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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MEMPHIS <멤피스> 6년간의 여정, 드디어 브로드웨이에 서다 [No.77]

글 |이곤(뉴욕통신원) 사진 |Joan Marcus 2010-03-09 11,818

 

<멤피스>는 록 그룹 본 조비 Bon Jovi 의 멤버인 데이빗 브라이언 David Bryan 이 음악과 가사를 맡고, <올 슉 업>의 대본을 맡았던 조 디피에트로 Joe DiPietro가 대본과 가사를 맡은, 브로드웨이의 새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에 서기까지 긴 여정을 거친 <멤피스>는  2003~2004년 시즌에 메사추세츠의 노스 쇼어 뮤직 시어터 North Shore Music Theatre 에서 초연했고 샌디에이고의 라 호야 플레이하우스 La Jolla Playhouse 를 비롯한 몇 군데의 지역극단을 거쳐 2009년 10월 19일, 6년 만에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오픈하였다.

 

 

6년의 긴 여정과 함께한 배우
뉴욕 타임즈의 평론가 패트릭 힐리의 말에 따르면 현재 개막된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대개 비슷한 제작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뉴욕의 오프 또는 오프-오프 브로드웨이의 작은 극장에서 시작하거나(<펠라!>와 <피니언의 무지개>) 지역극단에서 검증받은 경우(<랙타임>) 또는 런던에서 성공한 후(<소야곡>) 바로 수입해 들어온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브로드웨이에 오른 공연들은 대개 마케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초연 때의 배우들을 교체하고 대신 티켓 파워를 가진 유명한 배우를 캐스팅한다(현재 공연하고 있는 <소야곡>의 캐서린 제타 존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과정에서 초기 프로덕션부터 브로드웨이의 꿈을 안고 땀을 흘리며 고생했던 배우들은 보상금에 만족하며 눈물을 머금고 물러나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멤피스>는 이러한 케이스의 예외적인 공연이다. 초연 멤버였던 두 주인공 채드 킴볼 Chad Kimball과 몬테고 글로버Montego Glover는 브로드웨이에 서기까지 6년 동안 긴 여정을 함께했다. 물론 그동안 둘은 <굿 바이브레이션스>, <레논> 등에도 출연했지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공연은 금방 막을 내렸다. 채드 킴볼은 <멤피스>가 브로드웨이로 올라가면 스타 배우로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그의 생애 가장 큰 절망을 맛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브로드웨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서 달라고 연락 받기 전까지 그는 공연을 접고 캘리포니아에서 의류 사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도 <멤피스>의 주인공에 대한 생각을 머리에서 지운 적이 없었다고 한다.


6년 동안 대본은 계속 수정되었고 캐릭터 역시 커다란 변화를 거쳐왔다. 2003년 초연에서 주인공 휴이 칼훈은 흑인 여가수와 데이트한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테러 당한 뒤 그 후유증으로 2막 내내 다리를 저는 알코올 중독자이자 약물 중독자로 그려졌다. 심지어 다른 버전에서는 죽기도 했다. 새로운 노래가 계속 쓰였고, 특히 엔딩 장면을 위해서 노래가 수십 번 수정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두 주연 배우는 바뀌지 않았다. 이것은 공연의 가장 큰 성공요인이었고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비록 뮤지컬은 작품성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두 명의 배우는 마치 처음 무대에 선 듯한 열정과 애정으로 모든 평론가들의 칭찬을 받고 있다.
여주인공 몬테 글로버는 인터뷰를 통해 “나도 여주인공 펠리시아처럼 테네시에서 자랐다. 우리 둘 다 꿈을 이루기 위해 인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국 가치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얘기한다.

 

 

 

실제 인물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야기
<멤피스 >의 극 중 이야기는 픽션이지만 모티프는 실제 인물에서 얻었다. 그 대상은 멤피스의 유명한 DJ였던 듀이 필립스다. 그는 가요계에 엘비스 프레슬리를 처음으로 소개한 것으로 유명하고, 흑인 음악을 대중화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고등학교 중퇴자인 주인공 휴이 칼훈은 어느 날 멤피스의 빌 스트리트를 지나가다 지하에 있는 흑인 나이트 클럽에서 들려오는 여가수의 노래에 매혹되어 그 곳에 들어선다. 인종차별이 위세를 떨쳤던 1950년대 초 미국 남부의 흑인 나이트 클럽에 백인이 들어온다는 것은 그 당시에 거의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클럽의 흑인 손님들은 모두 그를 경계하거나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가 피아노에 앉아 음악을 연주하자 분위기는 이내 부드러워지고 곧 손님들은 휴이와 함께 ‘뮤직 오브 마이 소울 The Music of My Soul’ 을 부른다. 휴이는 그 때 흑인 음악과 조우하게 되고 흑인 여가수 펠리시아의 매력에 빠진다.


이후 그의 삶은 마치 흑인 음악을 백인 관객에게 알리는 사명을 띤 돈키호테 같았다. 백화점 창고에서 일하던 휴이는 매니저에게 자신에게 레코드 매장을 맡기면 매상을 확실히 올리겠다고 제안하고 흑인 가수의 음반을 틀기 시작한다. 손님들은 처음에는 낯설어 하지만 곧 흑인 음악이 지닌 빠른 비트와 활력에 매혹되어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곧 음반 매장은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하지만 인종 차별주의의 문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휴이는 해고된다.


