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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흥겨운 인도의 리듬이 있는 뮤지컬 <브리튼즈 갓 방그라> Britain`s Got Bhangra [No.81]

글 |정명주(런던 통신원) 사진 |Hannah Mornement 2010-06-29 5,981

영국 사람들에게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인도 카레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영국에는 인도인의 숫자가 많고 인도 카레 식당도 많다. 영국의 옛 식민지였던 인도는, 문화적 다양성을 지향하는 현대 영국의 대중문화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인도 작곡가 A. R. 라만을 기용하여 제작했던 <봄베이 드림>이라는 뮤지컬도 그런 배경에서 시작해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볼리우드` Bollywood: Bombay + Hollywood 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인도 뭄바이 지방 중심의 대중영화나, ‘방그라` Bhangra 라고 하는 인도 푼잡 Punjab 지방에서 유래한 대중음악도 분명 영국 현대문화의 한 양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도의 대중영화나 음악은 한 번도 영국 문화의 주요 흐름으로 편입되지는 못했다. 특히 방그라 음악은 영국에 사는 인도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장르로서, 80년대부터 지금까지 30여 년간 수백만 장의 앨범을 판매하며 재영 인도인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고, 본국인 인도로 역수출하게 된 인기 장르이지만, 푼자비 언어에 기초를 둔 가사 탓인지, 영국의 인기 팝송 차트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다.  이러한 방그라 음악을 영국 대중문화의 본류로 끌어오려는 야심 찬 프로젝트로 뮤지컬 <브리튼즈 갓 방그라>가 탄생했다. 제목부터가 ‘영국에는 방가라가 있다’라는 거창한 선언에 가깝다. 이 제목은, 최근, 수잔 보일 등 화제의 주인공들을 배출하며 전국적인 인기를 누린, TV 장기자랑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따온 것이다. 영국 최고 인기의 TV 프로그램의 이름을 빌려, 매우 영국적인 무대 공연 형식과 매우 인도적인 방그라 음악을 접목한 창작뮤지컬, <브리튼즈 갓 방그라>, 그 흥겨운 음악과 풍자적인 유머가 지난 5월, 런던의 한 구석을 장식했다.    

 

 

 

인도 청년이 겪은 영국 사회
인도 사람들이 만드는 뮤지컬이나 쇼 프로그램이 늘 그렇듯이, 런던 스트랏포드 이스트의 씨어터로열에서 공연된 <브리튼즈 갓 방그라>의 무대에는 시종일관 반짝전구가 즐비하고, 화려한 색채의 의상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흥겨운 리듬에 맞추어 전 출연진이 총출동하는 댄스 장면도 원 없이 볼 수 있다 - 이를 위해 극중에는 결혼식 장면이 두 번이나 있다. 인도인들에게 공연은 언제나 축제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인 화려함 이외에도 <브리튼즈 갓 방그라>를 특별한 공연으로 만드는 요소들이 있다.

첫 번째는, 영국과 영국의 이민사회에 대한 적확한 풍자이다. 공연이 시작하면, 청운의 꿈을 안고 인도에서 영국으로 온 젊은이가, 초라하기 짝이 없는 간판이 걸린, 영국의 인도인촌에 등장하는 순간, 많은 관객들이 폭소를 터뜨린다. 영국에 이민 온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전형적인 실망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전통이 서린 웅장한 나라라는 기대와 달리, 너무도 초라한 영국을 만나게 된다.

 

수시로 비가 내리는 변덕스러운 영국의 날씨도 빼놓을 수 없는 풍자의 대상이 된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하여 우산을 펴면, 바람이 불어 우산이 뒤집어지고, 이내 다시 해가 나서, 다시 우산을 접어야 하는 그런 날씨. 조명 효과로 해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연기자들이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면, 객석에는 와 하고 공감의 웃음이 터진다. 이러한 영국 이민사회의 단편을 그린 코믹한 에피소드들은 작품 곳곳에 존재한다. 이제 막 영국의 인도촌, 사우스홀에 도착한 인도 청년, 트윙클이 미니버스 운전사가 되는 이야기가 그 시작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운전기사가 되는 것은 어느 이민사회에나 있는 스토리다. 같은 나라 사람한테 고장 난 미니버스를 속여 파는 못된 정비사의 얘기도 그렇고, 지리도 모르는 도시에서 길을 잃는 새내기 운전사의 이야기도 낯이 익다. 유난히 해가 일찍 지는 영국의 겨울, 일방통행이 많은, 좁은 도로에서, 억세고 사나운 이민사회의 어머니들을 태우고 가는 운전사, 트윙클. 그의 이야기는 이민자들의 서글픈 삽화들을 코믹하게 그려내면서 관객들에게 애정어린 박수를 받았다. 

