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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Broadway Bound Musicals [No.84]

글 |지혜원(뮤지컬칼럼리스트) 2010-09-29 6,188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처럼, 미국의 프로듀서들은 언젠가 자신의 작품을 제작해 반드시 뉴욕에서 공연하고픈 꿈을 품는다. 브로드웨이의 문턱을 넘기 위해 수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치고 이후로도 지역 공연장에서 먼저 작품을 선보이면서 뉴욕에 입성하는 날을 고대하는 작품들을 한 발 앞서 만나보자.

 

 


한 편의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는 길은 길고도 험난하다. 예상 밖의 난항을 거듭하다 좌초되는 경우도 있고, 간신히 위기는 모면했지만 몇 년씩 제작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브로드웨이 대형 뮤지컬의 제작비가 대개 2백억 원(1천7백만~1천8백만 달러)을 웃도는 현실이다 보니 초기 개발단계에서부터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이를 위해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은 비영리 공연단체와의 협업 방안을 고심하거나 다양한 통로를 통해 작품을 발굴하거나 개발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대형 뮤지컬의 경우 무작정 브로드웨이 무대를 겨냥해 작품을 제작하기 보다는 수년에 걸친 개발단계에서 지역 공연 시장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위험부담을 줄이고, 시험무대를 통해 보다 견고하게 작품을 다듬고자 하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이는 곧 브로드웨이 행을 목표로 지역 공연장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을 통해 수 년 뒤 브로드웨이의 판도를 점쳐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브로드웨이행의 열쇠-스크린을 무대로!
브로드웨이를 겨냥해 개발 단계에 있는 신작들의 대세는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들이다. 이 중에서도 막강한 창작 스태프의 포진으로 일찌감치 공연계의 이목을 주목시키는 작품들이 있다. 2002년 개봉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 은 지난해 시애틀에서의 성공적인 공연 이후 뉴욕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5년부터 개발되어온 이 작품은 원작의 명성만큼이나 작가진의 면모도 화려하다. <거미여인의 키스>, <랙타임>, <풀 몬티> 등의 뮤지컬 각본을 썼던 트랜스 맥낼리 Terrence McNally 가 각본을, <헤어스프레이>의 콤비 마크 샤이먼 Marc Shaiman 과 스콧 위트만 Scott Wittman 이 음악을 맡았고, <헤어스프레이>, <나쁜 녀석들> 등에서 호흡을 맞췄던 잭 오브라이언 Jack O’Brien 과 제리 미췔 Jerry Mitchell 이 각각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지난해 7월 시애틀의 5번가 극장에서 프리-브로드웨이 공연을 가진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평단과 관객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브로드웨이 입성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 시애틀 공연에서는 제작진의 이전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참여도 활발해 눈길을 끌었는데, <헤어스프레이>의 링크, <위키드>의 피에로, 가장 최근에는 <넥스트 투 노멀>의 가브리엘 역으로 출연해 주목 받았던 애런 티베이트 Aaron Tveit 가 영화 속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했던 주인공 프랭크 역으로 출연했고, 톰 행크스가 맡았던 칼 역에 <나쁜 녀석들>, <렌트> 등에서 열연을 펼쳤던 연기파 배우 노버트 레오 버츠 Nobert Leo Butz 가 참여했다. 에이미 아담스가 맡았던 브렌다 역은 <헤어스프레이>, <재너두>, <록 오브 에이지스>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캐리 버틀러가 맡았다.

브로드웨이 개막은 2011년 상반기로 예측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스케줄이 발표되지는 않았다. 잘 짜인 구성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돋보였던 영화를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서 무대에서 새롭게 펼쳐질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동명의 영화를 무대로 옮긴 <시스터 액트>도 브로드웨이 입성을 준비 중이다.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알라딘> 등 디즈니의 뮤지컬 영화로 유명한 알란 맨켄이 작곡을 맡았고, <인어공주>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버전과 <오페라의 유령>의 속편 <러브 네버 다이즈> 등에 참여했던 글렌 슬레이터가 작사를 맡았다. 지난 2006년 캘리포니아의 파사데나 플레이하우스에서 첫 선을 보인 뒤 2007년 조지아의 얼라이언스 극장에서 공연되었고, 브로드웨이에 앞서 지난 해 웨스트엔드에서 먼저 선보였다.

