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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AVORITE] 여름이 남기고 간 추억 [No.131]

정리 | 편집팀 2014-10-07 4,185
뜨거운 여름! 유독 떠오르는 추억이 많은 계절입니다. 
여름은 배우들에게 어떤 추억을 남겼을까요?



정민
2009년의 여름. 바야흐로 29세, 아홉수를 맞이한 해였죠. 
당시 머리가 너무 복잡해지더라고요. 우울증 증세와 무기력증이 나를 지배하고 있던 어느 날.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작정 전국일주를 떠났다가 해외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라스베이거스로 출발! 생전 처음으로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미지의 세계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3일 만에 지루해져서 차를 렌트해 LA로 다시 출발!
라스베이거스에서 LA로 가는 끝없는 사막 길에서 여행의 본질을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살면서 하는 고민들이 대자연에 비하면 먼지만도 못한 거구나! 
그 후론 자유로운 영혼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답니다. 


주민진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어요. 친구 둘과 무작정 야영을 가기로 했어요. 
호기롭게 텐트 하나와 낚싯대 하나만 들고 버스에 올랐어요. 
그 텐트가 7~8인용이었단 건, 목적지에 도착한 후 텐트를 설치하면서 알게 됐지요. 
텐트가 왜 이렇게 무겁냐고 궁시렁대면서 겨우 도착한 곳은  청평 어딘가의 강가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곳에서 낚시라니! 
가당치 않은 일이었던 것 같아요. 컵라면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고 나니 해가 떨어졌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엔 우리 텐트와 슈퍼에서 산 초 하나밖에 없었어요.
셋이서 왠지 모를 무서움에 벌벌 떨다가 지나가는 차를 잡아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낚시는 물론 텐트에서 잠도 자보지 못했죠. 
멋지게 출발해서 도망치듯 돌아온, 중학교 1학년의 여름 추억입니다.



이지숙
어렸을 때 가족끼리 홍천강에 자주 놀러 가곤 했어요. 
왜 유난히 홍천을 자주 갔던 건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마 아버지 친구 분의 고향이 홍천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강에서 다슬기도 잡고, 돌담 쌓기도 하고, 물수제비뜨기도 하고, 
항상 신 나게 놀았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홍천에 놀러 갔을 때에요.
그날 여행도 어김없이 텐트에서 하룻밤 자고 오는 일정이었는데,
밤에 갑자기 비가 마구 쏟아져서 텐트 밖으로 나가봤더니 바닥에 누우면 어깨가 잠길 정도로 땅이 비에 잠겼더라고요.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식기구들도 떠내려가고 있었고요. 하하.
저희 가족들은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근처의 숙소로 피신해야 했죠. 
지금 생각해보니 제게 사춘기가 찾아온 중2 이후로는 홍천강 가족 여행을 안 갔던 것 같아요.
그리운 추억입니다.


정동화
사실 전 여름을 그리 좋아하진 않아요.
근데 지난 기억을 더듬어보면 좋은 추억은 겨울보다 여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마치 힘든 시절에 아름다운 추억이 더 많은 것처럼요. 
공연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당연히 자줏빛 여름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모리츠가 떠올라요.
연습하면서, 무대에 오르면서, 집으로 돌아가면서
날마다 모리츠를 생각하며 치열하고 뜨겁게 고민하고 눈물을 흘렸던 바로 그때요. 
그 전까지 캐릭터에 빠지면 일상에서 혼란을 겪는다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공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 때 모리츠는 제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캐릭터가 됐어요. 
많이 그립네요. 저의 지나간 자줏빛 여름.



최유하
얼마 전에 <블러드 브라더스> 팀과 한강에 놀러갔어요. 
치킨과 맥주 그리고 (구)원영 언니가 사 온 와인 네 병을 앞에 펼쳐놓은 채 
음악도 듣고 추억의 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또 게임에서 진 배우는 나무에 올라가는 벌칙까지 받았답니다. 
그날따라 모기도 한 마리 없었는데,
그게 바로 근처에 한강 괴물이 있기 때문이라는 둥 서로 헛소리를 하면서 신 나게 웃고 떠들었죠. 
여름밤 한강과 헛소리 한마당은 최고의 조합 같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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