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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리뷰] <테디베어와 백조의 호수> 아주 쉽게 발레의 매력에 다가가는 방법 [No.99]

글 |김주연(공연 칼럼니스트) 사진제공 |설앤컴퍼니 2011-12-06 4,460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무대, 우아한 의상과 움직임까지 발레 공연의 매력은 무궁무진하지만, 대사 없이 오로지 음악과 춤만으로 두 시간 이상 이어지는 정통 클래식 발레의 매력에 금세 빠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가든파이브 아트홀과 설앤컴퍼니가 함께 만든 인형발레극 <테디베어와 백조의 호수>(10월 25일~11월 6일, 가든파이브 아트홀)는 ‘인형극’ 양식을 통해 어린 관객들로 하여금 클래식 발레를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발레 입문작’ 같은 작품이다.

 


일단 이 작품은 ‘테디베어’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 외에도 여우, 백조, 청둥오리, 멧돼지, 사슴 등 익숙한 동물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등장시킴으로써 아이들이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무대를 지켜볼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원작인 <백조의 호수>가 아름답고 슬프지만 아직 어린 관객들이 공감하기에는 너무 진지한 작품임을 고려해, 이 이야기를 한 시간 정도의 ‘극중극’으로 풀어냄으로써 부담 없이 원작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배려했다.


백조가 두 날개를 편 듯 하얀 깃털 막으로 이루어진 무대 위에는 테디베어 인형이 동상처럼 가만히 서 있다. 테디베어 전시관에 놀러 온 한 소녀가 폐관 시간을 놓쳐 전시관 안에 갇히게 되자 테디베어는 잠에서 깨어난 듯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소녀를 위로한다. 하얀 튀튀에 토슈즈를 신고서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꿈을 노래하는 소녀에게 테디베어는 자신이 사실 발레 안무가라고 밝히며 동물 친구들과 함께 발레를 공연하자고 제의한다. 이들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 바로 <백조의 호수>다.


테디베어와 함께 호수 마을로 가게 된 소녀는 못된 멧돼지 마법사의 마술에 걸려 백조가 되고, 이를 풀어줄 여우 왕자의 진정한 사랑을 기다리게 된다. 백조 소녀를 보고 사랑에 빠진 왕자는 자신의 무도회에서 영원한 사랑을 선언하겠다고 맹세하지만, 백조인 양 춤을 흉내 내는 마법사의 딸 청둥오리에게 속아 백조와의 약속을 저버리게 된다. 백조 소녀는 크게 상심하게 되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된 왕자는 결국 멧돼지 마법사의 마법을 물리치고 소녀를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모든 공연이 끝나자,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소녀와 테디베어는 다시 전시관 안으로 돌아와 있다.


인형의 도움으로 소녀가 환상적인 동화의 나라를 다녀오고, 그 속에서 멋진 왕자를 만나 춤을 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는 <호두까기 인형>과 비슷한 구조를 보여준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어린 소녀들이 발레의 동화적인 매력에 빠지는 과정 그 자체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작품 속 극중극은 <백조의 호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따왔지만, 무용수들은 무언의 몸짓뿐 아니라 대사와 노래를 곁들여 어린 관객들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기존의 어린이 인형극과 차별되는 점은 실제 발레 무용수들이 각 역할을 맡음으로써 춤을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발레 안무와 동작, 도약 등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공들여 만든 동물 인형과 고급스런 느낌의 의상은 이러한 움직임을 동화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사실 <백조의 호수>는 이야기보다도 차이코프스키의 서정적인 음악으로 더 유명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음악을 맡은 원미솔 작곡가는 원곡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어쿠스틱한 악기로 편곡해 동화적인 느낌을 더욱 강조했고, 극 중 세 곡의 창작곡을 추가함으로써 캐릭터의 성격이나 상황을 더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한편 일견 단조로운 무대를 다채롭게 만든 것은 구윤영 디자이너의 조명이었다. 색색의 빛이 때로는 은은하게 때로는 현란하게 무대를 비추면서 무대 위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공간 변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9호 2011년 1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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