웨스트엔드 프로덕션부터는 원작 영화에 출연했던 우피 골드버그가 프로듀서로 합류해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이 올라간 <시스터 액트>에 대해 런던 평단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디스코에 베이스를 둔 알란 맨켄과 글렌 슬레이터의 음악은 충분히 흥겹고 즐거운 무대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전체적으로 영화에 비해 플롯의 전달 부분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보이는 부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만큼 모쪼록 극적 구성을 잘 보안하여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알란 맨켄과 글렌 슬레이터 콤비의 또 다른 뮤지컬인 <리프 오브 페이스> Leap of Faith 도 프리브로드웨이 런을 준비 중이다. 한 사이비 목사의 좌충우돌 코미디를 담고 있는 동명의 영화(국내 비디오 출시 제목은 `기적 만들기`다)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오는 9월 LA의 아맨슨 극장에서 관객과의 첫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컴퍼니>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에서 바비 역으로 출연했던 라울 에스피노자와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하는 브룩 쉴즈가 주연을 맡았고, <모던 밀리>, <웨딩 싱어> 등의 롭 애쉬포드 Rob Ashford 가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동명의 영화를 무대로 옮기는 작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묻혀있던 20세기 중반의 영화들이 속속 뮤지컬로 새로운 빛을 보게 될 전망이다. 1968년작 뮤지컬 영화인 <더 나이트 데이 레이디드 민스키스> The Night They Raided Minsky`s 에 기반한 뮤지컬 <민스키스>는 지난해 LA의 아맨슨 극장에서 공연한 뒤 브로드웨이 공연에 앞서 웨스트엔드에서의 공연을 추진 중이다. 1930년대 대공황 시대의 벌레스크 공연계를 무대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드라우지 샤퍼론>의 제작진의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프로듀서 케빈 맥컬럼과 밥 보예트가 전작에 이어 공동 제작을 맡았고 <드라우지 샤퍼론>의 극본에 참여하고 직접 출연하기도 했던 밥 마틴이 극본을, 케이시 니콜라우가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또한 아맨슨 극장에서 프리브로드웨이 런을 가진 뒤 브로드웨이 행을 고려하는 것도 <드라우지 샤퍼론>과 동일해 이 작품의 향후 행보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63년작(우리에게는 1996년 에디 머피 주연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영화 <너티 프로페서>의 뮤지컬 버전도 제작 중이다. <코러스 라인>의 마빈 햄리쉬가 음악을, <커튼스>의 루퍼트 홈즈가 각본과 가사를 맡아 제작이 진행 중인 이 뮤지컬 코미디는 1963년 당시 주연을 맡았던 제리 루이스가 직접 연출을 맡을 예정이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루퍼트 홈즈와 케이시 니콜라우는 최근 같은 작품에서 작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작품은 193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1964년 발표된 뮤지컬 영화 <시카고의 7인> Robin and the 7 Hoods 로 지난 7월 샌 디에고의 올드 글로브 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다. 로빈 후드 영웅담을 현대판 갱스터 이야기로 각색한 이 작품은 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빙 크로스비가 주연했던 영화에 대한 향수로 관객을 자극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드 글로브 극장에서 초연한 또 한편의 신작 뮤지컬 <조강지처클럽>도 브로드웨이 행을 모색 중이다.


초기 단계에서 개발 중인 작품들도 있다. 지난 6월 유니버설 픽처스는 2000년도에 개봉되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영화 <브링 잇 온>의 뮤지컬 버전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은 참여하는 스태프들의 면면부터 화려한데,

<인 더 하이츠>의 주역 린 마누엘 미란다와 <넥스트 투 노멀>로 주목받고 있는 톰 킷이 음악을 맡고 <애비뉴 Q>의 제프 위티가 각본을, <하이 피델리티>의 아멘다 그린이 작사를 맡는다. 연출과 안무는 <인 더 하이츠>의 안무를 맡았던 앤디 블랑켄뷰럴이 맡는다.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제프 위티는 “이번 뮤지컬은 영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만의 새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등학교 치어리더들을 둘러싼 열정을 무대에서 새롭게 재현해낼 <브링 잇 온>은 젊은 창작진의 대거 참여로 벌써부터 팬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0-2011 시즌 개막이 확정된 신작들
오랜 제작기간 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침내 브로드웨이 입성이 확정된 작품들은 이번 시즌 뉴욕의 관객들을 만날 준비가 한창이다.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프랭크 와일드혼도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관객과 조우할 예정이다. 그의 신작 <원더랜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를 새롭게 각색한 뮤지컬로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일에서도 위기에 처한 앨리스가 ‘원더랜드’에서 새로운 삶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시빌 워>, <웨이팅 포 더 문> 등에서 와일드혼과 호흡을 맞췄던 잭 머피가 각본과 가사를 맡았다.