그의 돈키호테 같은 행각은 라디오 방송국에서도 되풀이된다. DJ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부스 안으로 들어간 휴이는  문을 잠그고 가져온 음반을 튼다. 이런 한바탕의 소동으로 멤피스의 청취자들로부터 즉각적인 호응을 얻고 그는 새로운 DJ로 일하게 된다. 흑인 음악에 대한 열정은 DJ로서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나이트 클럽의 흑인 여가수 펠리시아와 그의 사랑도 점차 무르익어 간다.

 

 

흑백 갈등의 사회적 주제
이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배경은 첨예한 인종 갈등의 사회적 분위기이다. 흑인 여가수를 사랑하는 백인 DJ를 극적으로 설정하고 극의 초점은 인종차별적인 편견과 시대적인 분위기를 극복하고 어떻게 그들이 사랑을 성취하느냐에 맞춰진다.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휴이의 어머니는 “네가 하는 일이 고작 백인 청취자들을 위해 흑인 음악을 들려주는 일이냐?”라는 말로 그의 직업에 못마땅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가 멤피스에 소개하기 위해 데려온 여가수 펠리시아에게 그녀가 어떤 재능을 지녔든 “한갓 유색인종 여자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은 그 당시 멤피스, 나아가 미국의 모든 지역에 걸친 공통된 현상이었다. 휴이는 흑인 음악을 알린다는 이유만으로 과격한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로부터 다양한 협박을 받는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 휴이는 펠리시아로부터 결혼 허락을 받고 환희에 넘치지만 곧 백인 과격분자들로부터 테러를 당하고 펠리시아는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다.
공연은 이러한 인종적인 이슈를 마케팅에 잘 활용하고 있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겨울 시즌의 부진한 관객 수요에도 불구하고 이 뮤지컬이 계속 자체 흥행기록을 갱신해 갈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인종 문제를 마케팅과 연계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1월에 있는 마틴 루터 킹 휴일의 시점에 맞춰 마련된 이벤트로 예약률을 월등히 높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종 갈등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었음에도 극 속에서 충분히 표현하여 전달하지 못했고 갈등을 피상적으로 센티멘털하게 취급했다. 

 


빈약한 스토리의 구성
버라이어티지의 평론가 데이빗 루니는 “디피에트로의 피상적인 이야기는 단지 기능적으로 점들을 연결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혹평했다. 특히 2막은 예측이 뻔한 구성 그리고 충분히 이야기가 전개되지 못한 채 어설프게 막을 내리면서 그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물론 연출은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2막을 이야기보다 노래와 춤으로 이끌었지만 결국 그 허전함을 완전히 메우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마지막 엔딩 처리였다.

연출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수십 번의 다른 결말을 구상했다고 한다. 결국 브로드웨이에 올릴 때는 TV 방송국에서 쫓겨난 후 삼류 라디오 방송국의 DJ로 전락한 휴이를 찾아온 펠리시아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이제 성공한 여가수가 된 펠리시아는 멤피스에서 열리는 그녀의 콘서트에 가는 도중에 방송국에 들러 휴이를 초대한다. 수 년 만의 재회, 그리고 그 날 밤 콘서트에서 둘은 같이 노래를 부르지만, 이야기는 해피엔딩도 아니고 새드 스토리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연출의 말을 빌리면 리얼리스틱하게) 막을 내린다. 결국 이와 같은 허술한 구성과 갈등이 충분히 전개되지 못하고 덜 완성된 듯한 스토리는 비평가들에게 공격의 초점이 되었다.

 

 

 

연출 및 무대
연출자 크리스토퍼 애쉴리의 무대에 대해 데이빗 루니는 “늘 크고 웅장하지만 진정한 영혼을 느끼기는 힘들다”고 평한다. 크리스토퍼 애쉴리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너두>와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프리> 같은 성공작들을 만들어 냈고, 현재는 미국의 대표적인 지역극단인 샌디에이고의 라 호야 플레이하우스의 예술감독이다. 그의 명성답게 작품은 다채롭고 흥미로웠다. 특히 무대의 거대한 기둥과 벽을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해서 극을 역동적으로 만들었고 다양한 공간의 변화를 이루어 내었다. 특히 수직적인 움직임을 잘 사용했는데, 리프트를 통해 무대 바닥에서 배우들을 올라오게 한다든지, 지하의 나이트 클럽을 묘사하기 위해 극장 천장에 브리지로 된 거리를 만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하반신이 보이게 하는 등 공간을 다이내믹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기능적인 효과는 뛰어났지만 극에서 진정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핵심을 세트를 통해 느끼기는 힘들었다. 단지 분위기의 환기와 극적 공간의 배경 구현에 초점이 맞추어졌을 뿐이다. 특히 마지막에 휴이의 쇠락을 표현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국의 DJ 부스를 거대한 벽과 기둥으로 덮어 좁고 답답한 공간의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했지만 무대에 비해 그 효과는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음악도 끊임없이 그 당시의 록, 가스펠, 리듬 앤 블루스 등의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만들어내었지만 역시 핵심적인 요소인 진정한 울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러 장르의 곡들을 통해 그 당시의 분위기에 맞는 노래들을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독창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단점에서도 불구하고 이 공연이 계속 흥행할 수 있는 요인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두 주연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주인공 휴이를 연기했던 킴볼은 글도 읽지 못하는 다소 불량기 있는 DJ인데, 노래를 부를 때면 그의 열정과 진심이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다. 여주인공 펠리시아를 연기했던 몬테 글로버 역시 뛰어난 가창력을 통해 흑인 음악의 힘을 잘 드러냈다.

스토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멤피스>는 열정 넘치는 배우와 연출력, 그리고 안무로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흥행이 계속 이어져 올해 상반기에 있을 토니상의 영광으로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77호 2010년 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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