심히 추긴 하지만 책으로 섹스를 배운 듯 어설프다. 연기하는 배우에게 기대하는 건 잘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들의 실제 실력이 어떻든, 무대에서는 죽이게 잘하는 섹스 머신처럼 보여서 여성 관객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단 그들의 춤으로 환상적인 섹스를 상상하는 게 어렵다면 다른 볼거리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행위를 훔쳐보는 듯한 ‘핍쇼’ 컨셉의 장면은, 모처럼 배우가 무아지경에 빠진 듯 행위에 몰두하고 있어서 숨죽인 객석에서 사뭇 긴장감이 감돈다. (민망한 침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남고생들이 교생을 모시는 장면에서, 사실 교생이고 뭐고 컨셉 자체는 쓸모없지만, 무대 위 의자로 초대된 여성 관객을 의자 채 들어 올릴 때의 판타지 충족도는 높아진다. ‘내 몸을 번쩍 안아 올릴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한숨지을 많은 여성들에게, 의자 채 들어 올리는 힘과 여자의 하체를 남자의 얼굴 앞까지 올린 체위는 탄성을 자아낼 만하다.

하지만 미스터의 서비스는 이 정도에 그친다. 관객의 무릎 위에 앉아 스킨십을 허용할 때, 혹여나 여성 관객이 중요 부위라도 만질까 긴장한 듯 관객의 손가락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부여잡고 있는 걸 보면 대리만족하기도 힘들다. 뭐, 그런 어설픈 모습에 자극받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왕 성인 여성 전용 쇼를 표방한 만큼, 짜릿한 대리만족을 맛볼 수 있도록 몸들의 나열이 아닌 몸들의 움직임에 좀 더 신경 썼으면 좋았을 듯하다. 판타지의 절정을 보여주어야 할 무대가 현실보다 밋밋하다면 김새는 일 아닌가.


그저 즐기면 그뿐인걸



처음부터 <미스터쇼>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여성만을 위한 공연’이란 컨셉에 그다지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 학습 효과 때문인지, 이러한 선언적인 시도 자체가 빈수레가 요란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같은 맥락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장면은 없을 것이란 예상도 더해졌다. 그렇게 <미스터쇼>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을 지닌 채 공연장을 향했다. 

포장을 벗겨보니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19금의 파격을 훌쩍 뛰어넘는 충격 비주얼은 없었다. ‘역시…’라는 생각이 스쳐가는 찰나,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눈과 귀를 파고들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웃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피 바이러스는 객석 전체로 퍼져 나갔다. 이 공연엔 여심을 흔드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다.

무대 위엔 훤칠한 키에 탄탄한 근육을 가진 8명의 미스터가 준비된다. 이들은 저마다의 이름이 있으며, 각기 다른 개성을 담당한다. 마초남, 연하남, 감성남 등 여성들이 선호하는 다채로운 스타일을 아우른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캐릭터인지는 사실 크게 중요치 않다. 개별적 매력보다는 8명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더 흥미롭다. 소위 말하는 소녀시대 효과를 떠올리면 된다. 눈앞에 8명을 보고 있으면, 마치 상상 속 완벽한 한 남자를 마주하는 느낌이랄까. 따지고 보면 8명의 미스터들 전부가 완벽하진 않다. 군무도 딱 맞아떨어지지 않고 어딘가 좀 어설프다. 그럼에도 용서가 된다. 이들이 함께 모이면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채워주는 신기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쇼’ 장르를 표방한 만큼, 특별한 줄거리보다는 미스터들의 몸을 과시할 수 있는 설정을 이어간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미스터들의 의상도 계속 바뀐다. 정장, 청바지에 흰 셔츠, 교복, 무사복 등. 교복을 입고 청춘 놀음을 하고, 무사복을 걸치고 검술을 연마하는 식이다. 그런데 어떤 옷을 입었냐보단 어떻게 벗느냐가 관건이다. 어떤 옷을 입었든 결국 종착역은 하나다. 최후의 보루를 남긴 채 화끈하게 벗어던지는 것! 그리고 그 최후의 보루까지 벗어던지려는 아슬아슬한 순간, 장면은 종결된다. 사실 노출 수위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딱 거기까지다(물론 선택된 몇몇의 관객은 무대 위에서 미스터들의 몸 전체를 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리기도 한다). 하지만 더 보지 못한 아쉬움보단 그만큼만 봤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 어찌 보니 예상 가능한 수위에서 멈춘 것은 적절한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것이 오히려 여성들이 원하는 성적 판타지에 더 가깝지 않을까? 그 위에 상상의 자유까지 더할 수 있으니 말이다.  

<미스터쇼>는 한 마디로 ‘유희’였다. 그냥 즐기고 노는 거다. 아무 생각 없이 멋진 남성들의 몸을 대놓고 볼 수 있다는 것. 거기에 즐거움이 따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본능이다. 때문에 작품의 예술성이나 의미를 논하는 건 무의미할 것이고, 또 누가 그걸 원하겠는가? 신 나게 즐기면 그뿐인걸. 70분의 러닝타임 동안 스피디하게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는 게 이 작품의 미덕이라면 미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 <미스터쇼>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특별한 재미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관객들의 리액션이었다. 공연 기자 생활 동안 객석에서 그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아마 이 공연이 처음일 것이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환호성을 지르는 우리 여성 관객들의 즐거운 모습 또한 이 공연이 선사한 색다른 재미가 아닐까? 특히 (미스터들의 움직임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레이디스 존의 관객들은 무대와 한눈에 볼 수 있는데, 그들의 반응이 곧 나의 반응임을 공감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예상보다 훨씬 즐거워하는 다른 관객들의 반응을 마주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다. 여심일체!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의 희열 또한 <미스터쇼>의 의도였다면, 이 쇼는 꽤나 성공한 셈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8호 2014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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