이 작품은 플로리다에 위치한 비영리 공연장 스트라즈 센터(구, 템파 베이 퍼포밍 아츠 센터)의 기획 프로젝트인 브로드웨이 제네시스 프로젝트의 첫 작품으로 선정되어 지난 11월 플로리다에서 첫 선을 보였다. 지난 1월에는 휴스턴으로 자리를 옮겨 약 한 달간 공연되기도 했던 <원더랜드>는 기대이상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으나 아쉽게도 평단의 평가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와일드혼 특유의 팝음악 성향의 음악과 디자인에 비해 극 자체의 이야기 구조에는 좀더 보안이 필요하다는 중론이다. 이 작품은 2011년 1월 플로리다에서 한 번 더 공연을 가진 뒤 2011년 4월 브로드웨이의 네덜란더 극장에서 막이 오를 예정이다.


워너 브라더스에서 제작했던 윌 페럴 주연의 영화 <엘프>도 뮤지컬로 제작되어 올 크리스마스 시즌 브로드웨이 관객들을 찾는다. 밥 마틴과 <헤어스프레이>, <프로듀서스>의 토마스 미한이 공동 각본을 맡고 <웨딩 싱어>의 매튜 스카와 채드 베글린 콤비가 음악을 맡았다. 케이시 니콜라우가 연출가 안무를 맡은 뮤지컬 <엘프>는 오는 11월 알 허쉬펠드 극장에서 개막해 약 2개월간 공연될 예정이다.

 


<시카고>, <캬바레>의 콤비 존 캔더와 프레드 엡의 뮤지컬 <더 스코츠보로 보이즈>도 이번 시즌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04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프레드 엡의 유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1930년대 9명의 흑인 소년들의 백인 소녀들의 거짓 증언으로 중형을 선고 받았던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흑인 인권이 보장 받지 못했던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지난 봄 오프 브로드웨이의 비냐드 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다. <컨택트>, <프로듀서스>, <영 프랑켄슈타인> 등으로 유명한 수잔 스트로만의 연출과 안무로 주목을 받기도 했던 <더 스코츠보로 보이즈>는 오는 10월 브로드웨이의 라이시움 극장으로 옮겨 공연될 예정이다.

 

올 가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기는 또 한 편의 작품은 <블러디 블러디 앤드루 잭슨>이다. 이미 지난해 뉴욕 퍼블릭 극장에서 콘서트 버전과 올 여름 정식 공연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올 가을 브로드웨이의 버나드 제이콥스 극장에서 공연된다. 미국의 제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을 이모 락(Emo Rock) 스타로 설정하여 참신한 시각과 실험적인 시도로 그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신작들과 더불어 오랜만에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 리바이벌 작품도 있다.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지난 1961년 뮤지컬로 제작되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었던 <성공시대> How to Succeed in Business Without Really Trying 가 영화 <해리포터>의 다니엘 레드클리프 주연으로 다시 한 번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고층건물의 유리창을 닦으며 살아가던 주인공이 우연히 손에 넣은 성공 비결에 대한 책을 통해 대기업에 입사하여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초연 당시 1962년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연출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한 히트작이다. 1967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1995년 매튜 브로데릭과 메간 맥널리 주연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이 제작되기도 했다. 다니엘 레드클리프의 첫 뮤지컬 데뷔작이 될 이번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2011년 3월 알 허쉬펠드 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그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는 건 지난 2008년 연극 <에쿠우스>에 이어 두 번째다.

 

브로드웨이의 문턱은 생각보다도 훨씬 높아 보인다. 흔히 한 해 브로드웨이에 오르는 작품 중 5분의 4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 한 채 막을 내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작품들이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기까지의 과정도 함께 고려한다면 아마도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길고 험난한 여정에서 쏟았던 제작진들의 열정과 노력만큼 묵묵히 브로드웨이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작품들이 곧 성공적으로 브로드웨이에 안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4호 2010년 9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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