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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을 말하다 - 그들이 사는 법 [No.133]

글 |송준호 2014-11-19 5,081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이 사는 법  
    
대학로에서는 사람들이 작은 공연장 앞에 줄을 서 있는 광경을 늘 볼 수 있다.  몇 년째 지속되는 불황과는 무관하게 늘 어디선가 꾸준히 공연되는 작품들이다. 
이들 소극장 뮤지컬들은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일부 수작들과 달리 언론에의 노출도 거의 없는 편이다.  유명 스태프나 스타 배우의 출연도 없다. 
그런데도 소극장 뮤지컬들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동력은 어떤 것들일까.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의 핸디캡을 극복하며 다양한 생존 방식을 모색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봤다.   



좁은 문에서 살아남는 각자의 전략

<담배가게 아가씨>가 공연되는 소리아트홀. 뮤지컬 주 관객층인 20~30대 여성 관객들보다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관객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200석 규모의 작은 극장이지만 객석은 4분의 1 정도만 채워졌다. 그래서인지 관객들은 각자 편안한 좌석에서 여유롭게 관람하는 모습이다. 최근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들의 티켓 가격은 대략 1만 원 안팎 수준이다. 이처럼 저렴한 티켓 가격 덕분에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은 장르 친화 관객보다 일반인들의 관람 비율이 높다. 평일은 1만 3천 원, 주말은 1만 8천 원인 <담배가게 아가씨>도 수익을 위해서는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그럴 경우 경쟁력에서 떨어진다는 게 극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셜 커머스의 등장은 관객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제작사에게는 그렇지만은 않다. 소극장 뮤지컬끼리 경쟁하듯 서로 가격을 내려 결국은 동반 적자의 폐해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제작 단가가 낮은 작품의 경우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 2011년부터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우연히 행복해지다>는 소셜 커머스를 적극 활용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제작한 BS뮤직의 김태훈 연출은 “매출보다도 공연을 알리는 통로로 이용하고 있다.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홍보 차원에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낮은 티켓 가격과 더불어 전체 판매율마저 떨어진다면 만년 적자를 피할 수 없다. 현재 200석 기준의 극장 대관료는 3개월 기준 1억 원 정도다. 역시 3개월 공연을 기준으로 한 제작비도 5천만~1억 원이 든다. 조그마한 극장도 다 채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티켓 판매율만으로 공연을 이어갈 수 있는 극단은 손에 꼽힌다. 그래서 <담배가게 아가씨>를 제작한 극단 담씨는 다른 데서 돌파구를 찾았다. 문화사업에 관심 있는 중소기업들과 제휴를 맺어 후원을 받는 데 중점을 둔 것. 이후 담씨의 재정은 안정권에 접어들어 제작 초기의 적자를 빠른 속도로 줄여나가고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제작사가 소셜 커머스 판매를 비롯한 티켓 매출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것과 차별화된 전략이다.  



반면 <우연히 행복해지다>는 투자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제작비를 충당한다. 현재 160석 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유료 객석 점유율이 50% 이상이어야 적자를 피하는데, 평균 70~8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찾아가는 공연 컨셉의 외부 공연을 통해 주로 수익을 얻고 있다. 콘서트 뮤지컬이라는 공연 컨셉은 특정 관객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이라는 공연 내용이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받아들여져 소극장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으로 재관람율이 높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소극장 뮤지컬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다. 김재목 극단 담씨 대표는 “대학로의 10% 미만의 작품만 티켓 판매로 흑자를 내고 나머지는 하면 할수록 적자인 상태다. 우리도 이제 그 10%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극단 담씨는 얼마 전 지방 소극장과 함께 제작한 <심장>을 새로 선보였다. 한 작품의 운용만으로도 빠듯한 상황에서 이런 행보는 모험처럼 보이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겠다는 제작사의 고민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브랜드 구축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

한편 뮤지컬 주 관객층인 20~30대가 아닌 중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소극장 뮤지컬도 있다. <락시터>는 기본적으로 40~50대 관객들이 평균 50%가 넘는다. 낚시터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서로 부딪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이 작품은 극 중 인물들처럼 홍보나 마케팅 컨셉도 중장년층 관객에 맞추고 시작했다. 이런 전략은 다른 오픈런 공연 <당신만이>도 마찬가지다. 두 작품을 제작한 도모컴퍼니의 윤민식 대표는 “뮤지컬 시장이 활성화된 게 20년이 다 됐고 당시 20대가 이제 40~50대가 됐는데 이들이 볼 만한 공연이 대학로에 없다. 지금 20~30대는 <락시터>나 <당신만이>를 안 보겠지만 40~50대가 된다면 그들만을 위한 공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중장년층을 위한 공연이 없는 상황에서 이는 분명히 틈새시장으로 보인다. 전체 시장 규모로 보면 작지만, 확실히 경쟁자가 없는 시장이다. ‘가늘고 길게’라고 표현한 윤 대표의 말처럼 작은 시장을 선점해 이를 안정적으로 독점하면서 지분을 늘려나간다는 전략인 셈이다. 



두 작품은 또 소극장 뮤지컬로 4만 원이라는 고단가 전략을 쓰는 점에서도 차별성을 띤다. 할인율도 실버, 청소년, 장애인 및 국가 유공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20~30%에 그친다. 이런 방침은 저단가 전략을 쓰는 다른 소극장 공연들의 악순환을 처음부터 봉쇄하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티켓 가격을 낮추면 일단 좋은 배우들을 쓸 수 있는 구조가 안 나온다. 그럼 배우 캐스팅에서 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고, 작품의 질 저하는 불가피해진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그만한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 언젠가는 적자를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최대 10년을 보고 몇 년간의 적자를 감수하겠다는 이런 운영 방식은 공연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전략이다. 

한편 이런 장기적인 전략을 거쳐 이미 인상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소극장 뮤지컬도 있다. 지난 7월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타이베이에서 열린 ‘한국문화관광대전’에서 공연된 <화랑>은 수만 명이 모인 현지 관람객들 앞에서 엄청난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 작품은 지난 8월 열렸던 제3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에서 쇼케이스 공연으로 중국, 일본 등 각국 뮤지컬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대학로에서는 이미 1200회 공연을 달성하며 대중성을 검증받았다. 20~30대 여성 관객을 중심으로 빠르게 팬덤이 양산돼 한 달에 한 번 팬 미팅이 이뤄졌고, 재관람을 하는 마니아들에게는 ‘풍월주 카드’로 그들만의 누적 멤버십을 제공한 게 주효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연스레 스타들도 탄생했다. 현재 <쓰릴 미>에 출연 중인 전성우와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백형훈이 대표적이다. 작품 팬덤에서 이어진 배우 팬덤은 일반 관객들의 뮤지컬 관객화까지 유도하는 순기능도 있었다. <화랑>을 키운 MJ컴퍼니의 최무열 대표는 “지금의 <화랑>은 좋은 작품이라기보다 가능성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소극장 뮤지컬은 오랜 기간을 잘 버텨서 2막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자생력을 갖춰야만 좋은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 대학로의 공연 환경은 일단 시도해서 실패하면 그대로 폐기처분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얼마 전 연극 <유도소년>이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소극장 뮤지컬도 그런 작품이 잘되고 많아져야 대학로 환경이 건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3호 2014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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