 

 

작품 자체가 방그라 역사
<브리튼즈 갓 방그라>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현대 대중음악과 접목을 시도하며 발전해 온 방그라 음악의 풍성한 역사이다. 실제로 80년대의 유명한 방그라 가수였던 신 Shin 이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의 이번 공연은, 가수 신의 인생역정을 통해 방그라 음악의 음악적 변천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1977년, 인도 푼잡에서 영국에 온 청년 트윙클이 미니버스를 운전하면서, 고향이 그리워 불렀던 방그라는 인도 민요풍으로 우리나라 트로트 음악과 유사하다. 80년대에 접어들면서, 트윙클이 음반 프로듀서에게 발탁되어, 졸지에 전국 투어를 하는 가수가 되어 부르는 방그라는, 80년대 유행했던 댄스음악과 닮아있다.

90년대에 이르면, 트윙클의 히트 앨범을 DJ 러블리라는 젊은이가 믹스하여, 영어로 랩을 첨가한 나이트클럽용 방그라 음악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2000년대에 가까워지면서, 트윙클이 흑인 여자 팬 사이에 낳게 된 혼혈아, 제이슨이 부르는 방그라는 알앤비 풍의 선율을 담으며 다시 한 번 변신한다. 트윙클로 분한 중년 가수 신 Shin 이 혼을 담아 부르는 오리지널 방그라 음악은 심금을 울리는 전통미가 있고, DJ 러블리로 열연하는 배우, 라케시 부리가 코믹하게 선사하는 댄스 믹스 방그라는 힙합과 랩의 비트가 흥겹다. 그리고 트윙클의 아들, 제이슨 역을 맡은 흑인 배우, 아룬 블레어-맨가트 Arun Blair-Mangat 가 열창하는 R & B 방그라는 처연한 선율이 감동적이다.

 

 

실제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하고 있는 아룬 블레어-맨가트의 가창력은 주목할 만하다. 고운 음색에, 흑인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을 더한 그의 가창력은, 인도와 아프리카를 만나게 한, 영국산 하이브리드 방그라를 맛깔나게 연출한다.

방그라 음악계에 스타 작곡가인 수미트 쇼프라 Sumeet Chopra 가 작곡을 맡고, 마크 콜린스가 음악감독을 맡아 재창조한 방그라의 음악 세계는 참으로 풍성한 음악적 다양성을 선사한다. 인도의 타악기들, 돌 Dhol 과 돌락 Dholak , 타블라 Tabla  등과 기타, 키보드를 접목한 6인조 밴드는, 전통 방그라의 최면적인 반복 리듬에서부터, 영국 작곡가/작사자 두걸 어빈이 참여하여 재현한, 알앤비, 힙합, 팝 음악과 접목된 초현대판 방그라 버전까지, 신명을 담은 연주를 선사한다.


가수 신이 연기하는 트윙클이라는 인도 청년의 30년 인생역정을 다룬 <브리튼즈 갓 방그라>는 꽤나 복잡한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사실 그 스토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공연 내내 새로운 형식으로 소개되는 방그라 리듬을 즐기면서, 어깨를 흔들고, 발을 구를 수 있어 좋은 공연이다. 더불어 11명의 다재다능한 배우들이 바쁘게 일인다역을 하면서, 끊임없이 제공하는 풍자와 유머가 즐거운 공연이다. <브리튼즈 갓 방그라>는, 인도인들이 중심이 된 영국 극단, FIFC 아츠와 흑인 및 인도 뮤지컬을 선보여 여러 번의 성공을 기록한 씨어터로열 스트랏포드이스트 극장이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런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이 지역극장은, 2005년, <빅 라이프> The Big Life 라는 흑인 뮤지컬을 웨스트엔드로 진출시켜 화제를 모았었다.

런던의 5월을 인도의 리듬으로 장식했던 뮤지컬 <브리튼즈 갓 방그라>는, 5월 25일부터 두 달 동안 영국 전국 투어에 돌입한다. 이번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방그라의 흥겨운 리듬으로, 웨스트엔드 진출을 다시 한 번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Britain`s Got Bhangra 제작노트 영상
https://www.stratfordeast.com/whats_on/BritainsGotBhangra.shtml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1호 2010년 6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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